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아웃
영화 <낫아웃>은 이 땅의 좌절한 청춘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끝난 것 같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잠언 24:16) ©영화 <낫아웃> 스틸컷

열아홉 살 광호는 장래가 유망한 고교야구 선수입니다.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그의 미래는 더욱 밝아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막상 프로 선수를 뽑는 드래프트(프로야구단이 뽑고 싶은 선수를 공개적으로 지명하는 제도)가 열리자 광호는 탈락합니다.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셈이죠. 야구를 계속하고 싶은 광호는 대학팀에라도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려면 감독에게 뒷돈을 줘야 하는 것이죠. 허름한 칼국수집을 하는 광호네는 큰돈을 마련할 방법이 딱히 없습니다. 돈이 궁했던 광호는 가짜 휘발유를 만들어 파는 일에 가담합니다. 급기야 목돈을 손에 쥐겠다고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됩니다.

열아홉 인생, 부조리

야구 유망주 광호는 그저 자신의 실력으로 정당하게 평가받고 싶은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 소박한 바람조차 이루기 어렵습니다. 소위 ‘흙수저’이기 때문이죠. 실력이 뛰어남에도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능력을 펼쳐 보일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는 건 열아홉 청춘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조리한 현실이었습니다. 더 이상 꿈꿀 수 없게 된 청춘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었죠.

낫아웃
영화 <낫아웃> 포스터. 정재광(광호 役), 정승길(승길 役), 김희창(감독 役), 이규성(민철 役), 송이재(수현 役) ©제작 ㈜키즈리턴, 이안필름, 배급 kth, 판씨네마㈜

궁지에 몰린 광호가 감독에게 “나 어디로 가요?”라고 묻는 장면은 꿈을 이루고 싶지만 길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청춘의 표상과도 같습니다. 광호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동료가 떨어져야 합니다. 동료와의 갈등은 물론, 동료가 건넨 뒷돈을 받은 감독과의 갈등도 필연적이죠. 광호는 고집을 꺾지 않고 특기자로 대학에 응시합니다. 그리고 실기시험을 치르는데요. 시험감독관은 일부러 광호가 잡기 어렵도록 공을 이상하게 던집니다. 광호는 처음에 악착같이 공을 잡아냈지만, 마침내 불합격이 정해져 있음을 알아챈 듯 나뒹굴고 말죠. 숨을 헐떡이는 광호의 모습은 그의 서글픈 심정을 잘 대변하는 한편, 실력이 있음에도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청춘의 무력함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변부로 내몰린 이들의 꿈

인간 사회는 경제적 진보를 위해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따라 인간을 두 분류로 구분해 냅니다. 그 과정에서 효용이 없다고 판단되는 존재는 마치 용도폐기 되듯이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나게 되죠. 주변부로 내몰린 사람들은 끊임없이 중심부로 들어가기를 시도합니다. 그런데 그 중심부로 가기 위해서는 높다란 진입장벽을 넘어야만 하죠. 그 진입장벽이 ‘공정함’이라는 토대 위에 서 있을 때 그 사회는 건강함을 유지합니다. 중심부를 향한 청춘들의 꿈이 무망한 것이 아니라 도전해 볼 만한 것일 때 청춘들은 생기를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청춘들은 꿈꾸기조차 어렵기에 가상화폐와 주식으로 꿈을 대체하려는 게 아닐까요.

아직은 ‘아웃’이 아니다

노재원
‘사랑하는 우리교회’에서 청년 및 청소년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노재원 목사 ©기독일보 DB

야구에서 ‘낫아웃’이란 비록 스트라이크 아웃이 된 타자라도 포기하지 않고 1루까지 전력질주를 하면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규칙입니다. 영화는 제목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에게 성공의 기회가 열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뒷바라지를 원하는 철부지 광호가 아버지에게 감정을 폭발할 때 아버지는 광호를 부둥켜안고 이렇게 말합니다. “할 수 있어”, “하면 되지”. 이 대사는 부조리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흙수저들을 향한, 우리 모두를 향한 따뜻한 응원과도 같지요.

우여곡절 끝에 광호는 대학 야구팀에 들어갑니다. 팀원들과 힘차게 구보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되죠. 광호가 졸업 후 프로팀에 뽑히게 될지,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낫아웃>이라는 제목처럼, 광호의 야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영화는 이 땅의 좌절한 청춘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끝난 것 같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잠언 24:16)

노재원 목사는 현재 <사랑하는 우리교회>(예장 합동)에서 청년 및 청소년 사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아는 만큼 보이는 성경>을 통해 기독교와 대중문화에 대한 사유를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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