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무, 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참석 다시 사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22일 오후 구세군영등포교회에서 제70회 정기총회를 갖고, 투표로 이홍정 현 총무의 연임을 결정하는 등 안건을 처리했다. 신임 회장으로는 구세군 장만희 사령관을 선출했다.
특히 이날 이 총무에 대한 연임안 인준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이미 NCCK 실행위원회를 통해 차기 총무 후보로 결정된 이 총무는, 그러나 얼마 전 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에 참석해 기도한 것을 두고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돼 공개 사과했었다. 이 총무는 그러면서 "NCCK의 총무로서 저의 거취도 이제 곧 열릴 정기총회의 결정 앞에 사심 없이 겸허히 맡기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총회에서도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기도한 것에 대해 다시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광주로 내려가서 이에 대한 사죄의 뜻을 표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2030 에큐매니칼 청년대표는 "이홍정 총무께서는 에큐매니컬에 위반하는 행동을 하셨다"며 "이에 총무직을 사퇴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다른 한 회원은 "이 총무께서는 역사를 다시 한 번 공부하시고, 앞서 했던 행보들을 돌아보며 이번 연임에 대해 재고해 주시길 바란다"고도 했다.
감리교 소속 청년대표는 "이번 사건은 2030세대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며, 2030세대들의 목소리를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이 총무는 "지금 상황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진보 보수로 나뉘어 크게 갈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이 총무 연임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그 결과 총 127표 중 찬성 96표 반대 36표로 이 총무의 연임이 결정됐다. 이 총무는 "오늘 보여주신 신임과 불신을 기억하며, 고린도전서에 나타난 사도 바울의 고백을 묵상하며 갈 것"이라며 "NCCK가 시대의 현장에서 사명을 잘 감당하며, 예수님의 진정한 공동체 됨을 증거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신임 회장으로 구세군 장만희 사령관이 선출됐다. 장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확산은 우리의 일상을 바꿨다. 본 협의회가 전 지구 생명 공동체와 공조해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세상의 갈등을 앞장서 해결하는 데 더 노력하겠다"며 "혼자서는 불가능하지만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 NCCK가 한국교회를 대표하고 사회를 빛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 기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직전 회장 이경호 주교는 "지난 1년 동안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회장으로서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사랑한다는 것은 희생과 고통을 같이 감내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회장과 임원이 NCCK의 업무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돕겠다. 아울러 NCCK가 좋은 역할과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 밖에 제70회기 주요 사업으로 ▲신년예배와 하례회 ▲정기 실행위원회 ▲제71회 총회 ▲NCCK 사료실 및 전시실 설치 등을 심의·의결했다.
한편, 총회에 앞서 진행된 개회예배에서 설교한 이경호 직전 회장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확진자 및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상 기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교회 의역할 및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지, 많은 생각들을 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NCCK는 세상의 방식이 아닌 하나님의 가치와 질서로 이 땅을 세우기 위해 설립됐다.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별히 낮은 곳의 소리를 귀 기울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오늘 총회를 통해 아름다운 믿음의 전통을 이어가며,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총회가 되길 소망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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