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The Gift’로 데뷔해 2007년 ‘Thy Word’, 2015년에는 가수 박진영 씨와 함께 ‘사랑이 제일 낫더라’를 부른 CCM 가수 남궁송옥. CCM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일 것이다. 남궁송옥은 박종호 콘서트 코러스와 한국컨티넨탈싱어즈 출신의 맑고 시원스런 보컬의 여성 찬양사역자다. 그녀는 1971년 서울에서 출생해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음악을 시작하게 됐고 자신의 진로에 대한 하나님의 기도 응답으로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에서 성악을 전공한다.
남궁송옥은 성악과 출신답게 풍부한 성량과 안정적인 소프라노급 하이톤을 구사하면서도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음색과 창법으로 일찍부터 앨범 제의를 받았을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김명식, 좋은 씨앗, 안성진 등의 수많은 콘서트에서 코러스 사역을 담당하였다. 그녀는 여러 콘서트에서 싱어와 코러스로 활약한 바 있고, 라이브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그녀의 가창력은 가히 소름이 돋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그녀는 컨티넨탈싱어즈의 투어와 앨범 작업에 꾸준히 참여하였다. 숭실대학교, 프레이즈신학교 등에서 찬양 컨퍼런스 보컬 지도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런 그녀가 13년 만에 3집 정규 앨범 ‘By Faith’를 들고 돌아왔다. 이 앨범이 나오는데는 13년 이상의 많은 아픔이 있었고 그 어려움 가운데서 단련된 신앙을 통해 완성된 곡들이기에 쉽게 흘려 들을 수 없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오랜 시간 다듬은 일곱 곡의 자작곡과 친구의 노래, 그리고 두 곡의 찬송가를 엮어 출시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믿음으로, 조금 느려도 괜찮으니, 비록 약속이 보이지 않고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조금만 더 용기내서 끝까지 나아가자는 주제를 담고 있어 신앙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자들에게 새 힘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3집 앨범의 주인공 남궁송옥과의 일문일답이다.
- “삶의 무게에 짓눌려 염려하고 소망도 없이 그렇게 주저앉아있을 때, 인생의 거친 폭풍에 휘몰려 내 안의 믿음조차 희미할 때, 말씀 속에서 실낱같은 빛을 붙잡게 하십니다. 여전히 변함없이 신실하신 그 하나님을 경험하며 바라고 기다리며 견디고 기뻐하는 믿음을 배우게 하십니다. 더욱더 힘껏 노래해야 할 이유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앨범 소개를 해주셨는데요. 2007년 2집 ‘Thy Word’ 이후 13년 만에 3집 ‘By Faith’ 를 내셨는데, 앨범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빠는 제가 5살 때 돌아가셨는데, 엄마가 4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기 10년 전부터 희귀 질환인 ‘뇌병변(소뇌가 작아지는 병)’을 앓다가 3, 4년 전부터는 몸을 가누질 못하셨어요. 그런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 저의 신앙의 민낯을 보게 됐습니다. 다른 분들도 겪으시는 것일 수 있는데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희망도 없는 상태에 빠지니까 제가 하나님을 원망하게 되더라고요. 치료제도 없는 병 앞에 하나님께 ‘하나님 제가 뭘 잘못했나요’라는 기도가 나왔어요. 이런 저 스스로에게 놀랐어요. 어떻게 이런 말이 튀어나오지? 한 번도 하나님을 의심해보거나 신앙을 버린 적이 없는 제가 원망하는 걸 보면서 내 바닥이 여기라는 것을 봤어요.
그래도 식사 때마다 함께 기도를 해왔어요. 그러다 하루는 엄마보고 직접 기도하시라고 했는데 엄마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으니 감사하게 받겠습니다’라고 기도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망치로 맞은 듯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주권 아래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서 내 힘으로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고 마음에 평안이 임했어요.
그러고 나니 엄마를 챙겨드리는 일도 더 많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었고, 힘들지만 주저앉지 않고 이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보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겼어요. 상황은 그대로인데 관점이 바뀌니까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됐어요. 그러면서 믿음의 고백이 하나 둘 씩 나왔고 그 고백들을 모아서 이번 ‘By Faith’를 내게 됐습니다.”
- Nashville Recording Orchestra도 이번 앨범에 참여했습니다. 앨범을 해외에서 제작하신 건가요?
“미국 내슈빌에 있는 연주자들이 대부분 연주해주셨어요. 9곡을 미국 현지에서 녹음했습니다. 나머지는 마커스의 임선호 기타리스트가 몇 곡을 한국에서 연주해주셨고, 김한나 씨가 재즈 버전 곡을 연주해 주셨죠.”
- 이번 앨범의 곡들을 작사·작곡하시면서 묵상하거나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힘들어 바닥에 주저앉아 있을 때 느껴진 하나님을 잘 노래하려고 했어요. 우리가 때로는 교회 모드와 교회 밖 모드가 다른 삶을 살 게 되잖아요. 믿는 것과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 분리되어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고민을 노래로 풀려고 했어요.”
- 이번 앨범을 만들 때 느낀 점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역시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앨범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관계에서 오는 문제는 사랑으로만 풀어지는 걸 느꼈어요. 시간은 가는데 작업이 더디고 원했던 방향과 안 맞아 소통이 잘 안 되는 것들이 쉽지 않았죠.”
- 1집이 2001년에 나왔으니 19년 이상 찬양사역자 활동을 해오고 계시는데요. 그동안 활동하며 느낀 음반 시장의 변화가 있나요?
