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Leadership)은 로드십(Lordship)이다
흔히 리더십이라고 하면 사람들을 이끌어 어떤 결과를 이뤄내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 중심의 리더십은 언제나 관계를 무너뜨려서 구성원과 리더 본인에게도 결국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이나 결과, 성과 같은 것들에 영향을 주는 ‘슬로우 트랙’과 관계와 정체성, 다른 사람을 돕는 등의 일에 영향을 주는 ‘패스트 트랙’으로 나누어, 관리형 리더십은 ‘슬로우 트랙’이 발달되고, 관계형 리더십은 ‘패스트 트랙’이 발달된다고 설명한다.
관리형 리더십은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위기 상황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환경에 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패스트 트랙’이 발달된 성숙한 리더들은 위기 때 더욱 리더십이 빛을 발한다. 저자는 성숙한 리더들의 네 가지 자질을 통해서 ‘패스트 트랙’을 훈련하여 환경과 감정을 뛰어넘는 관계 중심의 리더로 변화될 것을 독려한다.
이 책은 리더십을 뇌과학과 연결하여 설명한다. 뇌는 발달한다. 오랜 습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뇌의 백색절연체로 감싸게 되고, 이것이 형성되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정체성과 본질로 쉽게 돌아가게 한다. 그래서 리더십은 어떤 기술이라기보다 존재 양식에 가깝다. 평소에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 인격으로부터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진귀한, 보기 드문(Rare) 리더십은 다음 네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관계성을 유지하는(Remain Relational) 것이다
‘RARE 리더십’은 일과 결과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만약 관계보다 일을 더 중요시하게 되면 결과를 이루기 위해 감정적인 행동이나 지시를 하게 된다. 그러면 조직 안에 리더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생기고 그것은 사람의 마음속에 두려움을 심는다.
계몽주의 이후에 인간 이성이 중심이 되면서 사람들은 좋은 선택이 변화를 이끈다고 생각했다. 또 행동을 중심으로 몸을 훈련시켜야 변화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RARE 리더들은 조직에 안정된 정체성과 소속감을 심어 변화를 이끌어낸다. 관계를 우선시하는 삶은 사람들에게 깊은 소속감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훈련된 리더의 좋은 습관에서 좋은 영향력이 흘러가는 것이다.
리더십 전문가 존 맥스웰의 첫 번째 책의 주제는 ‘기도’였다. 기도와 리더십이 전혀 다른 주제일 것 같지만, 하나님과의 관계가 사람들과의 관계에 중요한 기초가 된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위대한 계명 또한 하나님 사랑과 사람 사랑이다. 좋은 리더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간다.
둘째, 자신답게 행동(Act Like Yourself)하는 것이다
RARE 리더들은 자신을 더 좋게 보이려고 꾸미지 않는다. 자신의 본모습이 아닌 꾸민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려는 사람들은 늘 겉으로 보이는 공적인 자신과 사적인 자신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감정적 어려움은 내적인 붕괴를 가져오거나 조직의 붕괴를 가져온다. 책에서 흥미롭게 읽은 것은 포식자형, 주머니쥐형, 보호자형으로 리더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눈 것이다.
포식자형은 자기도취적인 리더십 유형이다. 그는 자기의 약점을 노출하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약점에도 자비가 없고, 자신의 수치심을 다루는 방식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수치심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리더는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무시하는 등의 불안전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조직 안에 두려움의 문화를 불러일으킨다.
주머니쥐형은 포식자형의 먹이가 되는 유약한 유형이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숨어버리는 회피형이다. 이런 사람들이 리더의 자리에 앉으면 조용하고 선하게 보이기도 한다. 모험이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위기가 닥치면 포기하거나 사라져버리는 경향을 보인다. 주머니쥐형 리더는 어려운 문제 앞에서 감정적으로 압도당하고 관계적으로 고립된다.
보호자형 리더가 바로 자기 자신답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관계를 중요시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 견고한 기초를 가지기 때문에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기쁨이 충만한 정체성을 가지고 주위 사람들을 기쁨 안에서 성장하도록 돕는다. 이런 리더십의 특징은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노출하고 인정한다. 모든 사람은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약점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약점을 인정할 때 사람은 비로소 성장한다.
예수님도 겟세마네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계시면서, 기도하실 때는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마 14:34)라고 자신의 어려운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셨다. 건강한 리더는 자신의 어려움과 연약함을 인식하며 고백하는 사람이며 그 연약함은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게 한다.
셋째, 기쁨을 회복(Return to Joy)하는 것이다
골로새서 3장 15절에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평강이 너희 마음을 주장하게 하라”고 권고했다. 이 말은 환경에 이끌리지 말고 어떤 환경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의 평강을 붙들고 마음을 유지하라는 말일 것이다. 리더의 자리에 있으면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부정적인 감정을 제대로 다루는 법을 알지 못하면 리더는 스스로 붕괴되고 만다.
RARE 리더는 감정적으로 힘들 때도 빨리 기쁨을 회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감정에 이끌린다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때 분노에 의지하게 된다. 분노에서 기쁨을 회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분노의 감정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났을지라도 관계를 유지하며 나 자신답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RARE 리더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분노하지만, 그 분노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 자신의 분노를 인정하지만 여전히 상대방과의 관계를 귀하게 여기면서 관계 안에서 문제를 대면한다. 가장 좋은 것은 감정적으로 어려울 때 잠시 멈추어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다. 다윗도 백성들이 다윗을 적대하며 돌을 던지려고 할 때 크게 다급하였으나 그의 하나님 여호와를 힘입고 용기를 얻었다고 성경은 말한다(삼상 30:6).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할 때도 자신이 누구인지, 또 누구의 소유인지를 아는 것으로 위로를 받는다. 리더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위로하고 재형성할 때, 환경에 이끌리지 않는 삶을 살게 되고, 그 삶은 조직원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넷째, 고난을 잘 견디라(Endure Hardship Well)는 것이다
RARE 리더의 마지막 특징은 고난을 잘 견디는 것이다. 고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감당해야 하는 고난이 있고 그 고난을 견딤으로 더 성장하게 된다. 히브리서 11장에 기록된 믿음의 선진 또한 고난을 잘 견딘 사람들이다. 히브리서는 예수님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지만 받으신 고난을 통해 순종함을 배워서 온전해지셨다고 말한다(히 5:8).
고난이 우리를 성장시키시는 하나님의 섭리임을 깨달을 때, 고난 속에서도 우리는 믿음을 지키며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쁨을 마르게 하는 내 삶의 습관들을 찾아서 제거하고, 고난을 잊어버리고자 다른 기쁨의 대체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게 된다.
이스라엘 왕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백성들을 잘 이끄는 것이 아니었다. 왕이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순종하는, 하나님을 따르는 일이었다. 결국, 리더십은 언제나 로드십(Lordship)이며 좋은 리더는 언제나 좋은 팔로어이다. 이 책은 자연주의 세계관 속에서 능력주의와 결과 지상주의에 치우쳐있는 일반 리더들에게 네 가지 자질을 통해 이제까지 넘을 수 없었던 리더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고 하나님께로 나아가게 한다. 리더십은 사람을 이끄는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흘러나오는 성품이며 성령의 열매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본 리더십 책 중에 가장 성경적이며 실제적인 책이다.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 TGC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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