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신학연구소가 최근 서울 안암동 연구소에서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신학적 대응’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강원돈 교수(한신대, 기독교 윤리)가 ‘코로나 팬데믹의 궁극 원인과 대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인명피해도 엄청나지만, 감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셧다운, 락다운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한데 따르는 경제젝 손실은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른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각종 학교와 공공 서비스가 봉쇄되고 비대면 접촉이 널리 확산되는 등 일상생활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제2차 대유행이 시작되었기에 코로나19가 가져올 파장이 어디까지 이를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 원인에 관련해서 사람들은 크게 네 가지 유형의 진단 의견을 내어놓았다”며 “하나는 실험실 유출설이고, 다른 하나는 의도적 감염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구적 차원의 여행 및 접속 네트워크를 통한 매개설이고, 마지막 하나는 생태계 교란설”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제까지 한국교회와 사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하여 취해진 대응은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며 “첫째는 천벌 대응론이며, 둘째는 낙인찍기와 배제, 셋째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국가의 구축, 마지막 넷째는 통전적인 문명 전환의 대응책”이라고 했다.
그는 “먼저, 코로나 팬데믹이 천벌이라는 인식은 종교계, 특히 개신교 일각에서 나타나는 견해”라며 “전염병이 천형이나 하나님의 형벌이라는 상투적인 관념은 의학과 과학이 발달한 우리 시대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천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활용하여 종교를 게토화하고 그 게토 안에서 신도들의 충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밖에 볼 수 없기에 철저히 비판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둘째, 낙인찍기와 배제도 전통 사회로부터 이어져 온 전염병에 대한 통상적인 대처법”이라며 “ 전염병 발생과 확산의 죄를 묻기 위해 전파자에게 낙인을 찍고 배제하는 일은 전염병을 퇴치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염병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하나 되게 만드는 숭고한 연대의식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담론을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셋째,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국가의 구축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취해야 할 필수 불가결한 조치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협력이 제대로 조직되어야 한다”며 “교회와 신학은 방역국가가 방역을 위해 인간의 자유와 권리들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해 항상 주의를 환기해야 하고, 재난 자본주의의 운영은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되풀이해서 주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넷째, 통전적인 문명 전환의 대응책을 세우자는 주장은 앞서 말한 대응책들이 적절하지 않거나 미흡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며 “ 팬데믹의 빈발은 근본적으로 생태계 교란과 기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에 대한 대응책은 생태계 교란과 기후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문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기획이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인류세 이후의 문명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떻게 발생하여 확산됐는가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며 “실험실 유출설이나 의도적 감염설 등의 음모설은 당연히 기각되어야 하고, 지구적 차원의 교통 및 접속 네트워크가 팬데믹을 불러들였다는 주장은 현상의 한 측면만을 본 것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인간의 경제 활동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과 기후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종류의 팬데믹이 발생하는 주기가 짧아지고 그 빈도가 잦아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팬데믹에 대한 대응은 철저해야 하고 근본적이어야 한다. 팬데믹을 천벌로 단정한다든지 팬데믹을 빌미로 감염원을 공동체의 적으로 낙인찍고 배제하는 무모하고 맹목적인 태도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문명사회를 이끄는 사람들과 교회의 당연한 임무”라며 “문명사회는 마땅히 방역국가를 구축하여 팬데믹 ‘억제’와 ‘완화’에 나서고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재난에 철저하게 대응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러한 대응책은 임시적이고, 문자 그대로 불이 났으니 그 불을 끄고 보자는 소방 대책에 불과하다”며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발생의 궁극적인 원인이 생태계 교란과 기후위기라면, 팬데믹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응책은 생태계 교란과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여 만물이 바른 관계들 속에서 생명의 충만함을 누리는 문명을 형성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그것은 인류세를 마감하고 생명세로 나아가는 일”이라고 했다.
더불어 “이를 위해 교회와 신학은 생태학적 생명신학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그 신학의 전망에 따라 통전융합학을 형성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은 우리 시대에 교회와 신학이 감당해야 할 가장 절실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교수), 김영한 교수(숭실대 명예교수), 박찬호 교수(백석대)의 논평이 진행됐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