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4월 29일 모두가 숨죽였던 그날.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중국 상하이 홍구공원 연단 위로 물통 폭탄 하나가 날아든다. 일본 천황의 생일이자 그들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제1차 상하이 사변의 전승기념행사가 열리는 중이었다.
독립운동사에서 전무후무한 쾌거로 평가받는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의거가 29일로 88주년을 맞았다.
이에 맞춰 윤봉길 의사와 당시 홍구공원 의거를 정점에 놓고 이역만리 불모의 땅에서 분투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소설이 출간됐다. '1932 상하이'
홍구공원 의거는 '중국 100만 군대가 하지 못한 일을 한국의 한 청년이 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홍구공원 의거라는 역사적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윤봉길 의사에만 조명하지 않는다.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드러나지 않고 묻힌 이름이나 민초 등 홍구공원 의거를 성공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이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소설은 당대 실존했던 명사(名士)를 등장시키며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를 절묘하게 섞어 흥미를 더한다.
소설 속 화자 '오자키 호츠미'는 홍구공원 의거에 연루된 한 사건을 주목하며 파헤치는 캐릭터인데, 그는 실제 아사히신문에서 근무했고 근세 최고 스파이로 꼽히는 리하르트 조르게에게 일본의 극비문서를 전달한 인물이다.
무엇보다 타국 땅에서 독립투쟁을 벌였던 한인 애국단원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구국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동생으로 알려진 채 역사적 평가는 유보되고 있는 안공근도 등장한다. 작품은 독립투사로서의 활약을 그리며 안공근을 조명한다.
'님 웨일스'로 알려진 '아리랑'의 저자 헬렌 포스터와 그의 남편이 된 에드거 스노우,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조지 애쉬모어 피치 등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1932 상하이'의 저자들은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영화학도들이다. 본래 영화 시나리오로 집필하다 중단됐던 작품을 우여곡절 끝에 소설로 선보이게 됐다. 388쪽, 강신덕·김성숙 지음, 신북스, 1만5000원.
임종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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