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대인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세 가지를 못한다. 우선 컴퓨터를 잘 못한다. 그리고 은행 업무를 못하고, 운전을 못한다. 그러니 나는 완전히 구시대 아날로그 사람이다. 나는 지금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하지만 컴퓨터도 독수리 타법으로 겨우 이메일을 하고, 필요한 것을 검색해보는 정도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다. 글을 써보려고 컴퓨터 자판기를 보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다. 그런데 종이에다 볼펜을 들고 앉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글이 술술 써진다. 그러니 나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데 순발력도 떨어지고, 정보도 느리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나는 아날로그 사람이니, 완전히 디지털 장애자로 생각한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나는 1980년부터 기관장을 했었다. 그러니 옆에는 꼭 비서와 운전기사가 있었다. 물론 나는 2종 보통운전면허도 있다. 그러나 나는 컴퓨터를 할 일도, 운전을 할 일도, 은행 업무를 할 일도 없었다. 이런 생활이 수십 년 되다보니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여러해 전에 내 일을 도와주는 비서에게 컴퓨터를 좀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총장님이 그런 것까지 다해 버리면, 우린 뭐 먹고 삽니까?”라고 해서, 더 이상 그 일에 말을 못 부쳐봤다. 주변에 지인들이 와서 컴퓨터를 잘 배우면 지금보다 더 크게 일할 수 있다고 권면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고, 컴퓨터를 잘못 건드리면 고장이 날 것 같고, 뒤죽박죽이 될 것 같아 그냥 하던 대로 항상 왕 초보자리에 머물고 있다. 또한 운전 초보시절에 내가 몰던 자동차가 동네 약국으로 돌진해서 진열장을 박살낸 일도 있었다. 그 후 겁이 나서 고속도로는 아예 주행을 한 적이 없다.
이렇게 나는 우리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면서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종이에 긁적거린 글을 도우미가 컴퓨터에 입력한 것을 가지고, 카톡을 보내고, 책을 내기도 한다. 어찌 보면 참으로 미련하고 바보 같은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그래도 나는 일 년에 크든 작든 책 한 권은 꼭 내는 편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문명의 이기가 너무 좋기에 아예 생각이 없어졌다. 모두가 간단한 토막 지식은 컴퓨터에서 얻고, 편리한 정보를 뽑아서 적절히 대처하는데 선수들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디지털에 빠져 있는 지금 시대 사람들이 반드시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없을 듯하다. 물론 스마트폰 사용을 통해서 온갖 편리한 일을 하는 것은 맞다. 스마트폰은 손 안에 있는 컴퓨터라고 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나는 컴퓨터, 스마트폰, 운전, 은행 업무를 겁이 나서 잘 못한다. 그러나 내가 유일하게 겁이 없는 분야가 있다. 그것은 대중에게 복음을 전하는 설교이다. 나는 수천 명, 수만 명의 사람들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으심과 육체적 부활과 칼빈주의적 신앙의 확신을 선포 할 때는,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겨나는지, 큰 소리로 고함치고 증거하기를 어언 반세기가 넘었다.
나는 생각한다. 비록 내가 오늘의 시대에 뒤떨어진 디지털 장애인에다 운전도 못하고, 은행 업무도 잘 못하지만, 내게 맡겨진 사명이 있었기에 잘 버티고 여기까지 온 것을 감사할 뿐이다. 최근 오스카상을 탄 배우 윤여정 씨의 인터뷰 중에, <오래 잘 버티니 되더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므로 70~80이라는 나이로 주눅들어 현대 문명에 소외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전에 하던 데로 나이든 사람은 나이든 데로, 사명을 감당하고 버텨주는 것도 소중한 일이라고 본다.
현대는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다. IT강국 한국에서 자칫 한 순간을 방심하면 전혀 따라갈 수 없는 때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이른바 2030, 4050세대들이 시대를 앞질러 가는 듯하지만, 성경에는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다>는 말씀이 있다. 시니어 세대들은 디지털 시대에 약간 불편한 것은 맞지만, 과거의 숱한 경험에서 축적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의 스승이요, 멘토였던 하비 칸 박사(Dr. H. Conn)의 “영원한 말씀과 변하는 세상(Eternal word and Changing World)”라는 책 제목이 생각난다. 세상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빠르게 변하지만, 우리는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에서 평화를 얻고, 희망과 확신을 갖는다.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대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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