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익 목사(벧샬롬교회 담임)가 지난 9일 TGC 코리아 복음연합 홈페이지에 ‘복음은 관계 속에서 경험되어야 한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김 목사는 “교회 강단에서 선포되는 복음은 관계 속에서 경험될 필요가 있다. 복음의 역동성은 우리 머릿속에, 혹은 신자 개개인의 내면의 변화로 제한될 수 없다. 복음이 신자 안에서 만들어내는 변화는 관계를 통해 역동적으로 드러난다”고 했다.
이어 “복음은,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죄인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관계의 변화를 만든다”며 “그리고 복음은 음녀 같은 존재를 그리스도의 순결한 신부가 되게 한다. 이뿐인가? 십자가의 복음은 원수 되었던 유대인과 이방인들 사이에 가로막힌 담을 헐어버리고 하나가 된 하나님의 가족이 되게 한다(엡 2:13~19). 복음은 이렇게 관계를 변화시키는 역동성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자가 관계 속에서 복음을 경험하는 일차적 장소는 가정이다.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복음은 가정 안에서 내가 맺는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복음은 그 관계 맺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며 “복음은 먼저 부부 관계와 부모 자녀 관계에서 경험되고 열매를 맺어야 한다. 온전한 복음을 안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율법주의자 아빠와 엄마, 율법주의자 남편과 아내일 수 있다. 복음을 전하는 목사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복음의 은혜를 드러내는 부모나 배우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복음이 관계 속에서 경험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복음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부부 관계와 부모 자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먼저, 복음이 경험되지 않는 관계가 무엇인지를 말하는 편이 좋겠다. 그것은 율법주의가 지배하는 관계”라며 “부부 관계든 부모 자녀 관계든 율법주의가 관계의 기초가 되면, 그것은 상대방을 향한 요구와 그 요구를 만족시킨 결과, 그리고 거기에 주어지는 상벌의 개념에 기초하는 조건적 관계를 넘어서기 어렵다. 그것은 엄격함의 기운과 조건의 문화를 촉진한다. 여기서는 ‘자격’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했다.
이어 “어쩌면 이것은 우리나라의 대다수 평범한 가정이 경험하는 모습일지 모른다. 율법주의가 지배하는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나의 태도는 그가 내게 보여준 태도에 대한 결과이고 반응이다. ‘네가 내 요구대로 해주면, 나도 네게 이것을 줄 수 있어’라는 말은 율법주의적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라며 “부모가 자녀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고, (대개는 이런 유치한 방식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그런 방식으로 생각과 반응이 작동한다.) 부부 관계도 이런 방식으로 작동될 수 있다. 관계는 조건적이고, 내가 상대방에게 인정을 받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것이 관계적 행동의 동기로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공부하고, 아빠의 인정을 얻기 위해 행동한다. 남편의 사랑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아내, 아내의 인정을 구하는 남편의 모습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 아닌가”라며 “이런 관계들 속에서는 설령 자신이 원하는 인정과 사랑을 얻어낸다고 할지라도, 이것은 언제나 나 하기에 달린 것이고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것이기에 늘 불안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은 관계 속에서 복음이 경험되는 가정이 아니”라고 했다.
김 목사는 “복음은 우리가 가정에서 경험하던 이런 관계의 패턴을 완전히 뒤집어놓는다. 가정에서 복음을 경험케 만드는 것은 은혜”라며 “은혜는 우리가 맺는 관계에서 설정하는 모든 조건을 무너뜨린다. 그 은혜가 흘러나오는 원천은 복음이다.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나 조건이 내게 없음을 복음은 알게 해준다. 모든 것이 넘치는 하나님 은혜다. 은혜는 살게 하는 힘이고 조건 없이 사랑하게 하는 동력”이라고 했다.
이어 “은혜는 소중한 배우자에게, 그리고 부모와 자녀에게 조건 없는 은혜를 베풀게 한다. 내가 부모와 배우자로부터 받은 게 많기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 안에서 내게 모든 것을 이루어주셨고 내가 그 은혜와 다함없는 사랑에 만족하기 때문에,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에게 은혜를 베푸는 자가 되는 것”이라며 “나아가서, 복음의 은혜는 배우자의 인정이나 부모의 인정, 자녀의 존경이라는 마음의 우상을 무너뜨리는 힘이 있어서, 조건에 매여 살거나 행동하지 않게 만들어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자의 삶은 매일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삶이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이 실패하는가”라며 “그래서 우리는 이 실패의 지점에서 용서라는 복음의 은혜를 경험하게 된다. ‘신자의 전 생애는 회개’라고 마틴 루터가 말했듯이, 우리는 날마다 회개하는 신자로 살아가야 한다”며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과 나의 관계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부부 관계와 부모 자녀 관계에서 우리는 매일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는 일을 경험해야 한다. 용서하고 용서받는 것은 복음이 관계 속에서 가장 짜릿하게 경험되는 순간”이라고 했다.
아울러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가정에서, 부부 간에 용서를 구하고 받는 것은 그리 익숙한 일이 아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용서를 구할 수는 있더라도, 자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부모를 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며 “하지만, 복음에는 이 모든 전형적인 관계를 뒤집는 힘이 있다. 복음의 은혜를 드러내는 관계에서 실패했을 때, 신자인 우리는 남편이나 아내에게, 그리고 부모와 자녀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다.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한 신자는 날마다 가정에서도 그 은혜를 경험하고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경험되는 복음의 은혜는 우리의 가정을 복음으로 견고하게 세워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