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가 9일 교회 홈페이지에 ‘영적 자가격리’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이 목사는 “외로움을 잘못 다루면 병이 되지만 잘 다루면 약이 된다. 홀로 있을 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는다”며 “난해한 내면을 읽는 것은 어렵고, 대개는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많은 경우 문제의 원인은 자신의 무지에서 비롯되고, 자신을 알려고 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홀로 있을 때 자신의 단점과 연약함이 그대로 드러나고, 진실해 진다. 자신이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지, 자신 안에 무엇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일은 중요하다”며 “내 안에 있는 염려, 원망, 분노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지금 욕망 하는 것들,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에 매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독의 시간을 가지려면 활동적인 삶에서 일시적으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예수님은 종종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셨다. 한적 한 곳으로 가서 하나님과 독대의 시간을 가지셨다”며 “홀로 있을 때 마음의 밑에 감추어 있던 분노와 두려움 등이 하나둘씩 떠 오른다. 내면에 숨겨진 허영과 허위의식들이 나도 모르게 삶의 에너지를 빼앗아가고 파괴하며, 고독과 침묵을 통해서 비로소 들어야 할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내면에서 들려오는 진실된 소리를 듣는 일은 힘들다”며 “처음에는 거부하고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고 하며, 독성이 강한 공해들로 가득한 세상에서는 참된 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독과 침묵을 통해서 내면이 깊어지지 않으면 타인과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독을 내면화하는 작업은 외적 활동 보다 우선적인 일이다”며 “자신의 영혼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삶의 방향이 외부로만 치우쳐져 에너지가 한 곳으로만 쏠려 결국 소진되고 만다. 고독을 내면화하는 작업을 해야 삶의 동력이 생긴다. 조직화되고 종교적인 활동들로 잘 짜 여진 곳에서는 겉으로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며, 얄팍하고 깊이가 없고, 내용은 없이 겉 만 타오른다”고 했다.
이어 “세상은 외적인 결과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드러난 것에 사력을 다한다”며 “언제나 외형에 치중하기 쉽고, 드러난 결과와 업적에 환호한다. 그럼으로 성공적인 사역에 쉽게 현혹 당한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예수님은 달랐다. 외적인 모습에는 눈길을 끌만한 것이 없었다”며 “주님은 홀로 있는 시간을 통해 내적 충만 상태를 유지하셨고, 드러난 것에 승부를 걸지 않으셨다. 고독을 통해 끊임없이 내면의 소리를 들으셨다”고 했다.
아울러 “외부적인 상황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자가격리가 관건이다”며 “내면에 들려오는 미세한 소음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영성이 절실한 시대이다. 공허한 자아의 만족을 위한 몸부림을 치던 삶을 중단하고, 과잉활동주의가 낳은 피로감에 지친 삶을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럼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들려오는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우리의 영혼이 은혜의 물살을 타고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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