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성소피아 대성당을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한지 한달여 만에 또 다른 박물관을 모스크로 변경하라고 명령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와 AP통신 등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스탄불의 카리예 박물관을 모스크로 전환할 것을 공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적,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보수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결집하고자 이같은 명령을 내렸다고 CP는 전했다.
신성한 구원자의 교회(Church of the Holy Saviour in Chora)로 정교회 시설이었던 카리예 박물관은 4세기 초 콘스탄티노플 성벽 인근에 건립됐다. 1453년 오스만 투르크가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하면서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됐고 이후 1945년 터키 정부에 의해 박물관으로 지정됐다. ‘최후의 심판’을 묘사한 프레스코화 등 비잔틴 시대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로 잘 알려져 있다.
수백만 명의 정교회 기독교인들이 거주하는 그리스 외무부는 유엔 지정 세계문화유산을 다시 한번 잔인하게 모욕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그리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것은 모든 신자들에 대한 도발이다. 우리는 터키가 21세기로 돌아가 문명 간 상호 존중과 대화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터키 야당 의원인 가로 페이란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조치는 터키에 대한 수치”라고 표현하며 “터키의 깊은 다문화적 정체성과 다종교 역사의 상징 중 하나가 희생됐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달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소피아 대성당을 모스크로 전환할 계획을 발표하고 집권 정의개발당(AKP)과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개조한 1934년 터키공화국 국부(國父)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청원했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성소피아의 변경 안건에 대한 심의를 착수했다.
성소피아 대성당은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새로운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하면서 건립되었으며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되었다. 15세기에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되기 전까지 성소피아 대성당은 약 1천년간 동방정교회의 본산이었다.
1453년 오스만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성소피아 대성당은 오스만제국의 황실 모스크로 개조됐다. 세계1차대전으로 오스만제국이 멸망한 후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아타튀르크는 1934년 강력한 세속주의를 앞세워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했다.
성소피아 대성당을 무슬림 사원으로 개조한다는 소식에 정교회를 비롯한 세계교회가 이에 반대했다. 국민들 대다수가 동방정교회인 그리스와 러시아는 물론 세계교회협의회(WCC), 바티칸 교황청이 터키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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