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운동의 추종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린 것은 불같은 고난을 견뎌야 했던 안디옥에서였다. 제자, 따로 부름받은 자, 사도, 신자, 성도, 그 길의 사람들 등…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여러 용어가 있지만,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에는 박해와 순교마저 감당할 정도로 그리스도와 전적으로 동일시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기독교 역사를 지나오면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은 신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었을까?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으로 여기는 것이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줄 책이 있다. 제임스 휴스턴, 옌스 치머만의 신간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가 19일 발간됐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성경과 역사를 총망라하여 경이롭게 풀어낸 기독교 정체성의 문화사(文化史)이다.
이 책은 성경과 기독교 역사 속 중요 인물들의 생애를 집대성하며, 흔히 이야기되지 않는 인물들까지도 고루 조명한다. 또 아브라함을 시작으로 신약, 초기 교회, 중세, 종교개혁, 근대, 20세기까지 총 42명의 각 인물의 저서와 사상까지 충실하게 탐색하며 역사적 그리스도인들의 생애를 깊이 있게 다룬다. 그러므로 전체 기독교 역사를 통시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오늘날 시대를 위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 책은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역사 구성의 일환으로, 초대교회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특수하고도 변화하는 문화적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그리스도인의 자기 정체성의 역사를 기록한다. 원제 ‘Sources of the Christian Self’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찰스 테일러의 고전 『자아의 원천들』(Sources of the Self)에서 촉발시킨 현대적 인간 정체성에 관한 선구적 논의를 채택하고 적용했다. 그러나 일반론적인 역사 개괄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맥락을 고려하여 전기적 서사(biographical narrative)로 기록한 기독교 정체성의 문화사다.
기독교 정체성은 자신의 삶 전체를 단순하게 그리고 전적으로 그리스도와 동일시하는 데서 시작하며, 나아가 그리스도와의 동일시는 내적 혹은 도덕적 변화를 넘어 한 사람의 정체성 전체로 확장된다. 이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한 가지 측면은 주체가 ‘그리스도 안에 있다’라는 말의 의미를 발견하면서 경험하는 정체성의 근본적이고 반문화적인 패러다임 전환, 곧 ‘메타노이아’(metanoia)다. 그런데 이러한 보편적 전환은 서로 다른 사회적 상황 속에서 실현되므로, 기독교 정체성이 삶으로 드러나는 양상은 서로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베드로에게 ‘메타노이아’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는 것이었고, 바울에게는 더 이상 “바리새인 중의 한 바리새인”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순교자 유스티누스에게는 “기독교”라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기존의 유대교 및 로마 문화와 단절하는 것이었고, 아빌라의 테레사에게는 명예와 평판에 연연하는 이중적 삶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생생하고 직접적인 “은총”을 받는 신비가가 되는 것이었다. 칼뱅에게는 시대의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 하나님 아버지의 손안에서 안전을 누리는 것이었으며, C. S. 루이스에게는 극단적 자기 부인을 버리고 온전하고 충만하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었다.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 안셀무스, 아퀴나스, 노리치의 줄리언, 루터, 칼뱅, 아빌라의 테레사, 잔느 귀용, 조너선 에드워즈, 키르케고르, 카를 바르트, C. S. 루이스, 본회퍼 등…. 이들 중요한 기독교 사상가들이 남긴 자전적 자료들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형성에 참고가 되는 중요한 측면들을 제시해 준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정체성 형성의 문화적·실천적 자료들, 곧 이름 바꿈, 특별한 기도 습관, 성경의 형태와 사용 방법, 성경 인물과의 동일시, 편지, 회고록과 일기, 찬송가와 같은 음악 형식, 예배 형식 등을 모두 활용한다. 이를 통해 전체 기독교 역사 속 대표적 인물들의 전기 모음집이자, 성경과 역사를 비롯하여 신학과 철학, 문학까지 아우르며 기독교 인간론의 찬란한 윤곽을 드러내는 거대한 여정이 펼쳐진다.
