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기독교 문학 작가인 미우라 아야코(三浦 綾子)가 쓴 ‘신약성경 입문’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 대목이 기억납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앞에 ‘우리에게’란 단어를 발견하고선 큰 은혜를 받았다는 글이었지요. 이 글을 읽은 후 주기도문에 ‘우리’란 단어가 몇 번 나올까 세어본 일이 있습니다. 모두 여섯 번입니다. (영어엔 아홉 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예배는 개인보다는 공동체, 교회 전체가 함께 드리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마5:23-24)

예배는 함께 드리는 것입니다. 주일 예배순서를 살펴보면 회중과 함께 하는 순서가 대부분입니다. 찬송을 함께 부르고, 주기도문을 함께 드리며 함께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합니다. 시편을 인도자와 회중이 함께 교독하는가 하면 성가대가 함께 합창을 하죠. 심지어 장로의 대표기도까지도 다른 나라에서는 회중이 함께 드리는 공동 기도문입니다.

찬송을 하거나 기도를 하거나 교독을 하거나 함께 드리는 맛과 즐거움이 있어야 합니다. 주기도문이나 신앙고백을 할 땐 옆 사람과 음조와 리듬을 맞추어 같이 띄어주고 같이 숨을 쉬어 템포를 맞추어야 합니다.

공중예배에 있어서 찬송 시의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는 ‘우리’라는 단어입니다. 찬송가의 첫 장부터 62장까지 분류된 ‘예배’ 항목의 찬송 시를 보면 ‘나’라는 단어보다 ‘우리’란 단어가 대부분입니다.

“거룩, 거룩, 거룩, 전능하신 주님, 이른 아침 우리 주를 찬송합니다.
거룩, 거룩, 거룩, 자비하신 주님, 성삼위일체 우리 주로다.”(찬 8장 1절)

찬송의 연주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중이 함께 찬송할 때 아무리 개인의 성대가 좋고 음악성이 뛰어난다 할지라도 목소리를 높여선 안 됩니다. (집회 때 부르는 가스펠 찬양이면 모르되) 그러기에 예배 시 회중 찬송은 목청보다 귀로 노래해야 합니다. 교회 공간 가운데 찬송의 잔향을 느끼며 함께 부르는 기쁨, 하늘로 상달 되는 느낌을 맛보아야 하니까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예배에서 인도자는 회중 찬송을 부를 때 마이크를 대고 큰 목소리로 리드합니다. 더욱이 목소리가 좋을수록 자신의 음성을 귀로 확인하려 하지요. 심지어 강대상을 두드리며 템포도 리드하지요. 그러나 예배는 공동체로 드리는 것이기에 모인 무리들이 함께 부르는 합창이 되어야 합니다. 인도자 개인의 독창이어선 안 됩니다. 마이크를 통한 예배인도자의 금속성 소리는 공동체의 연합한 소리를 망가트립니다. 인도자는 마이크에서 멀리 떨어져 속삭이듯 노래해야 하며 간혹 인도자의 소리가 회중을 압도할 경우 음향조정실에서 볼륨을 낮추도록 교육해야 할 것입니다. 회중들이 자신들이 부르는 찬송 소리가 주위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로 어울림을 느낄 때 ‘우리 의식’을 가지게 되고, 아울러 높은 천정과 공간에서 울리는 잔향을 들으면서 우리의 찬송이 곧바로 하늘 위로 상달되는 분위기에 젖게 됩니다. 공중예배 때 찬송 인도자는 강대 위의 인도자도 아니고, 지휘자도 아니며, 오로지 오르가니스트(반주자)입니다. 회중들의 속도가 잘 맞지 않을 때는 지휘자가 성가대를 통해 오르가니스트의 템포를 도우면 되는 것입니다.

공동체를 느낄 수 있는 전통적인 찬송가 창법(唱法)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전주의 종지(終止)음과 각 절의 종지음마다 길이에 상관없이 페르마타를 붙입니다. 오르간과 함께 마지막 음을 길게 늘인 다음, 1박자 정도 여유 있게 큰 숨을 쉬고 난 뒤, 다음 절에선 제 속도대로 노래하는 것이지요. 짧은 순간이지만 종지(마침)의 잔향을 듣고 다음 절을 노래하는 것은 공중예배에서 경건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좋은 방법입니다. 대부분 그 분위기를 잘 몰라 매 절 구별 없이 부르므로 오르가니스트와 목회자 그리고 회중들의 각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예배인도자는 마이크에 입을 대고 힘껏 불러 회중들의 함께하는 즐거움을 빼앗아선 안 됩니다. 찬송을 부르면서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사랑과 함께 예배하는 모든 이들의 사랑도 서로 느끼며 부르는 찬송,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예배 중 감동 있는 최고의 순서입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133;1)

김명엽
김명엽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기독일보 DB ©기독일보 DB

이 글은 필자가 진행하는 유튜브 ‘김명엽의 찬송교실’ 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명엽 교수(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프로필>
연세대 교수, 추계예대 교수 역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서울시합창단 단장 역임
한국지휘자협회 고문
제66회 서울시문화상 수상
현)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서울바하합창단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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