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고등교육기관 ‘배재학당(培材學堂)’에서 이뤄진 한글과 계몽 관계를 짚어낸 책이 출판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는 배재대 출판부 지원을 받아 ‘한글과 계몽 그리고 배재’를 최근 발간했다.
그는 머리말에서 “21세기 인문교양 역량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며 “특히 근대교육의 요람인 배재학당의 창학 정신과 역사적 의의를 되새겨 학생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일사불란한 한국어의 역사를 세계로 확장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말 지킴이로 나선 주시경 선생의 생애와 후세의 영향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세계적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의 ‘촘스키 혁명’, 한글 창제 과정까지 세세히 기록했다.
특히 백 교수는 일제 강점기 시절 주시경 선생과 독립신문을 발행했던 ‘배재학당’의 역사성에 집중했다.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은 1900년 배재학당을 졸업했다. 그는 졸업 전부터 배재학당 교사였던 서재필 박사가 주도한 학생단체 ‘협성회’에서 애국계몽사상을 몸에 새겼다. 1898년 독립신문에 ‘국어문법’ 초고를 완성해 1910년 국어 문법서의 기념비적 단행본으로 간행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말모이’는 주시경 선생이 1910년 민족 계몽 운동의 일환으로 설립된 ‘조선광문회’ 활동이 배경이다. 그의 행보가 향후 오늘날 국어사전의 근원적 모태가 됐다. 백 교수는 주시경 선생이 배재학당 재학시절 국어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이유다.
배재학당은 미국인 아펜젤러 선교사가 1885년 학생 2명으로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고등교육기관이다. 배재학당은 서울 중구 정동에 교사를 짓고 당시 조선인들에게 영어로 학문을 가르쳐 ‘근대문명의 발상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밖에 백 교수는 이 책에서 오늘날 찬송가 가사 오용실태를 부록으로 첨부했다. 또 그동안 본인의 언론 기고문을 시의적절하고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백 교수는 “한글과 계몽이 갖고 있는 긴밀한 관계에 주목했으며 근대 계몽기 ‘배재’라는 공간 속에서 어떻게 전개됐는지 살폈다”며 “미래사회를 선도할 학생들의 인문학적 필요와 가치를 최적화하는데 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