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많은 한국교회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여 현장 예배를 당분간 인터넷 생중계나 위성방송으로 전환해 드리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비대면, 비접촉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가져온 새로운 풍경이다.
복음이 전달되려면 다양한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국경선의 장벽, 언어의 장벽, 민족의 장벽, 문화의 장벽, 사상과 이념의 장벽까지. 이러한 장벽들을 넘고 넘어,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중국과의 국경마저 폐쇄된, 선교지 중 가장 험지로 꼽히는 북한에 25년째 매일 꾸준히 복음을 선포하는 단체가 있다.
TWR 북방선교방송은 '만날 수 없어도 전할 수 있어요'라는 슬로건을 걸고 1996년부터 단파라디오 방송으로 북한 영혼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있다. 지상 150~300km 상공 전리층과 지표에서의 반사가 반복되며 수천km까지 전달되는 단파에 복음을 실어 북한으로 쏘면, 특별한 경로로 들여보낸 단파라디오를 가진 북한 내지 성도들이 복음을 들을 수 있다. 남북관계나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특별히 코로나19로 북한선교 현장이 크게 위축된 지금도 매일 북한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선교회에서 만난 TWR 북방선교방송 대표 성훈경 목사는 "북한 내지의 지하교회 지도자, 교인들을 위한 예배와 성경공부, 신학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기독교에 적대적인 일반 주민의 호감을 얻기 위한 전(前)전도 프로그램(Pre-Evangelism Program)과 복음전도 프로그램까지 매일 밤 10시 15분부터 0시 45분까지 150분간 북한에 방송을 송출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TWR 북방선교방송이 북한에 보급한 단파라디오는 수만 대에 이른다. 기독교 박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그곳에서 이 손바닥만 한 '라디오 교회'로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으나 매일 지하교회 성도들이 성경과 신학, 간증, 찬양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주일예배'는 매 주일 밤 11시 15분부터 45분까지 30분간 드린다. 방송 안내에 따라 헌금시간도 갖고, 1년에 몇 차례 성찬도 갖는다고 했다.
라디오는 북한 선교의 유용한 미디어 도구
인터넷, 위성방송 등 다양한 매체가 선교의 도구가 되는 오늘날, 주민의 외부 세계 접촉을 극도로 제한하는 북한에서 미디어 선교는 제약이 많다. 대부분 주민이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고,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송출한 방송을 수신하는 수신기기를 구하기 어렵다. 전기 공급도 안정적이지 않다. 디지털 환경이 전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이곳에서 근대의 대표적 소통 방식인 라디오가 매우 유용한 선교 도구로 활용되는 이유다.
ㅡ'만날 수 없어도 전할 수 있어요'라는 모토를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교 역사를 볼 때 복음을 전한다는 의미에는 여러 장벽(산)을 극복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 장벽 중 지리적, 환경적 장벽을 넘어가는 수단으로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 방송이며, 이 방송을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 사용하여 하나님의 성도들을 견고하게 붙드는 것이 TWR 북방선교방송이 설립된 주요 목적입니다.
라디오 방송 선교의 가장 큰 장점은 남북관계나 주변 정세 변화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한반도 분단 이후 북한선교를 한 번도 쉬지 않으셨고, 그러한 방법의 하나로 라디오 방송을 사용해 오셨습니다. '만날 수 없어도 전할 수 있어요'라는 문구는 북한에 매일 복음이 들려지고 있음을 잘 표현한 문구라 생각합니다."
성훈경 대표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대학교 1학년 때 '왜 이 분야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한국CCC 수련회에 참여했다. 당시 한국CCC 설립자 고 김준곤 목사가 민족 복음화와 북한선교에 대해 도전했고, 마지막 날 헌신의 밤에서 북한선교를 위한 '엔지니어선교사'가 되기로 결단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 한국CCC에서 4년 동안 함께 신앙훈련을 하며 기도제목을 나누던 친구를 통해 국제 TWR 사역을 듣게 됐다. 앞서 대학을 마치고 교사가 된 그 친구는 방학 때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해외 교육 봉사를 떠났는데, 선교지에서 TWR 협력선교사를 만난 것이었다. 성훈경 대표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1년 반 정도 준비하여 1994년 8월 홍콩 TWR로 파송돼 미디어 선교를 하게 되었다.
ㅡTWR 북방선교방송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1952년 설립된 국제 TWR은 전 세계 14개 국제방송 송출소와 2,000여 개의 지역방송 송출소, 다양한 매체로 230여 개 언어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전문 미디어 방송 선교단체입니다. 1994년 당시에도 한국에서는 TWR이 정식으로 발족하기 전이어서 저는 홍콩에서 중국 동북 3성의 조선족을 주 사역 대상으로 복음방송을 송출했습니다.
한국 TWR은 1992년 홍콩과 한국CCC와의 협력 사역을 계기로 지역 위원회가 구성된 후 1995년 9월, 국제 TWR과 파트너 관계로 설립되었습니다. 1996년에는 지금의 TWR Korea 북방선교방송으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조선족을 대상으로 복음방송을 보내다 1990년대 중후반, 소위 북한의 '고난의 행군'으로 인한 대량 탈북 사태로 북한의 문이 조금씩 열리자 청취 대상을 북한 주민으로 바꾸었습니다.
동북 3성의 조선족마을은 이 시기 조선족들이 중국 정책으로 다른 지역으로 흩어지거나, 1997년 IMF로 경제가 어려워진 한국으로 대거 들어오면서 라디오 방송 사역의 의미가 축소되었습니다. 조선족교회 지도자들조차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조선족마을보다 한족마을로 가서 사역하기 시작하는데, 중복으로 사역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북한 지하교회 성도를 위한 방송을 내보내기로 한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 선교사들의 후손들이 함께 모은 선교헌금을 기부할 곳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을 만나 북한 방송사역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여, 매일 30분씩 1년 동안 송출할 선교후원금을 지원받았다. 그렇게 1997년부터 북한으로 복음방송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계속)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