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나님이여 이 일을 인하여 나를 기억하옵소서 (느 13:14a)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의 한 대목이다. 그 시에서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오는 구절이다. 시인은 상호간의 관계가 몸짓에 지나지 않는 데서 눈짓으로 발전되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눈짓이란 서로 의미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이해한다. 나는 성경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을 '기억'이란 단어를 통해 설명해 보고 싶다. 성경에서 검색해보니 '기억'이란 단어는 한글성경으론 184회 정도, 영어로는 remember로 검색해보니 235회 정도로 검색되었다.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노아와 방주에 탄 생명체들을 기억하시겠다는 말씀하셨다(창 8:1). 그리고 하나님이 노아와 생명체들과 자신과 사이에 세운 언약을 기억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신다(9:15,16). 그리고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기억하사 롯을 구출해 주신 것이 기록되어 있다(19:29). 그리고 하나님이 라헬을 기억하사 그녀의 태를 여신 것이 기록되어 있다(30:22). 라반이 야곱에게 사람이 보지 않더라도 하나님이 증인이신 것을 기억하라고 당부한다(31:5). 40:14절에서 요셉이 술 맡은 관원장에게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과 술 맡은 관원장이 그것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있다(40:14,23). 7년 흉년의 때에 7년 풍년이 기억되지 않는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41:31).
출애굽기를 보면,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음소리를 들으시며 믿음의 조상들과 한 약속을 기억하신다(2:24, 6:5). 또한, 하나님의 존재와 그 말씀과 안식일이 계속 기억되기를 바라신다는 말씀들이 있다(3:15, 17:14, 20:8). 하나님도 자신이 하신 약속을 기억하시겠다는 내용들이 반복되어 있다. 기억에 대한 성경말씀들은 이렇게 주욱 계속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관련하여 마음에 울리는 말씀들은 히스기야와 느헤미야의 기도에 담긴 내용들이다. 히스기야는 죽음 선고 앞에서 하나님께 자신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살았는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려고 애썼는지를 기억해 달라고 울면서 간청한다(왕하 20:3, 대하 24:22). 그리고 느헤미야는 자신이 어려운 가운데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한 일을 행하고서 반드시 하나님께 그것을 기억해 달라고 기도한다(느 5:19, 13:14, 31). 그는 자신이 하나님께 기억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랬다. 돈도 안정된 삶도 명예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나님께 기억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그의 인생의 최대 목표였고 가치였다.
우리는 신약에 들어와서 한 심금을 울리는 기도를 듣는다. 그것은 십자가에 예수님 옆에 못 박혔던 강도가 한 기도이다.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 나를 기억하옵소서" (개역한글, 눅 23:42). 그는 인생 마지막에 하나님의 나라에서 예수님에게 기억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랬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소원이었고 예수님은 그의 간구를 들어주시고 그를 기억하실 것을 약속하셨다.
이상이 성경에서 기억에 대한 기록들을 간단히 살펴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상대방에게 기억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기억하시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최고의 의미와 가치와 행복을 느낀다. 사람들이 다 나를 알아주어도 하나님이 기억하지 못하신다면 나의 인생은 무가치한 인생일 뿐이다.
우리가 하나님께 기억되는 인물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먼저 하나님을 기억해야 한다. 기억이란 단어는 영어로는 remember이다. 이것은 re + member로 분해할 수 있다. member는 구성원, 회원, 지체, 식구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단어분석을 통해서 본 '기억'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누군가를 기억한다면 그를 나의 삶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가 내 삶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분명하다.
그렇다. 내가 하나님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내가 하나님의 명령과 말씀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하나님을 내 삶의 구성원으로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명령을 나의 삶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보는 것이다. 하나님도 우리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하신다. 하나님도 우리에게 의미가 되고 싶어 하신다. 꽃이 되고 싶어 하신다. 우리가 하나님을 기억하면 하나님도 우리를 기억하신다(요 14:21). 우리는 기억되는 존재가 될 때 행복하다.
김갈렙 목사 (UBF 세계선교부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