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꽃다운 나이에, 선교회 선후배 사이었던 남편과 결혼했다. 아기가 배불리 젖을 먹고 평화롭게 자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주님 뜻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샌가 여섯 명의 아이들을 품에 안게 됐다. 무슨 정신으로 줄줄이 낳고 입양했을까, 스스로 물을 때가 많다. 그때마다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아낼 수 없었다"고 고백하게 된다.
신간 '바보 엄마'는 여섯 아이를 출산, 입양하고 양육하는 과정 가운데 하나님께서 어떻게 함께 하셨는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권미나 선교사는 2016년 말레이시아로 파송받아 선교사들을 돕는 MSM(Missionary Support Mission) 사역을 하고 있다.
새벽 2시가 되도록 젖도 거부하고 울음이 그칠 생각이 없는 아이를 보면서 발만 동동구르다 택시를 잡아 타고 병원에 달려갔다. 처방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분유가 담긴 젖병. 모유만 먹어야 하는 줄 알고 집에 분유도, 젖병도 챙겨놓지 못한 무식함에 간호사는 황당해했다. 먹은 게 부족해서인지 황달 수치가 높아져 입원 치료를 받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아파 엉엉 울었다. 그러나 엄마의 무지, 미안함과 상관없이 아이는 더욱 건강해져서 무사히 퇴원했다. 하나님의 은혜였다.
80만원의 사례비로 겨우 생활해야 했던 때 전능하신 나의 주 하나님은 능치 못하실 일 전혀 없다는 찬양을 부르며 분유가 아닌 모유로만 키우게 해 달라고 주님께 눈물로 기도드렸다. 눈물과 믿음의 고백의 기도를 보신 하나님은 그냥 버려두지 않으시고 당시 부교역자로 계시던 강사모님을 천사로 붙여주셨고, 하나님과 사모님의 합동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엄마 없는 아기들은 누가 씻겨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즈음에 입양하신 사모님들을 만나게 되었고, 아픈 아이 일곱 명을 입양하여 키우신 윤정희 사모님의 ‘하나님의 땡큐’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기도 하는 가운데 고아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게 하셨고, 가슴으로 낳는 해산의 고통을 치르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키우게 되었다. 낳든 입양하든 아이를 한 명씩 품을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내 시간 포기하고 젊음의 때에 내가 하고 싶은 것 포기하면 내가 한 알의 밀알로 죽고 고생하면 한 명 살릴 수 있는데….’
엄마의 자랑, 기쁨인 첫째 세이가 11살이 되던 해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 하나님께 눈물 흘리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아이들을 힘을 다하여 말씀과 기도로 가르치려 했는데, 삶으로 가르치게 된 분노가 아이들에게 남은 것이다. “하나님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의 추악함을 지켜보았을 사무엘을 거룩하게 지키신 하나님께서 죄인 중의 괴수인 나 같은 죄인에게서 자라난 세이도 하나님이 거룩함으로 덮으시고 보호하시면 사무엘과 같은 시대의 위대한 선지자가 될 줄로 믿습니다. 믿음의 유산이 아닌 끊지 못한 죄를 물려주게 된 저와 세이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라고 뜨거운 눈물로 기도하며 하나님께 세이를 올려드렸다.
하나님의 은혜는 신실해서 이 문제로 아이와 통곡하며 기도할 기회를 주셨고, 서로 자신이 얼마나 죄인인지 깨닫고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 저자는 “자신을 봐도 아이를 봐도 소망이 없을 때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자. 그 은혜는 어떠한 죄인도 품으실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는 역전의 은혜, 다시 꿈꾸게 하실 수 있는 능력의 은혜”라고 말한다.
저자는 “나는 지금도 바보 엄마이다. 주님의 지혜와 도우심이 없이는 내게 맡겨주신 아이들을 잘 양육할 수 없는 그런 자이다. 하지만 나는 주님의 전적인 은혜로, 눈물 흘리는 또 다른 엄마들을 살리는 ‘사명이 있는 바보 엄마’가 되었다. 울어본 자만이 우는 자를 위로할 수 있고 아파본 자만이 아픈 자를 품을 수 있지 않은가. 주님 앞에서 바보인 것이 감사하다. 세상은 바보를 조롱하지만, 주님은 바보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신다.“ 고백한다.
바보 엄마는 오늘도 이렇게 기도한다. "제 손을 하나님께 드릴게요. 이 손으로 아이들 씻기고 먹이고 기도해줄게요. 제 몸과 젊음을 하나님께 드릴게요. 하나님, 저를 통해 하고자 하시는 일 하세요."
바보 엄마 ㅣ 권미나 ㅣ 규장 ㅣ 248쪽 ㅣ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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