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사회적 용어이다. 차별과 편견을 없애자(특히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는 사회정의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왜 그냥 올바름이 아닌 정치적 올바름일까. 정치적 적절성에 따라 바뀌는 올바름이 과연 진정한 올바름이 될 수 있을까?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높이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미국에서 PC주의 운동으로 발전하면서 역차별 등 각종 문제를 양산하고, 소수자 무슬림을 받아들인 유럽 각국에서 폭력문제 등으로 무슬림의 입국을 제한하게 되는 등 PC운동을 따랐던 구미 각국에서는 이미 PC 대한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성을 존중하자는 LGBTQ+ 운동도 결국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운동과 관련되어 있다. 존중의 수준을 떠나 정치 세력화 되면서 권력을 행사하고 이로 인한 인식의 전환을 강요한다. 다수의 자연스러운 요구나 의견은 묵살된 채 자칫하면 혐오자로 몰아세워지거나 정확한 정체를 모른 채 판단없이 거대한 흐름에 끌려가고 있다.
성소수자(sexual minority)를 뜻하는 LGBTQ+는 성지남성과 관련된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정체성과 관련된 트랜스젠더 (transgender), 젠더 퀴어(gender queer)와 그 외 현재 있거나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성관련 정체성을 위한 +로 구성된다. 성소수자 전체를 “퀴어(queer)”라고 통칭하는 경향도 있다. 최근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다가 수술을 받은 경험담 등 성체성의 혼란을 강화시키는 내용들이 국내외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많은 사춘기 청소년들과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성인들이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를 갖게 되기 쉬워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점 또한 자세히 다루어지고 알려지는 것이 성소수자를 위해서도 일반 대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제2회 성과학 콜로키움을 통해 올해는 젠더 퀴어에 대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여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젠더퀴어는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와 같이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성정체성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비이분법적 성 정체성”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 올바름”으로 아무리 정상인 것으로 포장하려고 해도 의학적 임상연구와 역학적 데이터는 젠더 비순응에 대해 정신역동학적인 질환임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1982년 Meyer가 발표한 ‘젠더정체성 장애의 이론’에 따르면 500명의 성전환자 연구에서 트랜스젠더의 성전환 수술을 받고자 하는 소원은 일종의 방어(defence)와 표현(expression)에 있어 증상적(병적) 타협의 결과로 결론을 지었다. 젠더 퀴어의 정신역동모델로는 정체성-방어 모델 (identity-defense model)이 소개되었다. 첫째 생물학적 요인들과 초기 어린이 시절의 영향이 젠더 변이의 여부와 정도를 결정하고 둘째 인격과 환경요인에서 기인한 방어기제가 사용되는 여부에 따라 변이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두 경로의 발달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차별에 대한 반응과 대응으로는 소수자 스트레스 모델이 언급되었는데 Binary이든 non-binary이든 젠더 퀴어인 사람들을 도울 때는 피해자됨(victimization), 배척, 내면화된 트랜스혐오증(internalized transphobia) 등을 이해해야 하고 그 치료의 핵심은 내재된 회복 탄성력(resilience)를 길러주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주목 할만한 연구는 가장 선진적으로 LGBT를 지지하고 있는 스웨덴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들을 30여년 간 추적한 연구(2011)였는데 놀랍게도 일반 인구에 비해 성전환자들의 사망률이 2.8배, 자살률은 19.1배, 정신장애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비율은 2.8배 높았다. 결론적으로 성전환 수술은, 비록 일시적으로 젠더 불쾌증(Gender dysphoria)을 경감시켜 주지만, 성전환증의 치료로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래도 꼭 성전환 수술을 해야 한다면, 수술 후 지속적이고 개선된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젠더개념을 비판하는 용기있는 의학자들도 소개되었는데 존스 홉킨스 의대 정신과의 전 주임교수 Dr. Paul McHugh, 뇌-신경정신의학자인 전 하바드 대학, 현 UC San Francisco 교수 Louann Brinzendine 등이 대표적이다. Dr. Paul McHugh는 미국에서 gender-affirming surgery를 시작한 첫 교육기관인 존스 홉킨스의 Gender Identity Clinic의 문을 닫게 한 장본인이다.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회복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결국 정신적인 문제이므로 정신적인 치료 없이는 수술 후 만족감과 정체성 회복이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근거가 되었으며,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들이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성전환 호르몬 치료와 수술이 자체에도 의학적 부작용과 합병증이 존재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성전환 치료를 통해 다른 성으로의 전환을 얻는 대신 생식능력을 잃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변화에 대해 예측하고 생물학적 성과 반대되는 호르몬의 유입으로 인한 심혈관계 등 대사질환과 암발생의 증가 등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젠더 개념은 성혁명의 풍조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이데올로기화 되어가고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생물학적인 성을 부정하고 사회적인 성을 부각시키며 남녀의 차이가 ‘차이’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 학습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을 배제했던 계몽 철학의 맥락에서 볼 때 ‘차이’는 ‘차별’을 의미했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페미니즘 또한 ‘남자와 여자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의학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기존 연구들에 대한 반성과 자각으로 생물학적 남녀 간에 존재하는 의학적 차이를 연구하는 성차 의학의 개념이 활발하게 대두되고 있다. 물론 성차의학에도 무비판적인 젠더이데올로기의 수용으로 젠더 의학, 젠더 혁신 등의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젠더에 따른 연구 결과’라고 발표된 논문을 찾아 보면, 젠더를 생물학적 성(Male, Female)로만 구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의학적 차이는 젠더가 아닌 X,Y 염색체에 기반한 생물학적 성에 의해서만 도출된다는 반증이다. 혼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길을 밝혀 줄 등불이 필요하다. 모호한 젠더 의학이 아닌 성차 의학이라는 의미분명한 용어로 정립되고 의학 분야부터 젠더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최근 해외나 국내에서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젊은이들이 LGBTQ+를 선택하게 되는 요인 중에 하나는 LGBTQ+ 공동체가 주는 소속감이다. 그러나 LGBTQ+에 회의를 느끼고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소속감은 사라지고 철저한 왕따 취급을 받게 된다. 성소수자 그룹 내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도 결국은 모든 상황에서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가치가 아닌 그 누군가의 권력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가 있다. 의학적 진실의 문이 열리고 가로막혔던 전환치료의 길이 다시 열리어 성소수자들이 원하는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박세나(산부인과 전문의, 서울성모병원 건강증진의학과 임상 조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