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경제활동 중단으로 각지에서 분신과 시위가 속출, 사회불안과 소요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진단했다.
최근 인도, 레바논, 이라크에서는 이동·영업 제한과 집회 금지명령 등 당국의 강력한 방역 조처에도 크고 작은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주 뭄바이에서는 일감을 잃은 채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이주 노동자 수만명이 사회적 거리두기 명령을 어기고 모여 당국에 항의했다.
외출금지령이 내려진 레바논에서도 베이루트와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민생고에 분노한 주민 시위가 세건 이상 벌어졌다.
이라크 남동부 나시리야와 바그다드 인근 사드르에서도 당국의 집회 금지명령을 깨고 소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감염병 확산 우려 탓에 지난해와 같은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는 거의 없지만 길어지는 '코로나 봉쇄'에 따른 생활고에 좌절한 주민의 분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양상이다.
레바논에서 한 택시기사가 영업제한 위반으로 단속된 후 분노로 택시에 불을 놓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확산했으며, 시리아 난민 가장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한 데 절망해 분신한 채 내달리는 모습도 인터넷에 퍼져나갔다.
튀니지에서도 한 남성이 분신 사망한 사건이 보고됐다.
튀니지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의 진원지로, 당시 단속을 당한 과일 노점상의 분신이 아랍권 도미노 혁명의 방아쇠를 당겼다.
세계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날품팔이로 연명하는 노동자가 전 세계적으로 20억명이 넘는다. 이들에게 일을 중단하는 것은 굶주림으로 직결된다.
WP는 바그다드의 시장에서 툭툭(택시와 유사한 개조 차량)을 모는 20세 청년 후세인 파케르가 일을 나갔다가 '코로나 통행금지' 위반으로 벌금을 물리려는 경찰과 싸움까지 가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파케르는 "굶어 죽거나 가족이 굶주리는 걸 보느니 바이러스로 죽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분노와 절망이 폭발한다면 아랍의 봄 봉기보다 훨씬 험하고 폭력적인 소요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런던정경대(LSE)의 파와즈 게르게스 교수(국제관계학)는 "이것은 민주주의와 상관없는, 극도로 절망적인 빈곤으로 인한, 아사로 인한 것이 될 것"이라며, "그러한 사회적 분출이 동시다발로 일어날까 두렵다"고 말했다.
정치·사회적 배경에 차이가 있지만 미국과 브라질에서도 '봉쇄 조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주민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중국에서도 '발원지' 우한의 봉쇄가 해제된 후 주민들이 임대료 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던 점을 거론하며, 중국에서 2차, 3차 유행과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발생한다면 소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사추세츠공대 슬로언경영대학원의 야성 황(黃亞生) 교수는 재유행이 일어날 경우 중국 주민의 반응은 당국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중국 지도부를 도와주는 형국이라고 황 교수는 분석했다.
황 교수는 "참사 수준의 미국 대응으로 '이러한 사태를 다루는 데 중국 체제가 최고'라는 중국 당국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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