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주의는 하나님 중심의 신본주의에서 하나님의 자리를 인간이 차지한 세계관이다. 인본주의는 초자연을 부정하는 자연주의, 이성을 신뢰하는 합리주의, 과학적 방법만 인정하는 과학주의가 특징이다. 인본주의는 공립학교 교육내용을 장악한 존 듀이 같은 인본주의 교육철학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확산되었다.
각 세계관에 공통적으로 주어진 4가지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인본주의 세계관의 답은 1933년, 1973년, 2000년에 각각 발표된 “인본주의자 선언 1~3”의 선언문이나 이 선언문 작성을 주도한 사람들의 저서, 칼럼, 공개강의 등 그들의 주장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인본주의는 창조주 하나님을 부정한다. 인본주의자들은 우주의 탄생, 생명의 탄생 등 모든 것에 과학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주의 기원이나 생명의 기원 같은 문제는 과학적 방법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형이상학적 문제이다. 기원에 대한 그들의 설명 역시 직접 관찰하거나,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 단지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는 빅뱅이론이라는 그럴듯한 가설을 믿는 믿음을 기반으로, 또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진화론이라는 가설을 믿는 믿음을 기반으로 설명하는 것만이 과학적인 방법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기반을 가졌기에 초자연적 존재인 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단세포 생명체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인간의 정체성이 짐승과 다르지 않다고 여긴다. 그러나 진화의 과정이 인간에 와서야 이성이 발달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성을 가진 생명체로서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본주의자들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은 하나님과 동격이라는 평가에서부터 하찮은 미생물과 다를 바 없다거나, 마치 기계와 같다고 생각하는 등 다양하다.
나의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인본주의자들은 “인간 개개인은 선한 인격을 가지고 태어나며 스스로 완전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을 둘러싼 사회와 그 제도들이 문제의 원인이며, 인간에게 악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 모두가 선하다면 어째서 인간사회가 악하게 되었는가?”라는 인본주의 심리학자인 롤로 메이의 질문에 대해서는 누구도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기독교인은 인본주의자들의 이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독교인은 “인간은 모두 원죄를 가지고 태어나고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환경까지 저주를 받았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완전하게 될 수 없다. 죄의 근원이 인간 개개인의 원죄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그것이 사회와 제도에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문제가 사회와 제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본주의자들의 문제 해결책은 사회와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작은 사회는 더 큰 사회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궁극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단위 혹은 지구촌 전체의 변화를 일으켜야한다. 그러므로 인본주의자들은 국가가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힘을 가진 정부가, 또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기구나 세계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본주의자들은 이상적인 사회를 제안하고 그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대단히 낙관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유혹되기 쉽다. 인본주의자들도 그동안 자신들이 제시한 이상이 잘 실현되지 못했음을 스스로 고백하지만 낙관적 이상주의의 태도는 여전히 버리지 않는다.
결국 나는 어디로 가는가? 인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자연주의, 과학주의 때문에 인간에 대해서도 다른 생명체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즉, 병원에서 환자의 생명신호를 나타내는 심전도, 호흡, 혈압 등이 모두 정지하는 죽음이 닥치면, 인간의 세포 사이의 신호교환도 사라지고 결국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마음이나 영혼을 뇌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결과로 발생한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신호교환의 상실과 함께 우리의 영혼도 육체의 죽음과 함께 깨끗하게 사라진다고 여긴다. 리처드 도킨스 같은 인본주의자들은 “아마 우리를 심판할 신은 없을걸. 그러니 심판에 대한 걱정은 그만하고 인생을 즐겨.”라는 현세적이며 향락적 삶의 태도를 가질 것을 선동하고 있다.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스스로의 이성과 과학적 지식에 자신감을 얻은 인간들이 하나님의 존재를 귀찮게 여기며, 니체의 표현처럼 스스로 신을 죽이고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한 것이 인본주의의 정체이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들이 가는 길은 사사기의 표현처럼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원죄의 정체인 하나님과 동등하게 되려하는 교만함일 것이다.
자신들의 세계관에서 하나님을 배제한 결과 인본주의에는 윤리의 절대적 기준이 사라졌다. 1990년 그해의 인본주의자로 선정된 테드 터너는 터너 방송사(CNN, TNT, TBS 수퍼스테이션 소유)의 전 CEO였다. 그는 “기독교는 패배자들을 위한 종교다. 예수께서 굳이 십자가에 죽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나를 위해 아무도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십계명은 인간을 쓸데없이 얽매는 굴레로서 폐기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인본주의자들은 공교육과 세상에서의 영향력을 통해 성경의 절대적인 기준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들도 인본주의 공교육을 12년간 받아왔다. 우리들 개인과 교회와 가정 속에 몰래 들어온 인본주의 영향을 더 잘 분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진리는 그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의 세속적 영향력에 의해 결정될 수 없다. 오직 그 내용이 성경과 복음에 합치되는가가 진리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묵상: 나의 세계관속에 오염되어 있는 인본주의적 세계관의 영향을 분별해 보자?
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약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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