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신학적 고려가 필요합니다.
개혁교회는 성경에서 가르친 것만을 예배의 원리(규정적 원리)로 삼습니다. 우리가 주일을 지키는 것은 예수님께서 부활을 통해 구약의 안식일 제도를 완성하셨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해 예배당에서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그러므로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공예배를 임의로 소홀히 하거나 저버리지 말아야 합니다(히 10:25;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1:6). 즉 정한 시간, 정한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우리가 온전히 지켜야 할 신앙의 원리입니다.
하지만 예배에 관해 성경에 직접적인 근거가 없는 것들은 성경 말씀의 일반법칙에 근거하여 본래의 이성과 기독교적인 분별력으로 처리해야 할 환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6). 특별한 경우에 있어서는 사안에 따라 당회가 일정한 결정을 내려 다른 형태의 예배를 취하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을 따르는 교단 헌법 제 6조).
물론 다양한 형태의 예배 가운데에서도 예배모범을 따라서 예배의 기본적인 요소(기도, 찬양, 말씀, 성례(정기적), 헌금; 예배모범 18장)들을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예배의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여 때, 장소, 형태에 대해서는 지혜와 분별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가정은 초대교회의 예배장소이기도 했기에, 가정에서 드리는 예배는 성경적인 근거에 기초한 가장 본래적인 예배 형태입니다(행 2:46; 5:42; 12;12; 롬 16:15; 몬 1:2).
두세 사람이 모였어도 참된 신자들의 모임인 것입니다(마 18:20). 또한 천재지변과 같은 재난의 상황에 처했다거나, 해외 선교지에서 핍박을 피하여 은신처에 숨게 되었다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병원에 거하게 된 경우라면, 예배당에 모여 드리지 않는 예배의 모습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예배로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1527년 비텐베르크에 흑사병이 돌았을 때 마르틴 루터는 떠나지 않고 남아서 환자를 돌보고 강의를 진행했으나, 남은 자들을 돌볼 수 있는 목사의 숫자가 충분할 때 그는 더 많은 목사들이 감염될 필요는 없으니 굳이 올 필요는 없다면서 “이러한 행동[감염에 노출하지 않는 것]을 죄로 간주하지 않는다. 왜냐면 영적 예배들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요 필요하면 얼마든지 머물고자 했기 때문이다”(Luther's Works, vol. 43:121)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전염병의 창궐이라는 천재지변에 준하는 재난입니다. 또한 이단 신천지의 추수꾼들이 예배에 침투하여 바이러스를 고의로 전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급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 재난에 대한 긴급한 대응으로서의 조치를 고려하여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실천적 고려가 필요합니다.
공예배의 실천을 강조하는 개혁교회의 예배 정신은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와 성도간의 수평적 관계를 모두 포함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예배에 있어서 하나님과의 언약 갱신과 더불어 언약공동체로서 연합, 교육, 건덕 역시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러므로 예배당을 통해 전염병을 확신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라면 공동체적 모임을 당회의 결정과 감독에 따라서 다른 형태의 예배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예배의 궁극적인 목적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이라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발생한 위기 상황 가운데 교회는 개인의 신앙도 존중해야 하지만, 국민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사회를 안정되게 하기 위한 실천에도 앞장서야 함이 마땅합니다. 온 피조세계 만물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거하도록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어나가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힘써 기도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재정 후원이나 자원 봉사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나라를 섬겨야 합니다. 또한, 대중적 집회를 통한 감염확산을 방지하고 신천지 이단 집단의 바이러스 전파 시도를 미연에 차단하여, 교회 내의 성도들을 보호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이 지역사회로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세상 속에 존재하는 교회로서 지역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기도와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고려에 근거하여 교회는 재난에 대한 임시조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중 모임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경우 선제적인 대응으로써 예배장소를 변경하여 가정에서 혹은 영상송출을 통해 주일예배를 드리도록 하는 <임시적 특별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예배회피나 말씀에 대한 불복종은 아닐 것입니다. 비상적인 상황에 대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지키고 교회 성도들의 건강을 보호하며 지역사회의 보존을 위해 협력하는 신앙 실천의 한 형태일 것입니다.
만약 신앙에 대한 배도, 예배 회피로의 유혹을 마주한 경우라면, 생명을 걸고서라도 예배당에 모여 주일예배를 드려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는 재난의 상황에 처한 성도들을 돌보고 지역사회를 지켜내야 하는 특수한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교회마다 상황이 다르고 지역마다 상황이 다를 것이므로, 어떤 방식의 대응이 적절할 지는 각 교회가 지혜롭게 판단해야 합니다. 이 때 네 가지를 유념하면 유익할 것입니다.
첫째, 각 교회는 당회의 논의 혹은 그에 준하는 총회가 정한 방식을 통해 공적인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는 정부의 권고나 여론의 동향에 기초한 결정이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과 교단헌법의 원칙에 기초한 신학적, 목회적 결정이어야 합니다.
둘째, 예배당에서의 예배가 힘든 경우라면, 가정예배를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예배모범 15장). 가정예배는 공예배의 확장이자 구체적 실천 장소입니다. 영상으로 드리는 예배는 하나님의 임재와 교제라는 예배신학적 측면에서 임시적이며 보충적 조치입니다.
셋째, 가정에서 혹은 영상을 통해 예배를 드릴 때 성도들이 뜻과 정성을 다해 예배드릴 수 있도록 목양적 인도를 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코로나19 확산의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예배당에서 드리는 공중예배로 즉시 복귀해야 함은 당연합니다.
이번 사태를 마주하며 우리는 그동안 주일에 예배당에 모여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었음에 대해 깊이 감사하며, 이 상황을 바른 예배의 정신과 실천을 향한 예배 갱신의 기회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사회에서의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최선을 다해 감당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할 때 교회의 영광을 회복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며, 이단의 훼방을 물리치고, 지역사회에 전도의 문을 열어가는 길로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2020. 2. 28.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위원회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