“예전에는 비용을 많이 들여서 앨범을 내도 선순환이 되는 구조였어요. 서점이나 앨범 상점에서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죠. 2000년 접어들면서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왔어요. 유통사에서 유명 곡들을 모아서 앨범을 내다보니 새 음반을 내는 아티스트들한테는 더 음반을 만들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이 됐어요. 또 테이프에서 MP3가 대중화되고 온라인상에서 스트리밍이 되면서 새로운 곡을 만들기가 어려워지게 됐어요. 교회 분위기도 음반을 대가를 지불하고 산다는 인식이 이전부터 약했는데, 디지털 시장이 되면서 그 인식이 더 심해진 것도 있었어요.”
-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코로나 블루라고, 코로나 때문에 다들 일도 그렇고 재정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많이 위축되었는데요. 신앙생활도 온라인으로 예배하고 혼자하고 하니까 어려운데 이번 앨범이 제 힘든 삶에서 우러나온 곡들이니만큼 들으시면서 조금이나마 주님이 주시는 위로와 힘을 받으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믿음의 길을 가고 있는데 좀 느려도 괜찮고, 잠시 주저앉아 있는 것 같이 여겨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믿음의 길 위에서 꾸준히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믿음이 없이는 기쁘시게 할 수 없으니 우리의 열심이 지나치다 보면 어떤 일과 열매로 기쁘시게 해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클 수 있는데요. 그것보다는 내가 하나님과 동행하고 내 아버지로 믿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이 기간에 또 제 노래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들을 하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
- 2015년에 박진영 씨와 함께 ‘사랑이 제일 낫더라’라는 곡을 함께 부르셨는데요. 당시 박진영 씨가 먼저 제안했다고 들었습니다.
“JYP에서 학교로 연락이 왔는데 조교가 연락처 드려도 되겠냐고 하는 거예요. JYP에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많이 놀라긴 했지만 무턱대고 부르겠다고 할 수는 없어서 노랫말이나 음원이 있으면 보내 달라고 했어요. 가사를 보니 제가 알던 그런 박진영 씨의 가사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친구에게도 조언을 구하고 해서 가스펠만 하던 사람이 이런 행보가 괜찮을까 하는 걱정을 뒤로하고 응했어요.
그래서 그날 바로 JYP 사옥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다들 만족했다고 들었어요. 이후 박진영 씨와 만나서 식사하면서 대화를 좀 했어요. 박진영 씨는 일주일에 하루는 기독교 음악, 방송을 듣는데 녹음하기 1년 전부터 저의 음악을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진영 씨는 저에게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이해한 사람처럼 불러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믿어지지 않아서 미치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열심히 구도자의 삶을 사는 것 같았어요. 저는 그에게 믿어지는 것도 성령이 주시는 것이라고 얘기해줬어요. 그 이후로 앨범 쇼케이스 할 때 만나서 듀엣으로 부르기도 하고 두 번 정도 만났어요. 그 뒤로 앨범 작업은 더 하지 않았어요. 그 앨범이 널리 알려지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어요.”
- 찬송가 밴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앨범은 계속 낼 텐데요. 젊은이들이 찬송가를 많이 안 듣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즈 풍으로 편곡해서 부르고 있어요. 아이들이 찬송가를 많이 듣고 부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 추천 찬양이 있다면 이유와 함께 나눠주세요.
“외국 찬양을 많이 듣고 자랐어요. 성악을 전공해서 가스펠로 전향할 때 성향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미국의 유명 아티스트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스티프 커티스 채프먼(Steven Curtis Chapman)의 음반을 듣게 되었는데요. 그의 음반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 사람처럼 음악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의 노랫말을 보면 하나님을 묵상하며 강요가 아닌 자신의 확신에서 오는 말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모습에 많은 도전을 받고 있어요.
저는 스티븐의 ‘God is God’을 특히 더 좋아해요. 전적으로 하나님께 순복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곡 끝에 원주민이 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가 매우 감동적이었어요. 아마존에 간 선교사가 도착하자마자 살해당한 일이 있었어요. 주위에서는 의미 없는 죽음이었다는 말도 있었는데요. 돌아가신 선교사의 부인은 그 아마존에 다시 들어가서 자신의 남편을 죽였던 자에게 복음을 전했고 그가 복음을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너무나 감동적인 스토리죠. 이 소식을 들은 스티븐은 선교사를 죽이고 회심한 그 원주민의 찬양 소리를 자신의 음반에 담아냈어요. 곡 마지막에 나오는 원주민의 소리가 그가 부른 것임을 알게 된 저는 태평양 건너서 오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굉장히 소름 끼치게 감동적으로 다가왔어요. 복음의 놀라운 열매들을 음반에 담아낸 거잖아요. 저는 스티븐의 그런 곡을 들으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이렇게 노래해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곡과 어울리는 수준 높은 기타 연주도 들어가고 오케스트라도 들어가서 좋았고요.”
- CCM 계와 기독교 문화계를 볼 때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CCM 앨범은 하나님 보시기에 돈으로 따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에는 수익이 나야 꾸준히 앨범 활동을 할 수 있겠지만 수익이 나든 안 나든 내가 이렇게 사랑받았고 그분의 은혜 안에 살고 있으니 받은 사랑을 흘려보낼 때 또 채워지는 것인데 기독교 문화에서도 이런 게 물질적이든 어떻든 잘 흘러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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