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의혹' 수사가 지난 2018년 착수한 이후 해를 두 번 넘겨 1일 결론이 나왔다. 검찰이 강제수사에 들어간 12월13일을 기준으로 628일만에 수사가 종착점에 닿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서 시작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승계 의혹까지 수사를 확대한 검찰은 결국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지만, 장기간 이어진 수사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3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검찰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10명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시민단체와 금융위원회 등 고발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1년9개월여간 이어온 수사를 이날로 마무리하게 된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를 인지하고,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며 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같은 해 12월 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과 관련한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 8명을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분식회계 의혹이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 산정과 연관돼 있다고 의심하고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해나갔다.
하지만 김태한 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윗선 수사에 '빨간 불'이 켜지기도 했다.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로 삼성 임직원들을 우선 재판에 넘겼고, 임원 3명은 지난해 1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말까지 서버·PC 등에서 2270만건 상당의 디지털 자료를 선별해 압수·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지난해 말께부터 삼성 전·현직 관계자를 수차례 소환했다.
검찰은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거론되는 이 부회장을 지난 5월26일과 29일 소환했다. 이어 이 부회장·최지성 전 실장·김종중 전 팀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지난 6월9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수사는 다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어 이 부회장 측이 소집을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같은 달 26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검찰은 '이중고'에 빠졌다.
이후 검찰은 두달여간 장고를 거듭했다. 지난 7~8월 수사심의위 권고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의견 청취를 진행했으며, 금융·기업 관련 수사 경험이 있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을 모아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의견 청취 결과 상당수 '불구속 기소'로 결론이 모였고, 이같은 결론에 대해 검찰 내 이견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결재를 거쳐 오후 1시께 서울중앙지법에 공소장을 제출했다. 제출된 사건 수사기록은 모두 437권으로 21만4000여쪽 분량이다. 공소장 분량은 133쪽에 달한다.
수사가 장기화한 이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인멸이 있었고, 참여권을 보장해야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점 등으로 인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이 오래 걸렸다"며 "올해 상반기 수사를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소환 일정 조율에 차질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단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와 국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이들 11명만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후 하위 직급에 있는 삼성그룹 내부 관련자들의 별도 혐의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회계법인 관계자 등에 대해선 결론을 재차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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