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목사(포항제일교회 담임)가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에 ‘견고한 그리스도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박 목사는 “2021년 벽두, 세계인의 모든 관심이 쏠린 단어는 백신이다. 보통 백신을 만드는데 10년 정도 걸리고 빨라도 5-6년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백신이 개발되어 사용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코로나19는 인류의 많은 취약점을 노출했지만, 이렇게 인류가 함께 지혜를 모아 역경을 이겨내고 있는 것은 자긍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일부 제약사들의 백신은 mRNA를 이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 방식의 이론적 근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학자는 카탈린 카리코라고 하는 헝가리 출신의 여교수”라며 “그런데 처음에 이 연구를 기획하면서 많은 기관에 연구비를 신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mRNA를 이용해서 백신을 만든다는 것이 너무 혁신적이기도 했고, 헝가리 출신 미국 이민자 여성으로서 동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한계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구비를 타 오지 못한다고 해서 대학은 그의 교수직을 박탈하기로 했는데, 카리코 교수는 영주권이 없었기에 새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었고, 딸도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어서, 결국 같은 연구실의 연구원으로 일하기로 했다”며 “교수로 일하다가 연구원이 되는 것은 견디기 힘든 수모였지만, 돌이켜 보니 그런 절박함이 있었기에 더욱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이분을 코로나19 백신의 어머니라고 부르며 그 공헌을 제대로 평가하자면 노벨상으로도 한참 모자란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연구원으로 묵묵히 일한 덕분에 카리코 박사의 딸은 어머니가 속한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석사 학위까지 마칠 수 있었고, 조정팀에서 운동하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며 “삶의 시련이 있으면 무너지는 사람이 있고, 시련을 딛고 한 단계 더 올라서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역경을 이겨내면, 그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복을 누린다”고 했다.
또 “가깝게는 내 가족들이, 더 나아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더 멀리는 전 인류가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요셉이 애굽에서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고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어 냈기 때문에, 많은 백성이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며 “다윗이 엄청난 모함과 반역자라는 억울한 누명, 고달픈 도망자 생활에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침내 이스라엘이 복을 누리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불러내어 세상의 복이 되라 하신 그 사명을 받드는 일에는,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는 일도 포함된다.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서의 실력, 자기 일에서의 능력도 필요하다”며 “요셉의 행정력, 다윗의 군사적 재능, 카탈린 카리코 교수의 연구 역량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어 내는 자질”이라고 했다.
특히 “2020년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중요한 교훈은, 앞으로의 세계는 지금과는 판이할 것이며, 지금은 상상하지도 못할 시련과 역경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우리 가정과 교회는 어떤 사람을 길러야 할까요? 대한민국은 과도한 경쟁 사회”라고 했다.
박 목사는 “입시에서부터, 취업, 그 이후의 사회생활도 무한 경쟁을 부추긴다. 그 경쟁의 틀이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경쟁에 몰입하여 오랜 시간을 보내온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어렵고, 따라서 창조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다”며 “정해진 틀 안에서의 경쟁에만 전념한 사람들은 틀이 조금만 바뀌어도 길을 잃는다. 늘 정답을 잘 맞히는 실력만 믿고 살다가, 딱히 정답이 없는 현실을 접하면 헤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경은 우리의 삶에 관해 말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집중한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반석 위에 세운 집’(마 7:24-27), 시편의 첫 장이 말하는 ‘물가에 심긴 나무’(시 1:3)는 모두 보이지 않는 기초와 뿌리에 관해 말한다”며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엡 3:17) 견고한 그리스도인으로 자라갈 때, 우리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신앙인이 될 수 있다. 그 위에 온유와 겸손, 열정과 성실, 그리고 절제(건강한 자기관리)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아울러 “그럴 때 하나님이 주신 저마다의 잠재력을 꽃피우는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역경에도 무너지지 않고 삶을 다시 세워나갈 수 있는 회복력(resilience)을 갖추게 된다”며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의 사역도 눈에 보이지 않는 ‘속사람의 강건함’(엡 3:16)을 북돋우는 사역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세워진 견고한 그리스도인들이 건강한 웃음과 풍성한 이웃사랑의 열매를 맺을 것이며, 그들을 통해서 하나님은 세상을 축복하기 원하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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