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과학연구협회(회장 민성길, 성과연)가 제2회 성과학 콜로키움을 20일 오후 서울 한신인터밸리에서 개최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전은성 교수가 나서 ‘HIV 전파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차단을 위한 노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전 교수는 “HIV/AIDS 질환은 매우 치명적이면서도 위험한 질환이다. 1998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AIDS 환자 수는 39.3% 감소했지만 반대로 대한민국은 89.2% 증가했다”며 “이와 관련된 기사 검색을 한다면 '완치 가능한 시대',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등이 대부분이고 에이즈 질환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BMC infectious disease 논문(2009)에서 HIV 진단받은 3,369명의 환자 중 980명이 사망했고, 이 중 진단 6개월 이내로 사망한 비율은 45%였다.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은 16.7년이라고 보고했다”며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논문(2020)에 따르면, HIV 진단받은 801명 중 71명이 사망했고, 진단 후 사망까지는 6.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또 “KOSIS 국가통계포털에서 에이즈 환자는 40-59세까지 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감시연보를 보면, 2019년 1,005명의 감염자 중 20-34살까지 남성 HIV 감염자 527명이 보고돼, 전체 발생의 52.4%에 이르는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며 “이 연령대에서 남자 감염자(527명)는 여성 감염자(13명)보다 40.5배에 이를 정도로 압도했다”고 했다.
전 교수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논문(2020)에 따르면, HIV 감염은 장기간의 잠복기를 가져 HIV 진단과 감염행위에는 시간 차가 존재한다”며 “감염의 단초가 된 성행위를 하더라도 실제 진단까지는 약 7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했다. 그렇다면 20~34세에 HIV 진단이 확인되는 경우는 약 7년 전인, 13~24세에 성행위가 이뤄졌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내과학회지(2018)의 한국 HIV/AIDS 코호트 연구에서 HIV 감염경로를 확인한 결과, 한국 18~19세 청소년의 약 92.9%는 동성/양성 성행위로 감염됐다고 보고했다”며 “캐나다 public health agency(2012)는 '질' 성관계보다 '항문' 성관계에서 HIV 전파 위험율이 최소 7.36배에서 최대 42.25배 높다고 보고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질병관리청이 미국 CDC(2015년) 통계를 인용해 보고한 결과도 수용항문성관계시 그 위험도가 138배 높다고 보고했다”며 “Osong Public Health Res Perspect(2012, 2015), J prev Med Public Health(2012)에 따르면, 남자 동성 성관계를 가지는 사람들의 HIV 유병률은 각기 4.4%, 1.9%, 6.5%로 나타나 2019년 대한민국 평균 유병률(0.026%)보다 높았다. 이는 남성 간 성관계 그룹의 에이즈환자 비율이 대한민국 국민 비율에 비해 최소 71배에서 최대 242배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는 의미다. UNAIDS(2018~2019)도 항문성관계시 HIV 감염이 20배 이상이나 증가한다고 보고했다”고 했다.
전은성 교수는 “질병관리청은 콘돔이 에이즈의 충분한 예방책이라고 홍보하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 만일 콘돔으로 에이즈 예방이 충분히 가능하다면,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 및 예방율 100%까지 올리기 위한 정책적 방안 등을 제시해야 한다”며 “Plos One(2020)에 따르면, 남성 간 성관계를 가진 그룹에서 콘돔을 통한 HIV 예방효과를 30개월 간 관찰한 결과 약 29.8%~40.4% 정도 콘돔이 찢어졌음을 확인했다. 이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다. J Acquir Immine Defic Syndr(2015)도 콘돔을 통한 HIV 억제효과가 최대 72.3% 밖에 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과를 종합하면 콘돔 사용율의 증강으로만 HIV 감염이 완전히 차단될 수 없다”며 “질병관리청은 콘돔으로 안전하게 HIV균을 차단할 수 있다고만 광고할 게 아니라, 이러한 콘돔의 한계를 분명히 공지하는 게 의무”라고 했다.
또한 “HIV/AIDS 질병은 희귀난치성 질병으로 분류돼 환자의 보험 부담금 100%를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유전적 요소가 없고 대부분 후천적 경로로 감염되는 AIDS가 희귀난치성 질병으로 지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현재 항바이러스 제제를 통해 AIDS를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서자, 지나치게 비싼 약값(한 달 300만원)에 따른 진료비 및 부대비용이 상승했다. 약 10년간 국내 AIDS 생존자 수가 3.28배 증가하는 동안 보험공단에서 지출된 진료비 총액은 6.48배 증가했다. 일례로 2017년에는 1,016억 이상이나 지출됐다. 2018년 서울시 AIDS 관련 예산도 2.39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현재 AIDS 환자에게 제공되는 모든 진료 행위의 수가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국제 에이즈 심포지움 발표에 따르면, 30세 AIDS 환자 1인의 생애비용은 총 6억 4천만 원에 가깝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환자에 대한 치료중심의 전략은 앞으로 증가하는 AIDS 환자들의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AIDS 치료도 한계가 있어 한 연구에 따르면 10년 이내의 생존율은 61%에 불과했고 약제 내성도 크게 증가했다. 치료 받는 중에도 HIV 감염인들이 동성 성관계를 맺기에 AIDS 전파 위험은 매우 높다”고 했다.
전 교수는 “HIV 같은 성 매개 감염병도 전 세계의 데이터를 토대로 정확한 감염 경로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주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올바른 콘돔 착용과 AIDS 환자에 대한 치료비용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HIV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책을 알려주는 게 개인과 국가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주제 발표1에는 김준명 교수(연세의대 명예교수)가 좌장으로, 전은성 교수에 이어 임수현 과장(비뇨기과)이 'HIV 통계분석(2019)'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고, 토론자로 이세일(비교기과), 염안섭 원장(가정의학과)이 나섰다.
주제 발표2에는 류현모 교수(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가 좌장으로, 민성길 교수(연세의대 명예교수)가 '젠더퀴어의 의학적 문제', 송흥섭 원장(산부인과)이 '성전환자의 의학적 문제', 고두현 과장(성과연 연구팀장)이 성차의학에 대해 발제하고 토론자로 박세나 교수(산부인과), 박진권 소장(아이미니스트리)이 나섰다.
이어 진행된 토크쇼에는 이재욱 공동대표(카도쉬 아카데미)가 진행을 맡고, 토론자에 길원평 교수(동반연),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백상현 기자(국민일보), 문지호 회장(의료윤리연구회)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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