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숙 박사(남북하나재단, 한반도평화연구원 연구위원)가 25일 발행된 한반도평화연구원(KPI) ‘이슈 브리프’ 제16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신 박사는 “코로나19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에 있어서도 문제를 던지고 있다. 우선 북한이탈주민 국내 입국자 수가 대폭 감소했다. 코로나가 몰고 온 대표적인 물리적 조치가 국경 봉쇄, 즉 국가 간 이동 금지, 사람 간 접촉의 최소화”라며 “북중 국경이 봉쇄되었다. 중국, 러시아, 몽골,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탈북 루트로 알려진 모든 국경이 차단되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경유하는 국가로 알려진 베트남의 경우에 코로나 발생 초기 국경을 강력하게 봉쇄하였다. 불법체류자인 북한이탈주민의 국경을 넘는 이동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며 “한 해 3000여명에 가까웠던 입국자 수가 김정은 집권 이후 매년 1500명 아래로 감소했고, 코로나로 인해 2020년에는 229명으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한원 입소 인원은 57명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입국 인원의 감소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코로나19는 한국에서의 생활기반이 약한 북한이탈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이 코로나로 인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면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종, 송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영향을 받고 있고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일반국민에 비해 비정규직, 대면 서비스업종, 송상공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경우에 코로나 여파로 인한 어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학교교육이 비대면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되면서 학생들의 교육 문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온라인 학습 인프라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약계층 청소년들은 비대면 교육을 할 수 있는 컴퓨터 설비, 학습 공간, 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 등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북한이탈주민의 다수가 여성이고, 한부모가정, 기초생계수급 가정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의 학습지원과 돌봄, 생계활동을 유지하기에는 코로나19가 많은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심리정서적 안정과 가족의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집이 먹고 자고 배우고 일하는 공간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불안감, 우울감이 증가하고 정신적 행복감이 타격을 받으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며 “사회적 관계와 경험은 단절된 채 가정으로 사회적 관계,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가 취약계층으로 구성된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의 문제, 나아가 우리사회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비포용적 환경의 문제에 다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포스트 코로나를 전망하면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에 대한 조망과 성찰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신 박사는 “정부 차원에서는 현재 양질의 일자리 지원을 위해 구직구인등록 시스템, 취업알선과 상담 등 취업지원센터와 취업상담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구직자 지원을 위해 직업훈련교육, 취업취약계층 발굴과 지원 서비스, 단기연수 사업, 재북전문직 양성과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과 자립촉진을 위해 사회적 기업 및 자활사업 운영 지원, 영농정착 및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 노동시장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며 “취업대상으로는 여성과 청년층 취업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소하였고,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직에 비해 임시직과 일용직 취업자가, 사업체 규모별로는 소규모 사업체가, 상업별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가 더 많이 줄어들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고용 취약계층, 고용 안정성이 약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취업자가 많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코로나 이후 자립자활 정책에 대한 대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숙박 및 음식점업, 도매 및 소매업, 예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강사 및 교육 서비스업, 제조업 등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를 회복할 수 있는 지원, 일감이나 수입이 줄어드는 직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업종에 온라인 판매망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거나 보건·방역 관계 종사자, 소프트웨어개발자 등 언컨택트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물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노동정책은 고용노동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정책방향을 수립하고 기조의 고용보험 안전망을 더욱 확대하고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을 파악해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당분간 북한이탈주민 입국자 숫자가 증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 상황이 위기일 수도 있지만, 거시적 차원에서 정착지원의 방향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존에 정착한 사람은 물론 새로 입국한 사람을 아울러 전체적인 삶의 질, 그리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이나 상황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혼자 정착을 아무리 잘 해도 가족 구성원 중에 하나가 어렵거나 위기에 처한다면 그 변화로 삶이 흔들릴 수 있다. 전체 북한이탈주민이 장기적으로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한 이슈”라고 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북한이탈주민 입국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여성 입국자, 국경지역 거주가, 젊은층 중심 탈북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들의 재북시 직업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가족 구성에 있어서도 북한 출생 뿐 아니라 제3국 출생, 한국 출생 자녀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이탈주민 누계 인원의 확대, 국내 거주 연차의 확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이주민적 입국 성격 등을 정착지원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통일에 대비한 특별한 보호 대상에서 일반국민으로서 사회안전망 보호 대상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며 “보다 거시적으로는 그동안 북한이탈주민 1세대, 1.5세대 지원정책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2세대, 3세대 지원을 포괄하는 가족통합 지원으로 확장적 준비를 할 때”고 했다.
신 박사는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적응하고 교육을 통해 자립역량을 갖추도록 다양한 지원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학비 지원과 대학특례 입학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며 “일반학교에서는 교사와 탈북학생간 멘토링 제도, 재북교사 출신 통일전담교육사 등을 통한 학교 적응과 학습 지원, 진로진학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와 교육시설 운영 지원을 통해 이 학생들에게 특화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탈여성 대다수는 자녀를 돌보면서 경제활동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자녀의 건강관리, 수업태도, 생활습관 형성, 온라인 학습 지원 등 학습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가정 내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 편식, 대화 단절, 우울감 증가 등 심리정서적인 어려움도 토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취약계층 탈북청소년의 교육과 돌봄의 지지체계를 어떻게 갖추어 갈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자연환경, 생태환경이 인간 환경과 긴밀히 연계되었음을 체감하고 있다. 나의 안전과 생명이 가족, 사회, 국가, 전 세계 인류와 연관되었음을 인지하고 있다. 상생 공존의 가치가 중요함을 깨달아 가고 있다. 한국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안전과 삶의 질이 전체 국민의 삶의 질과 연계되어 있다”며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주민, 남북한 주민이 평화적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공동체라는 인식 속에서 함께 상호이해하고 상호 변화를 모색해야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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