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종교사회학자인 로드니 스타크의 신간 『기독교와 이성의 승리』(새물결플러스)가 출간됐다. 어째서 다른 문명권을 제쳐두고 서구 사회에서만 물질적 번영과 자유가 가능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학자들의 이러한 해묵은 질문에 대해 심사숙고 끝에 참신한 대답을 제시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독교의 신관과 세계관이 과학적 진보와 도덕적 혁신을 가능케 한 정신적 뿌리라는 대답이었다. 그것도 계몽사상과 개신교인들이 암흑시대라고 (잘못)이름을 붙인 중세야말로 바로 그 정신이 꽃을 피운 시기였다고도 감히 주장한다.
저자 로드니 스타크는 매우 독특한 유형의 인물이다. 스스로를 불가지론자로 규정하는 그는, 그러나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뿐 아니라 서구 역사에서 기독교가 수행한 긍정적 역할을 규명하고 변호하는 데 진력한다. 그의 작업은 어지간한 신학자들보다 훨씬 더 기독교에 대해 우호적인 결과를 산출해낸다.
신간 『기독교와 이성의 승리』는 그가 널리 퍼져 있는 사회적 편견과 오해, 즉 기독교가 반이성적 종교라는 생각을 타파하고 교정하려는 목적으로 야심 차게 기획한 작품이다. 로드니 스타크는 이 책에서 기독교는 시초부터 지극히 이성적 종교였으며, 따라서 기독교가 주도권을 행사한 서구에서 이성의 역사적·사회적 열매인 자유의 확대와 자본주의의 성장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특히 기독교 신학이 중세 이후 서유럽의 부상에 핵심적인 기여를 했음을 야심 차게 논증한다. 저자는 이것을 논증하기 위해 기독교의 두 가지 특징, 곧 고대 지중해 세계의 다신교와는 구별되는 유일신에 대한 신앙과 동일한 기원에서 출발했음에도 유대교 및 이슬람과 변별되는 (이성적 추구를 장려하는)기독교 신학의 합리적 성격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그는 이러한 특징 위에서 두 가지의 "고착화된 역사 해석"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그 하나는 로마 제국의 해체 이후 서유럽의 중세기를 후퇴와 정체의 시기로 폄하하는 이른바 "암흑시대" 담론이며, 다른 하나는 검약의 미덕을 중심으로 한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북유럽에서 자본주의의 발흥을 가능케 했다고 보는 막스 베버 테제(Max Weber's Thesis)다.
저자는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책을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 부분은 토대들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정치적 자유 및 과학과 자본주의의 출현을 위한 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성이 기독교 안에서 수행한 역할을 살핀다.
제1장은 합리적 신학에 대한 기독교적 헌신의 본질과 결과를 다룬다. 제2장은 이른바 암흑기에 놓인 자본주의의 물질적·종교적 토대들을 살핀다. 로마의 몰락 이후 중세기 전체에 이르는 기간이 무지와 후퇴의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 혁신이 시작되었을 때 비로소 폭발했던 극적인 기술적·지적 진보의 시기였음을 입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제3장은 소규모이면서도 종종 놀라울 정도로 민주적인 정치 단위들로 이루어졌던 유럽에서 어떻게 자유가 출현했는지를 설명한다. 그것은 먼저 서구 민주주의 이론의 기독교적 토대들, 즉 개인의 도덕적 평등과 사유 재산권 그리고 교회와 국가의 분리라는 교리들의 진화에 의해 가능했다는 것이 저자의 역사 분석이다.
두 번째 부분은 유럽인들이 이런 토대들을 바탕으로 성취한 놀라운 방식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제4장은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들에서 자본주의가 완성되는 과정, 즉 크고 합리적이며 산업적인 회사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영 및 재정적 기술들이 발전한 방식을 추적한다.
제5장은 이탈리아의 "식민지" 회사들이 대부분 오늘날의 벨기에와 네덜란드 지역에 위치한 북부 도시들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추적하고, 그 지역의 주민들이 어떻게 그들 나름의 자본주의적 회사들을 만드는 법을 배웠는지를 살펴본다.
