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논란이다.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언론계를 비롯해 정치·시민사회 등에서 ’언론징벌법’ ‘언론재갈법’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핵심 논란 조항은 법원이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법안 제30조의2 제1항)이다.
법안은 어떤 경우에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지(법안 제30조의2 제2항), 그리고 ‘허위·조작보도’(법안 제2조 17의3)란 무엇인지도 각각 정의하고 있다.
개정안에 대해선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법안 제17조의2 제1항 제1호)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법안 제30조의2 제2항 제1호) 등의 표현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허위·조작보도의 개념 정의에도 불구하고 그 판단이 쉽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게 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다는 주장이 있다. 지금도 형사상 명예훼손 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결국 이런 독소조항들로 인해 ‘언론·출판의 자유’(헌법 제21조 1항)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오늘날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고 있다. 그로 인한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그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입게되는 피해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표현의 자유의 골간인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무엇보다 권력에 대한 견재가 어려워진다. 독재 내지 권위주의 국가에서 이런 자유가 제한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빠른 시간 안에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표현의 자유에 힘입은 바 크다. 과거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이들은 정권의 ‘언론 겸열’에 맞서 ‘칼’보다 강한 ‘펜’을 지키려 애썼다.
그런데 민주화 운동을 자랑스러워하는 지금의 집권 여당이 자칫 언론·출판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너무 많이 거론돼서 이젠 새롭지도 않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까? 아니면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해야 할까. 권력을 가지니 입장이 바뀌었나?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 문제는 비단 신문이나 방송 같은 언론 ‘매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회 전 영역과 관련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로’(言路)가 좁아지면 결국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고, 그런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표현의 자유는 ‘말씀’의 종교라 할 있는 기독교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에 한국교회, 그 중에서도 ‘진보’로 자처하는 단체와 인사들이 준엄하게 꾸짖어야 한다. 그들은 스스로 지난 날의 군부 독재를 ‘엄혹했다’고 말하곤 한다. 옳다고 믿고 확신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했던 시절을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리라. 다시 그 옛날 ‘민주화 정신’을 상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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