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새로 적용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방안 논의를 시작했지만 정작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대폭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아직 유행 정점과 규모를 알 수 없다며 거리두기 완화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미 방역 조치를 많이 완화해 거리두기를 풀더라도 유행 증가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서면으로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열고 거리두기 관련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행 사적모임 6인, 영업시간 오후 11시 제한은 오는 20일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21일부터 새로 적용될 거리두기에 대한 논의를 이날 시작해 오는 18일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논의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거리두기 대폭 완화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지난 4일 현행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다음번 거리두기 조정부터 본격적으로 완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거리두기 조정 전 열린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는 방역 전문가들을 제외한 경제·민생, 사회문화, 자치안전 분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에서 거리두기 완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행 정점과 규모를 알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10시에서 11시로 1시간 연장하는 방안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번 논의에서도 지난 2주 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완화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발언과 함께 오는 23일 전후로 유행세가 꺾일 것이라는 7개 연구기관의 예측치가 나오면서 완화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현재로서는 이번에도 소폭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거리두기 전면 폐지 가능성도 점쳐진다. '거리두기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서 완화 움직임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내부적으로는 거리두기 완화에 관련해 속내가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조정 당시 거리두기 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최근에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초 이르면 이번 주에 유행 정점에 도달한다는 정부의 예측과 달리 아직 정점 시기와 규모가 확실하지 않으면서 섣불리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월 말 하루 3만명대 유행을 예상했던 정부는 2월 중순 하루 10만명대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치를 내놨다. 이어 2월 말 17만명, 3월 중순 27만명이 발생한다고 예상했는데, 이보다 빠른 지난 9일 34만2433명이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는 정점으로 16일 최대 37만2000명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12일 38만2659명이 발생하면서 예측을 빗나갔다. 정부는 오는 23일 전후로 유행세가 꺾인다고 전망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불투명하다.
여기에 지난 14일부터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양성 판정을 받은 유증상자나 신속 유전자증폭(PCR) 선제검사 양성자도 확진자로 집계되면서 실제 방역 당국이 발표하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용 RAT 양성자가 집계에 처음 포함된 지난 15일 0시 기준 하루 확진자 수는 36만2338명이다. 당초 주말 검사량 감소 영향에 집계되는 확진자 수가 평일보다 적어야 하지만, 전문가용 RAT 양성자가 포함되면서 확진자가 늘었다.
특히 15일에는 주말에 줄었던 PCR 검사량이 늘어나고 전문가용 RAT 양성자까지 더해지면서 오후 9시까지 43만9305명이 확진되는 등 예측치를 상회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전문가용 RAT로 PCR 검사로 파악하지 못했던 감염자를 추가로 확인한 만큼 실제 감염자 수는 여전히 많을 것이라 보면서도 정점을 완전히 지날 때까지 거리두기 완화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거리두기를 큰 폭으로 완화한 만큼 더 완화하더라도 이미 유행세가 커질 대로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도록 완만하게 증가하고 감소하는 유행을 유도하고 있지만 실상 거리두기를 풀면서 유행 곡선이 더 높아지고 길게 지속되는 현상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감염으로 자연면역을 획득하는 이들이 늘어날 때까지 유행이 이어지면서 중증·사망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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