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천부적으로 부여받은 특성이 있다. 바로 성(性)이다. 성은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된다. 구별은 차별이 아니다.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나눈 것일 뿐이다.
일전에 나의 특성에 대해 고민할 때, 존경하는 어른께서 해주신 말이 있다. 망치와 시계는 그 용도와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망치가 시계처럼 섬세해서는 못을 박기 위한 본래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 시계 또한 시, 분, 초를 가리키는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망치처럼 단순한 구조가 될 수 없다. 각각의 특성에 따라 쓸모와 사용 범위가 다르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성에 대한 접근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은 망치와 시계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 남성과 여성은 망치와 시계처럼 본질적으로 다르다. 남녀는 그 특성에 따른 차이가 있다. 또한, 남녀 각 개인의 가능성은 자연적으로 부여된 특성을 통해 발현된다.
예를 들어, 남성은 대체적으로 여성보다 골밀도와 기초 대사량, 폐활량이 높다. 이것은 의학적으로도 밝혀진 사실이며 남성성에 부여된 자연적 특성이다. 힘의 발현이 승패를 좌우하는 스포츠의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은 태생적으로 평등한 시합을 할 수 없다. 구별이 선행되어야 평등한 시합이 가능하다.
그런데 생물학적으론 남성이지만 여성의 정체성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여성 스포츠에서 기록을 세우고 우승한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여성 선수들은 메달을 잃었고 진학에 피해를 입었다. 미국, 유럽 등 차별금지법이 통과된 국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차별금지와 평등을 내건 법안이 역차별과 불평등을 가져오고 있다.
한국에도 이러한 역차별, 불평등법이 발의됐다. 지난 6월 29일 국회의원 10인(장혜영, 심상정, 배진교, 강은미, 이은주, 류호정, 권인숙, 이동주, 강민정, 용혜인)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다. 해당 법안에서 용어의 뜻을 밝힌 제2조에는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관한 정의가 적혀있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성별”이란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을 말한다.
...
4. “성적지향”이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감정적·호의적·성적으로 깊이 이끌릴 수 있고 친밀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거나 맺지 않을 수 있는 개인의 가능성을 말한다.
5. “성별정체성”이란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 혹은 표현을 말하며, 자신이 인지하는 성과 타인이 인지하는 성이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상황을 포함한다.
현시대는 차별과 구별의 정의가 모호해지고 있다. 엄연히 구별해야 할 대상과 영역을 차별의 기준 아래 가두고 통제하려 한다. 인위적으로 정한 제3의 성을 법에 포함시켜 남성과 여성으로만 구별되는 성별의 범주에 집어넣고 국민 모두에게 강제하려 한다.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차별 행위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를 말하는 법안이 차별을 보장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유럽 등에서 일어난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 동성애와 양성애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히거나 동성애자에게 치료를 권유하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동성애와 에이즈 감염의 상관관계를 알리는 것도 차별 행위라 하여 금지될 수 있다.
공권력으로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려 틀어막는 ‘입막음법’인 것이다. 문제를 고치자고 말하는 것조차 강제적으로 금지하는 법의 오류와 폭력성이 과연 가한가, 불가한가. 이를 논의의 대상에 두는 것조차 참으로 유치한 일이지 않은가. 정의당에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전 국민을 이 유치한 시시비비의 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이 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성에 대하여 충분히 검토하였는가? 이후 파생될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돼 있는가?
충분한 검토 없이 발의했다면 그 섣부름에 비난 받아야 할 것이고, 이를 알고 있음에도 특정 의도를 갖고 발의했다면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부디 구별과 차별을 구분하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까지 짓밟는 이 법안이 폐기되기를, 다시 발의되는 일이 없기를 빈다.
곽예진(그리스도의계절 회원, 센(Saint) 언니 아카데미 회원)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