러시아
2021년, 한 지역 교회의 건물이 몰수된 사건에 관하여 의논하는 러시아 목회자들. 러시아 기독교인들은 교회 건물 사용, 복음전도, 외국인 선교사와의 접촉뿐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 전쟁에 대한 발언과 관련하여 점점 더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 VOM
한국 순교자의 소리(한국 VOM, 대표 현숙 폴리)는 러시아가 자국 연방군의 군사 행동을 비난하는 취지의 대중적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했다고 22일 전했다.

한국 VOM은 “이번 달 러시아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례가 발생했다. 첫째, 400명 이상의 러시아 교회 및 신학교 지도자는 러시아의 한 소규모 기독교 웹사이트에 국가 차원의 회개를 촉구하는 글을 게시했다가 신속히 삭제했다”며 “둘째, 러시아의 한 변호사는 예배 시간에 평화를 위해 기도할 때 문제를 피하는 방법을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 교회들에 알려주었다. 셋째, 대중에게 잘 알려진 러시아의 한 목회자는 전쟁 종식을 위해 개인적으로 기도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영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러시아 기독교인들에게 확신시켰다”고 했다.

한국 VOM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러시아의 새 법률 ‘20.3.3조’로 인해 러시아 목회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거나 기도하기도 전에 ‘그에 따른 대가’를 생각해 자기 검열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 4일부터 시행된 이 법안으로 이번 달에 발생한 세 가지 사례를 전했다.

한국 VOM이 ‘골로스 무치니카프 꼬레야(Голос Мучеников Корея)-한국 순교자의 소리’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핍박받는 기독교인에 관한 러시아어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20.3.3조’ 법안의 피해 사례가 제보되고 있다는 것. 이 페이스북 페이지는 약 12,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몇몇 러시아 기독교인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하는 행동에 대한 우려와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를 순교자의 소리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을 뿐 아니라, 러시아 내부에서도 그러한 내용의 게시물을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지난 3월 4일부터 러시아에서 제정된 법률에는 ‘러시아 연방군의 군사 행동을 비난하는 취지의 대중적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 기독교인들은 양심에 따라 발언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인다.

이미 성직자 한 명이 새로운 법에 따라 기소됐다고 한다. 영국 BBC의 러시아어 방송에 따르면, 코스트로마(Kostroma) 소재 부활 교회(Resurrection Church)를 담임하고 있는 이오안 보르딘(Ioann Burdin) 목사는 설교에서 반군사적 발언을 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서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현숙 폴리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고발당하고 더 많은 사건이 기소되기 전까지는 목회자와 교회에게 허용되는 것은 무엇이고, 범죄로 규정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 대표 현숙 폴리)는 러시아가 교회 내에서의 기도 검열 등을 골자로 한 법률을 제정할 방침이라고 22일 전했다.
지난 4일부터 러시아에서 시행 중인 법률 20.3.3조©한국 VOM

러시아 목회자와 교회에 조언하는 러시아인 변호사 세르게이 추구노프(Sergey Chugunov)는 “평화를 위한 기도조차 상황에 따라 법률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저는 우리가 ‘최근에 바뀐 법률에 비추어 볼 때 교인들에게 평화를 위한 기도를 요청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적었다. 추구노프 변호사는 러시아 목회자와 교회들이 ‘전쟁 반대’ 같은 문구를 게시하거나 공개적으로 선언할 경우 기소될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러시아 목회자들과 교회들이 이 전쟁에 관한 공식적인 성명을 신중하게 발표해야 한다”며 “교회는 평화를 위한 광범위한 기도를 계획하고, 함께 기도할 것을 권유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적은 글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침례교회와 오순절 교회 및 신학교 지도자 400명은 이달 초, 평화를 위한 기도를 요청하는 수준을 넘어 ‘동포들께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상트페테르부르그(St.Petersburg)의 작은 기독교 출판사 웹사이트에 호소문을 잠시 게시했다가 러시아 당국의 검열로 자발적으로 삭제했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이제 어떤 러시아어 웹 사이트에서도 이 편지를 찾아볼 수 없겠지만, 순교자의 소리에서 러시아어로 된 이 편지를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로 번역하여 널리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옹호하려고 이 편지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며 “우리가 이 편지를 퍼뜨리는 이유는 러시아 기독교인 형제자매의 목소리가 침묵 속에 묻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침묵도 러시아 교회의 신실한 증언의 일부”라며 “교회가 취할 수 있는 침묵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두려움에서 오는 침묵으로, 이것은 죄다. 다른 하나는 침묵의 기도로, 이것은 교회의 사역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러시아의 한 목회자는 러시아의 개신교 신자가 워낙 소수이므로 시위행진이나 공개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하는 행위를 변화시킬 가능성은 없겠지만, 침묵의 기도로 하나님께 호소하는 그 성도들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목회자는 ‘하나님은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께 부르짖는다’라고 말했다. 세상의 그 어떤 법률도 성도의 기도를 막지 못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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