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깨어 있음』
 ©도서『깨어 있음』

‘깨어 있음’(watchfulness)은 묵상과 함께 현대인이 잃어버린 능력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한편 청교도인들에게는 둘 다 매우 중요한 일상의 경건 훈련으로 강단과 책에서 빠짐없이 강조되었다. 브라이언 헤지스는 리디머 교회 담임목사로  등의 책을 썼고 국내엔 이 책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영적 훈련 관련 신앙 서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국내 잘 알려진 도널드 휘트니는 이 책에 “추천의 글”을 쓰면서 청교도 전문가인 제임스 패커가 <영적 훈련>을 쓰고 있던 휘트니에게 책의 한 장을 할애하여 “깨어 있음”을 정리해보라고 권면했는데, 브라이언 헤지스가 자신이 하지 못한 그 일을 대신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잘해주었다고 칭찬한다.

헤지스는 현대인들에게 생소한 “깨어 있음”을 신문 기자의 취재 원칙대로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무엇을 형식으로 다룬다(책의 순서는 역순임). 깨어 있음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 필요성을 밝히며, 어떻게 깨어 있을 수 있는지 설명하고, 언제 그리고 누가 깨어 있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말한다. 부록에는 맥체인의 글 “개인적 개혁”과 “목사의 자기 성찰”이란 글이 실려 있는데, 둘 다 깨어 있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반적으로 16-7세기 영국 청교도들의 풍부한 정신을 각 장에 잘 녹여냈는데, 특히 저자는 존 번연, 존 오웬, 로버트 맥체인을 많이 인용했다. 들어가는 말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저자에게 개인적으로 미친 영향을 제법 자세히 설명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저자는 존 플라벨, 리처드 십스, 토머스 브룩스, 아이작 암브로스 등 청교도의 지혜를 많이 담았다.

그러면 깨어 있음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존 오웬의 책 에서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깨어 있음이란…낱낱이 조심하면서 부지런하게 하나님이 지정하신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 우리의 마음과 행위, 그리고 사탄의 전략과 전술을 살펴 이 세상에서 죄를 짓는 기회에 얽혀들지 않는 것이다”(33p). 각각의 표현을 상세히 설명하고 성경에 나오는 깨어 있음과 관련된 단어의 용법을 살펴보며 저자는 깨어 있음이 경성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 경계와 기대로 구성된다고 결론 내린다. 쉽게 말하면 깨어 있음이란 영적 전쟁터와 같은 인생에서 나를 알고 적을 알고 주님을 아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살펴 파악하고 지켜내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묵상과 더불어 깨어 있음을 상실한 이유는 어쩌면 명확하다. 오늘날 우리에게 더는 생각할 여유나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항상 무언가 하기에 바빠서(심지어 주님을 위한 일로 바빠서) 시간을 두고 자기 영혼을 살피고 적의 유혹을 경계하며 모든 유혹과 싸움에서 넉넉히 이기게 하시는 그리스도를 바라볼 생각을 못 한다. 전투와 훈련을 매일 하면서도 경계하지 않고 방심하여 기지를 방치하는 군대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성경이 “생명의 근원”이 나는 곳이라고 말한 마음, 그것을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지켜야 하지 않을까?(잠 4:23). 온 천하보다 더 귀한 영혼을 방치하면 완고해지고 유혹에 쉽게 빠지며 심각한 경우 구원의 확신을 잃고 대적 마귀에게 휘둘리며 점점 영적으로 쇠퇴한다.

이것이 깨어 있음의 부재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이라면, 깨어 있음이 가져다주는 최고의 유익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와 교제를 더욱 풍성하고 감미롭게 해준다는 것이다. 영생은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아는 것, 사귐을 갖는 것이다(요 17:3). 빛이신 하나님과 사귐이 있는 자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이 어둠 가운데 행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하고 반복하여 하나님께 죄를 자백하여 깨끗하게 하심을 받고 이 땅에서 시작된 풍성한 영생의 교제를 영원히 누려야 한다. 헤지스는 깨어있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영적 방침을 소개하는데, 여러 청교도인들의 삶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그들 각자가 하나님 앞에서 단호한 결의를 하고 매일 깨어있기 위한 훈련을 쉬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한 여러 청교도인의 삶에서 독자는 자기만의 깨어 있기 위한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헤지스는 또한 혼자 있을 때나 영적으로 잠들었을 때, 반대로 자신감이 넘칠 때나 의심하고 낙심할 때, 일상의 리듬이 깨지는 특별한 순간에, 유혹을 당할 때 등의 순간마다 왜 깨어 있어야 하는지와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성도 개개인이 깨어있기 위해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로서 목사가 성도를 책임지고, 성도가 목사와 상호 협력하여 깨어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교회가 함께 깨어 있으라고 권면한다. 개인의 삶에도 교회에도 영적 필터가 필요하다. 온갖 더러운 것과 악한 것을 걸러줄 수 있는 “깨어 있음”이 항상 가동되어야 한다. 타락한 성도는 성도로서 기능을 다 할 수 없고, 부패한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다. 16-17세기 그리스도인에게 깨어 있음이 필요했다면 말세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얼마나 더 깨어 있음이 필요한가?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다시 오실 것을 약속하시면서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를 비유로 말씀하셨다(마 25장). 미련한 다섯 여인은 기름을 가지지 않았고, 슬기 있는 다섯 여인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갔다. 두 그룹 모두 신랑이 더디 와서 졸며 잤고, 신랑이 밤중에 왔을 때 기름을 준비한 여인들만 혼인 잔치에 들어갔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비유를 마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때를 알지 못하느니라”(마 25:13). 브라이언 헤지스가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불러일으킨 주님의 명령이 바로 “깨어 있음”이다. 우리는 청교도인이 전심으로 매일의 삶에서 “깨어 있음”의 기름을 담기 위해 애쓴 것처럼 영적으로 깨어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자기 영혼을 돌아보고 대적 마귀를 경계하며 그리스도 예수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영적 훈련, 깨어 있음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헤지스의 이 책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삶에서 잃어버린 영적 훈련인 “깨어 있음”을 되찾고 오실 주님을 준비하며 기다릴 수 있도록 돕는 귀한 도구가 될 것이다.

조정의 목사(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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