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 목사(광교산울교회 협동목사)가 28일 TGC 코리아 복음연합 홈페이지에 ‘선으로 악을 이기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목사는 “세상에는 악이 가득하고 악을 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소에는 그런 사람이나 현상을 보기 어렵지만 살다 보면 자신이 악행의 피해자가 되거나 악인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 악인으로 규정된 사람들이 악의 노예가 되어 영혼을 팔았기 때문에 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들에게도 악을 행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변명이 있다. 그렇기에 악을 행한 것에 대해서 누군가 처벌하려 할 때, 부당함을 느끼고 자신이 지은 악보다 더 큰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복을 계획한다. 반대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에 비하여 가해자인 악인이 충분한 벌을 받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다. 자신이 본 피해에 상응하는 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한 처벌을 위해서 피해자의 피해를 어떻게 측정해야 정확할까”라고 물었다.
그는 “이러한 요구에 응하기 위해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족할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 그것이 동해보복법(lex talionis)”이라며 “이 동해보복법은 성경에도 나온다. 이것은 일종의 창조의 원리인 자연법과 일반은총의 영역에 속한다. 또한, 동해보복법은 합리적이며 이상적인 법 원칙에 속한다. 그러한 이유로 이 법은 현실에서 지켜지기 어려운 법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가인이 아벨을 살인한 사건 이후에 가인의 증손자 라멕에 의해서 행해진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라멕의 잔인한 복수는, 타락한 인간은 자기를 세상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언제든지 자신의 상처가 가장 아프고, 남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악한 사람으로 여긴다”며 “이러한 의미에서 동해보복법은 자연의 인과 법칙의 원리지만, 인간의 자기 중심성의 주관성은 이를 결코 실현할 수 없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세를 통해 하나님이 정하신 율법에는 동해보복법의 이상적인 원칙에 따라 그 정신과 원리가 잘 나타난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은 성경에서 말하는 동해보복법을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의 분이 풀려야만 보복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피해와 남의 피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라멕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당시의 유대인이나 현재 우리 기독교인 모두에게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이 목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수님은 마태복음 5장 39절에서 악한 자에게 대적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이 가르침은 가해자가 악한 자라고 한다면 이들을 향해 동해보복을 요구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의 가르침에는 동해보복법으로는 결국 온전한 정의와 사랑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주의가 내재해 있다. 이것은 법치주의라는 이상이 현실에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며 “그러나 예수님은 비관주의에서 절망으로 나아가지 않고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셨다. 그리고 세상이 예상하지 못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셨다. 바울은 이것을 ‘선으로 악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하였다(롬12:21). 예수님은 이를 산상설교에서 네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셨다. 이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차례대로 소극적 방법 세 개와 적극적 방법 한 개”라고 했다.
이어 “먼저 마태복음 5장 39절에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병행 구절인 누가복음 6장 29절은 뺨을 때린다고만 하였지 그 방향에 대해서 언급이 없다. 그러나 마태는 정확하게 오른편 뺨이라고 쓰고 있다. 이것은 어느 쪽 뺨을 맞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증거”라며 “만약 오른편 뺨을 때리려면 왼손으로 때리지 않는 한 오른손일 경우 손등으로 때리는 수밖에는 없다. 당시 이런 행동은 상대를 구타하려는 목적보다는 수치를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했다.
또 “이런 수모를 당할 때, 왼편을 돌려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것은 상대가 나에게 도를 넘어 수치스럽게 하고 있다고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며 “우리는 종종 본질이 아닌 것으로 약을 올리고 사람들 앞에서 수모를 주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보복할 것인가? 많은 경우 참고 넘어간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들에게 이들의 행동이 정말 나쁜 행동이었다는 것은 알려주라고 하신다. 참고 있지 말라는 것이다. 오른뺨을 살살 건드려 사람들 사이에서 나에게 수모를 주려면 차라리 그 오른손으로 내 왼뺨을 세게 후려치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마태복음 5장 40절에서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라고 했다. 이런 상황은 금전적인 문제로 채무 관계일 경우”라며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서 채무 관계로 이자를 받는 것은 금지되었다. 그리고 채무로 인하여 전당물을 잡아야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집에 들어가서 임의로 자기가 원하는 담보물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 담보물은 채무자가 주는 것이어야 된다. 그런데 만약 채권자가 옷을 전당물로 잡았다면 옷은 반드시 저녁에는 돌려줘야 한다(출 22:26~27). 당시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단벌이었다. 겉옷은 저녁에 담요 역할을 하였다. 즉, 옷을 담보로 잡는 것은 가난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옷을 담보로 잡는 것은 최후에 어쩔 수 없는 경우며, 빌려주는 사람은 이것을 결코 요구할 수 없었다(신24:10~13). 그런데 40절의 고발하는 자는 속옷을 요구하였다. 비록 겉옷은 아니기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지막까지 해서는 안 되는 요구를 하여 상대를 모욕하고 하나님의 율법을 교묘하게 피하는 비겁한 행동을 하였다”며 “이에 대해서 예수님은 그렇다면 겉옷도 줘버리라는 급진적인 행동을 명령하신다. 그래서 이 사람의 원래 의도, 겉옷을 원했지만 차마 주변의 시선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던 그 악한 의도를 세상에 폭로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세 번째, 마태복음 5장 41절에서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라고 했다. 당시 로마 군인들은 식민지의 백성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노역을 시킬 수 있었다. 아무나 지나가는 사람을 시켜 강제로 짐을 들고 약 2km(5리)를 가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럴 때 그 두 배의 거리를 가 주라고 말씀하셨다”며 “이를 통해 부당함을 항변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마태복음 5장 42절에서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마지막 명령은 이전의 세 개의 예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전의 예들은 피해자가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가해자를 향하여 그들의 위선과 부당함을 폭로하는 것을 통해 동해보복을 하는 소극적인 방법에 대한 예였다”고 했다.
이어 “예수님께서 이런 소극적인 방법을 제시하신 이유는, 사회 구조적인 악을 일시에 제거하고자 폭력적이고 혁명적인 방법을 사용하였을 때 오히려 구조는 개선되지 않고 약자의 피해만 가중되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며 “지금 우리가 확인 할 수 있듯이 사회는 변하였다. 하지만 문제를 폭로하고 이에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것만으로는 변화의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변화는 사람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돈이나 물건을 구하고 꾸려는 자들을 이들의 신분과 사회적 위치에 따라 차별한다면, 이 또한 신분에 따라 동해보복법을 차등하여 적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동해보복법은 가난한 자도 그들의 필요만큼 돈을 빌릴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 동해보복법은 노인과 아이, 과부와 고아, 여자와 노예, 이방인도 그들의 필요에 따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손해를 보상하는 소극적 법인 동해보복법을 역으로 하면 이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고 차별하지 않는 적극적 법의 다른 얼굴이기 때문(레19:10, 신15:7~11, 24:19~22)”이라고 했다.
아울러 “긍정적인 실천이 많아질수록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는 더 가속될 수 있다. 이러한 예는 초기 기독교인들의 자선 실천이 이전에는 자선이란 개념이 없던 로마 사회에 공적인 자선을 제도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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