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실시된 총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탈북민이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주인공은 지난 2016년 여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재직 중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공사. VOA는 "미국의 전직 관리가 '북한 정권의 감시와 세뇌 위협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북한 주민들의 열망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며 이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현황에 따르면 태영호 전 공사는 '태구민'이란 이름으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강남갑 선거구에서 60% 가까운 압도적 득표로 당선이 확정됐다.
앞서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김일성종합대 경제학자 출신인 조명철 박사가 탈북민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됐지만,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지역대표가 아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었다. 때문에 탈북민이 한국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태 전 공사가 처음이다.
태 전 공사는 당선이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며 “위대한 선택을 하여 주신 강남 구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혼신을 다할 생각”이라 밝히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실정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했다고 본다"면서 "(국회에서) 북한의 현실에 맞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에 맞는 대북정책을 입법하겠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월 국회의원 출마를 공식 발표한 뒤 유세 과정에서 이번 선거는 “김정은과 자신과의 전쟁”이라며, 자신의 당선은 북한 엘리트들과 주민들에게 자유와 희망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던 바 있다.
그는 "미국의 전 대통령 링컨은 한 장의 투표는 총알보다 더 위력하다고 했다"고 말하고, "여러분이 투표할 한 장의 종이가 김정은이 가진 백 개의 핵미사일 보다, 그 어떤 총탄이나 포탄 보다 더 위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말했었다.
더불어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2번으로 출마한 북한 `꽃제비’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 씨도 당선됐다. 북한의 최하층 출신 탈북민과 엘리트 외교관 출신 탈북민이 함께 국회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같은날 이런 탈북민들의 한국 국회의원 당선 소식은 “민주사회에 대한 탈북민들의 성공적인 안착”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 했다. 탈북민의 한국 국회의원 당선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이 믿도록 강요받는 것을 믿지 말고, 자신들의 생각도 김정은 정권에 통제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또 코헨 전 부차관보는 또 탈북민들의 성공적인 민주사회 안착은 “북한 정권의 감시와 세뇌, 체포 위협으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염원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태영호 전 공사와 지성호 대표는 모두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탈북민들이라며, 이들을 통해 한국 내 탈북민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탈북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는 것"이라 말하고, "요즘 대한민국 정부가 남북한 화해를 위해 노력을 많이 하면서 탈북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면서 "두 사람의 당선이 그만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에 본부를 둔 대북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탈북민들의 당선은 북한의 체제선전에도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사회에 의미가 굉장히 크다. 두 사람에 대해 북한 당국은 그동안 굉장히 많은 악담을 했었는데, 이제 생각을 달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하고, "탈북해서 내려온 사람들을 함부로 헐뜯으면 오히려 더 관심이 높아지고 남한사회는 더 많은 지지를 보낼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 사이에 얘기가 많이 퍼지게 될 텐데, 북한체제가 선전했던 것들에 다들 물음표가 붙게 되는 것"이라 했다.
한편 태 전 공사와 지성호 대표 모두 서울에서 단체를 설립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시민운동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태 전 공사가 당선된 지역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북한 문제 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이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존재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남북한 백성을 모두 구하겠다는 의지로 한국에서 이름을 ‘태구민’으로 개명했다며,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국회에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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