제6장은 자본주의가 어째서 다른 지역들에서는 나타나는 데 실패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이런 점을 배경으로 제7장은 신세계로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를 라틴 아메리카와 구별해준 극적인 경제적 차이들에 대해 살펴본다.
방대한 사료들을 추적하고 재구성하면서 저자가 내린 결론은 하나님께서 주신 이성이라는 선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앞장섰던 기독교가 서구의 근대 문명을 탄생시킨 결정적 동인이었다는 것이다. 즉 르네상스와 계몽주의의 출현 이전에 이성을 중시하는 기독교 정신과 그것의 동기 부여 때문에 근대로의 이행에 필요한 지적·물적·경험적 토대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오늘날 반지성주의를 표방하고 신봉하는 것처럼 비치는, 그 결과 사적이고 심리적인 종교로 축소되어 역사적 역동성과 창조성을 성실한 기독교를 향해, 너의 진짜 모습은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라고 일갈하는 일종의 예언자적 음성으로도 들린다..
저자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파격적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기성 이론이나 통념을 뒤흔드는 "위기"를 조장한다. 그런 이유로 독자들은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교사회학자 겸 종교사가로서 방대한 문헌을 구체적으로 추적하고 해석하는 저자의 지적 성실함을 존중한다면 필경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의 발흥은 고전적 학문의 확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님이 그것을 지으셨기 때문이라는 기독교 교리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높이기 위해서는 그분의 사역의 경이로움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님은 완전하시기에 그분의 일은 불변의 원리들을 따라 작용한다. 우리가 하나님이 주신 이성과 관찰의 능력을 온전히 사용한다면, 이런 원리들을 발견하는 것은 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성적인 신학의 축복은 과학에 국한되지 않았다. 가장 이른 시기부터 기독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에서 그리고 도덕성의 문제와 맞서는 일에서 동등하게 창의적이었다. 그런 것 중에서도 으뜸은 자유와 평등 같은 기본적인 인권에 관한 제안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개념들의 밑바탕에는 훨씬 더 기본적인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개인주의(자아)의 "발견"이었다."(제1장 이성적인 신학의 축복 중에서)
미국의 저명한 종교사회학자 겸 종교사가인 로드니 스타크는 현재 미국 베일러 대학교(Baylor University)의 사회과학 분야 교수(Distinguished Professor of the Social Sciences)이자 종교연구소(Institute of Studies of Religion)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본래 언론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하였으나, 진로를 바꾸어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사회학 전공으로 석사학위(M.A.)와 박사학위(Ph.D.)를 취득했다.
이후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32년 동안 사회학 및 비교종교학 분야 교수로서 활동했다. 종교사회학 및 종교사에 관해 수십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그중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The Triumph of Christianity, 새물결플러스 역간), 『기독교의 발흥』(The Rise of Christianity, 좋은씨앗 역간), 『우리는 종교개혁을 오해했다』(Reformation Myth, 헤르몬 역간) 등이 있다.
역자 김광남은 숭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동 대학교 기독교대학원에서 성서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줄곧 기독교 출판 분야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기독교 서적을 번역하고 집필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목회자 바울』, 『아담의 역사성 논쟁』, 『예수의 부활』, 『유배된 교회』, 『천지창조에서 에덴까지』, 『하나님 나라의 비밀』 등 다수가 있으며, 저서로는 『한국 교회, 예레미야에게 길을 묻다』, 『신앙을 위한 아포리즘』, 『거룩하지 않은 독서』가 있다.
서종원 감신대 교회사 교수는 추천사에서 "기독교와 관련된 기존의 역사적 통념에 도전장을 던졌던 종교사회학자가 자신의 시선을 확장하여 기독교 신학이 중세 이후 서유럽의 부상에 핵심적인 기여를 했음을 야심 차게 논증한다. 균형 잡히고 통전적인 역사관 내지 기독교 세계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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