교회가 시대의 필요에 응답하기는커녕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종종 지목되는 오늘날, 역설적으로 진정한 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고자 하는 갈증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런 때에 역사적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통시적으로 고찰함으로써 그리스도인 정체성의 원천들을 탐색하는 것은 시기적절한 일일 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뼈아픈 질문과 도전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기독교 정체성을 연구하는 연구자, 성경과 역사를 함께 돌아보며 기독교 인간론을 이해하려는 목회자와 신학생, 그리스도인의 본질을 고민하고 탐구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 등 기독교 역사 속 중요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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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프리즘을 통과하면 무지개가 된다. 이 책에는 그리스도의 빛이 그리스도인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만들어 낸 42개의 아름다운 무지개가 실려 있다. 그것은 성경에서 시작해서 교부 시대, 중세, 초기 근대를 지나 계몽주의 시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나는 크리스티아노스다’라는 자기 정체성을 간직한 인물들에 대한 42가지의 해석이기도 하다. 놀라지 마시라! 그 안에는 심지어 구약의 인물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폭넓고 다양한 탐구를 통해 이 책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누구인가, 또 누가 되어야 하는가를 일관되게 보여준다. 곁에 두고 거듭 읽고 싶은 책이다. - 김용규 (『데칼로그』·『생각의 시대』 저자)
이 기념비적 작품은 기독교적 정체성을 연구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참고해야 할 책이다. - 스캇 맥나이트 (신약학 교수, Northern Seminary (Lombard, IL))
회심은 단순한 감정적 격동이 아니라 정체성의 변화다.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갖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놀랍게도 우리에게 회심의 모습을 보여 줄 뿐 아니라 촉구하기까지 한다. 죄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분노하는 부흥사적 목소리는 전혀 없지만, 성경과 역사 가운데 그리스도인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또한 어떤 존재였는지를 말해 주는 수많은 학자들의 초상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방대하고 탁월한 저술을 보며 그리스도인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나아가 그리스도가 어떤 존재인지까지 볼 수 있다. 역사 속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야말로 자신이 따르고 섬기며 닮아야 할 모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성 문제 때문에 괴로워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하며 혼란을 겪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책을 진지하게 상대하며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미심쩍다면, 줄리 캔리스가 25장에서 묘사한 장 칼뱅의 세 번의 회심 이야기라도 읽어 보라! 책 전체를 읽고 싶게 될 것이다. - 이정규 (『야근하는 당신에게』, 『회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저자, 시광교회 담임 목사)
성경과 기독교 역사 속 하나님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지켜나갔을까? 이 책은 그들이 맞닥뜨린 구체적 현실 속에서의 삶의 여정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이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힘들고 어려운 삶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그리스도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지키며 살 수 있는지를 이론적 교리가 아닌 하나님의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너무도 필요한 책이자, 누구보다도 내게 가장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의 출간이 너무도 반갑다. - 윤철호 (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명예교수, 『인간』 저자)
저자소개
제임스 휴스턴 (James Houston) - 우리 시대 살아 있는 영성 신학의 대가이다. 영국 에든버러에서 선교사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에든버러 대학을 졸업하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지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옥스퍼드 Hertford College에서 개별 지도교수로 가르쳤다. 1961~1962년 캐나다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IVF 어바나 선교 컨퍼런스에 참여한 후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킨 신비를 체험하게 된다. 그로부터 8년 뒤 캐나다 밴쿠버로 가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는 소명을 받고, Regent College를 설립하여 초대 학장을 지내며 영성 신학을 강의했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60년이 넘도록 학교에서 지내는 동안 그는, 수천에 이르는 이들의 멘토가 되어 그들의 말에 귀 기울였고 따뜻한 상담자가 되어 주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지난 삶을 고백하며 기독교 신앙의 근본 확신에 대해 쓴 책 「즐거운 망명자」에는 제임스 휴스턴의 인격적, 학문적 면모가 진하게 배어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저서로는 이 책 외에 「멘토링 받는 삶」, 「기도-하나님과의 우정」(이상 IVP), In Pursuit of Happiness, The Hearth's Desire, The Prayer, The Desire, The Fulfillment, The Creator, Letters of Faith Through the Seasons 등 4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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