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에서 지난 15일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목회자와 평신도를 대상으로 ‘2020 여름 포이메네스 온라인 공개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유해룡 목사(모새골교회)가 ‘코로나19 시대의 목회(영성적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유 목사는 “바울에게 이 세대란 율법의 시대를 말한다. 율법을 통하여 하나님의 의를 이루어 보겠다는 야망의 시대”라며 “그런데 이러한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은혜의 시대가 열렸다. 바울은 이것이 새로운 시대를 향한 대세적 흐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므로 이 은혜의 시대를 위하여 장애물이 되는 율법의 시대는 내려놓아야 한다. 이것이 당시 교회를 향한 바울의 권고”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를 분별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라며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코로나 시대에는 어떤 시대가 중첩되어 있는지, 무엇이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흘러가고, 또 흘러가야 하는지를 분별하는 일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동안 교회란 모이는 곳이었다. 할 수 있는 만큼 성도들을 한 장소에 많이 모이게 하면, 그것을 성공적 목회라 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는 교회가 흩어지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예배를 드리도록 공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며 “어디에나 교회가 될 수 있음을 공포하고 성도는 그것을 실제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 동안 성도들은 군중 속에서 자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에는 군중에서 벗어나 각 개인으로서 존재하도록 되어 있다. 홀로 혹은 가정 단위로 하나님 앞에 서도록 하고 있다. 누구와 비교적으로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단독적으로 자기 자신을 보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스스로를 향하여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익숙해 갈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우리 모두는 이전의 모습대로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나면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교회와 개인의 모습으로 변형되어 있을 것”이라며 “이미 흩어짐 속에서도 교회가 가능하며, 개인도 교회일 수 있다는 체험을 가지고 있기에, 교인들 상당수가 그것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면 한 사람의 대중 지도자(목회자)들이 양 떼를 몰아가듯 하는 몰이꾼적 목회는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에 나타날 징조들로서 먼저는 ‘비대면 문화의 일상화’를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이래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가 대면(contact)과 비대면(uncontact)이라는 용어다. 또 하나 등장하는 신조어는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라며 “이 말은 늘 있어왔던 일상이 전혀 다른 양상의 일상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모두 다 추측일 뿐 아직 드러난 실체는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대비란 이미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져 가는 흐름을 대면문화로 바꾸려 하기 보다는 그 비대면의 상태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뉴 노멀의 기본적 법칙”이라며 “사실 비대면 문화는 코로나19 시대의 필요 때문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미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 들어들면서 비대면적 문화는 서서히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왔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제 우리는 불가피하게 어떤 목적의 소통을 하든지 대면적 비대면적인 수단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 한쪽이 주요 수단이 된다면, 다른 한쪽이 보조 수단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주어진 여건과 수단을 잘 활용하면, 이 위기적 상황이 개인적이고 공동체적인 영성생활의 더욱 활성화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기대하는 바는 모든 일상의 삶을 영성생활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일에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두 번째는 ‘교회 영향력 약화’로 코로나19 이후의 교회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흑사병 후에 있었던 동일한 발자취를 따르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해본다”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전염병이 한 바탕 휩쓸고 떠나갈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정례적으로 나타나는 유행병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는 예단을 한다. 그렇게 해서 적지 않은 시기 동안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문화가 정착된다면,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항하는 문화가 적극적으로 형성될 것이고, 그런 와중에 인간의 탐욕을 허용하는 과도한 인권주의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그러했듯이,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가 약화되는 곳에, 인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 목소리를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정당화시켜 주는 사회적 관습과 법률로 응답을 하게 된다”며 “그것을 도를 넘는 인권주의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유 목사는 “지난달 27일 대통령과 교단 대표들과 면담이 있었다. 그 오고가는 대화가 바로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하나의 상징성이 가득 담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며 “이 대화 속에서 대통령의 모두(冒頭)의 발언을 확장 해석해보면, 종교는 더 이상 이 시대의 문제를 다룰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교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이 뚜렷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라고 했다.
이어 “한 마디로 말해서 종교의 제한적 역할을 공적으로 선포한 것”이라며 “그러니 이제 종교적 행위를 잠시 멈추고라도 정부방침에 따라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이다. 교회는 이러한 도전에 물러서지 않기 위해서 저항을 해보지만,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설득력이 약해 보는 대응이었다. 종교는 종교일 뿐이고, 국가와 사회는 국가와 사회 질서에 따라야 한다. 교회와 국가의 독립이 아니라, 이미 국가 속에 속한 교회를 선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우리는 종교개혁 시대를 돌이켜 본다. 그 때에는 코로나19가 아니라 페스트 질병이 전 유럽을 휩쓸고 있었다. 그 때 개혁자들은 성도들에게 권고하기를 페스트 질병으로부터 할 수 있는 만큼 멀리 멀리 도망가고, 할 수 있는 만큼 늦게 돌아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현장을 떠나지 않고 그 시대적 변화를 지켜보면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진행시켜 갔다”며 “마침내 그들은 인류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일을 해냈다. 그러한 위협과 위험과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은 하나님이 하실 일을 해내고 계시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했다.
또 “어떠한 환경 속에서 하나님은 물러서지 않으며, 그의 전능의 말씀이 업신여김 당하거나 무시당하도록 방치하지 않으신다”며 “우리는 이 믿음을 일상의 생활로 끌어들여서 일상이 영성생활의 현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에 나타날 이상의 삶의 모습들로서 먼저 홀로라는 삶에 익숙해져 갈 것”이라며 “둘째, 비대면적 거리두기는 공감능력(compassion)을 떨어뜨리게 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오늘 성육신의 삶으로 초대받은 우리들은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시대에 살도록 부름을 받고 있으며, 동시에 그 세상을 보다 온전하게 가시화 하도록 우리를 일상생활 속에서 부름을 받고 있다”며 “그러므로 부름 받은 우리의 실존은 하나님의 일과 사람의 일이 더 이상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또 그렇게 되도록 투신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 구성원은 소공동체적 모임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며 “그 소공동체 모임에서 각 구성원들은 묵상과 성찰 한에서 스스로가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되어 가는 것을 경험케 하고, 각 개인은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한다. 공동체는 각 개인의 일상적 삶이 하나님 나라 운동의 현장임을 자각하도록 도와주고,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살아가도록 격려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오늘의 시대사상 자체가 통합과 일상이라는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오늘의 영성이 일상과 초월의 분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더욱이 기독교적 영성은 성육신적 영성이다. 그 영성이 거룩과 세속의 분리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도시 한 가운데의 영성, 활동 속에서의 영성, 도시 속에서의 성무일과, 일상생활 속에서의 하나님 나라의 실현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통치하는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세상을 촉진하도록 부름을 받은 삶이 양태가 영성생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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