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여성연합회(회장 정연진, 이하 한교여연)가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와 공범들을 강력 처벌하라’는 성명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3월 19일 ‘박사’라는 이름으로 ‘텔레그램 N번방’을 운영해온 운영자가 검거됐다. ‘텔레 그램 N번방’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70여명의 여성들을 악랄하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조롱하고 성적으로 착취를 한 동영상을 공유하는 여러 개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대화방들을 운영한 운영자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고 대화방에 입장시켜 성착취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한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이 추적하여 찾아낸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의 참가자는 무려 26만 명이었고, ‘박사’를 추종하는 추종자와 금전거래를 통해 대화방에 입장한 수많은 남성들은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함으로써 ‘박사’의 범죄에 참여한 공범들이 됐다”며 “이처럼 사회 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는 이유는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익명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9년 유명 남성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대화 방에서 여성을 대상화하여 나눈 대화와 성범죄 동영상을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고, 이어 비슷한 양상의 디지털 성범죄들이 적발됐다”며 “지인들의 대화 방을 넘어서 웹하드 등과 같은 대량의 공유 시스템으로 성착취 영상과 사진들이 공유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관련 법안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교여연은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잔인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운영자 ‘박사’에게 여성은 인격체가 아니었다. 그에게 여성은 그저 유흥과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피해를 가한 여성들은 사죄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라며 “이것은 성착취 대화방에 입장한 모든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여성을 인격체로 인식하지 않았기에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범죄에 가담하였고, 사건이 드러나자 일부 남성들은 정당한 대가, 즉 돈을 지불하고 봤으니 문제가 없다는 적반하장의 입장을 취했다”고 했다.
특히 “오히려 성착취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 이러한 성착취 범죄들은 남성들 사이 암묵적인 유흥 또는 ‘놀이’의 개념으로 오랜 시간동안 자리 잡아 왔다. 그리고 ‘남자는 한번쯤 그럴 수 있다’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의식이 이러한 강력범죄를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한 실수 정도로 치부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인식에 기반을 둔 성착취는 디지털 공간으로 그 자리가 옮겨지면서, 더더욱 죄의식 없이 그저 온라인 게임을 하는 정도로 인식되어 수많은 공범들을 양산하게 됐다"며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로 인해 구속되더라도 벌금형 내지는 고작 징역 몇 년 정도의 처벌밖에는 받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유형의 범죄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박사’ 보다 먼저 구속된 동일 범죄를 저지른 ‘와치맨’의 경우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여성으로서, 인격체로서 이번 사건에 깊고 진한 분노를 표한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안일한 수사,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자극적인 보도와 추측성 기사들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는 상황을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디지털 성착취 및 성범죄의 근절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며 “정부는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및 관련자들의 신상을 전원 공개하고 무관용 엄중 처벌하라!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전담기구를 마련하고 철저한 국제공조 수사를 추진하라!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법안을 마련하라! 정부는 피해자 신변보호를 위한 시스템과 치료 및 재활 지원정책을 강화하라! 정부는 성범죄 예방을 위한 성평등 교육을 강력 시행하라! 한국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정의구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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