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범여권 인사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고발사주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에 재소환된 손 전 정책관은 출석 8시간여 만에 조서 열람도 하지 않고 귀가했다.
손 전 정책관 측은 서둘러 귀가한 배경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공수처가 추가 조사 일정을 조율해오면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서 열람을 위해서라도 공수처에 최소 한 번은 더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손 전 정책관이 재소환 조사에 출석했다가 조서 열람도 하지 않고 귀가하자 일각에서는 자신의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 손 전 정책관의 심경 변화를 일으킬만한 결정적 단서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손 전 정책관 측은 첫 번째 소환조사를 받은 이후에도 '손준성 보냄' 고발장을 작성하지 않았으며, 이 고발장 파일이 어떤 경위로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자) 손에 들어갔는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고발장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데 대해서는 자신이 '반송' 처리한 여러 고소·고발장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공수처는 손 전 정책관을 비롯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 등이 고발장 작성 등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거로 의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윤 전 총장의 지시나 승인, 또는 묵인 등에 의해 행해졌을 거로 보고 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의 관여 여부를 본격 수사하기 위해서는 그의 '눈과 귀'의 역할을 했던 손 전 정책관의 혐의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 그의 세 번째 출석이 머지않은 시일 내 있을 거로 예상된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뿐만 아니라 '판사사찰 문건 의혹' 관련해서도 윤 전 총장과 손 전 정책관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며 이들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총력을 펴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손 전 정책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한 바 있다. 이후 두 차례의 소환조사와 추가 입건 등 상황 변화가 있었던 만큼 손 전 정책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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