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주민 300만 시대를 앞두고 지역 및 언어권별 예배,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 봉사활동 등 이주민 선교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국교회가 늘고 있다. 이러한 다인종·다민족에 대한 이슈는 비단 한국교회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통일민(탈북민)을 중심으로 목회하는 교회는 벌써 체감하는 현실이다.
28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금천구 산돌중앙교회(김연정 목사)에서 '다문화 사회와 통일민 교회 목회'를 주제로 2020 전반기 통일민 목회자 부부 수련회가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노보 노스코리아(NOVO North Korea)의 대표 서예레미야 선교사는 "탈북민 교회들도 이미 다문화가 되었다"며 "남한 성도와 북한 성도들의 문화가 제가 느끼기엔 거의 외국인 수준으로 다르고, 최근에는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중국인 남편들을 데려온 장년 탈북민 교인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또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어만 하는 중국 국적의 탈북민 자녀들이 교회에 들어오면서 다문화 교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서 선교사는 "여기에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서 다문화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거의 없는 탈북민 출신 목회자들이 다문화 현상을 인식하고 연구하며 대처하기 위해 수련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탈북민 목회자 18가정이 참석한 이번 수련회는 산돌중앙교회가 후원하고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 통일소망선교회가 협력했다. 이빌립 북기총 회장(열방샘교회, 통일소망선교회 대표)은 "탈북민을 대상으로 목회하면서, 이들이 데리고 온 중국인 남편들, 또 중국인 남편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까지 포괄적으로 품어야 하는 사역임을 알게 되면서 탈북민 교회가 선교적, 역사적, 목회적 관점에서 다문화 사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나누게 되어 좋은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28일 수련회 첫날 오전에는 한성열 교수의 심리학 특강 및 목회상담아카데미 소개가 있었다. 오후에는 다문화대안학교인 아메라시안 크리스찬 학교(ACA, Amerasian Christian Academy) 교장 강성철 선교사가 ACA 사례를 중심으로 '다문화 시대, 다문화 사역'에 대해 특강을 전하고, 탈북민 청소년, 청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남북사랑학교 심양섭 교장이 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탈북 청소년 교육과 북한선교'에 대해 특강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문화 시대를 맞아 탈북민 출신 목회자들도 성경의 잣대에 비춰 문화를 구별하여 받아들이는 '비평적 상황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또 특정 종교를 배경으로 하는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정치 세력화하는 일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심양섭 교장은 "다문화는 문화 다원주의이고 한발 더 나아가면 종교다원주의가 되기 쉽다"며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과 문화, 종교가 한국의 국가 정체성과 전통적 가치관, 문화를 훼손해서는 안 되며 특별히 헌법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교장은 또"한국 사회는 '다문화 사회'가 아니라 '다인종·다민족 국가'로 가야 한다"며 "다문화에 대해서는 한국 사회가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되며, 한국교회도 깨어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과 힌두 국가인 네팔에서 선교했던 김연정 목사는 "선교사들은 해외에서 기독교를 인구 5%의 집단으로 만들려 하지만, 오랜 세월 종교와 문화가 하나 된 국가들은 결코 기독교가 들어오는 것을 양보하지 않고 기독교가 확장하면 억압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런 가운데 불교와 유교, 기독교 중 어느 종교가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고 하기 어려운 한국의 경우 교회의 책임이 더 커진 것 같다"며 "세상은 부패하고 죄악이 관영하지만, 교회는 교회 고유의 모습을 지켜가면서 세상을 향해 변혁과 치유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특히 "성도들을 끊임없이 말씀으로 가르쳐 국회에서 발언하게 할 수도 있고, 다문화 가정이나 탈북민 자녀들을 위해 마땅히 지원할 장학금을 전달하거나 복음으로 그들을 새롭게 하는 가장 기초적인 역할부터 하면 좋겠다는 것이 간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1993년부터 다문화 사역을 해 온 강영철 선교사는 "탈북민 목회도 다문화 목회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서로 나누고 배우려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특히 탈북민 학생들은 이 땅이 낯선 땅 같기도 하고, 문화도 다르고, 언어는 같지만 좀 다른 부분도 있기 때문에 다문화 학생들이 이곳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민, 이주민,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너무나 다양한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각 사역자가 한 가지 방법이 아니라 다양한 사역으로 서로 네트워크하고 협력하면서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출생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혜택과 지원, 교육 기회에서 차별받는 제3국 출신 탈북민 자녀들을 위해 교회와 기업, 시민 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예레미야 선교사는 "한국어를 못 하는 한족이나 조선족 남편, 탈북민 아내, 북에서 태어난 자녀, 중국에서 태어난 자녀가 한 가정에 모이는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으며, 탈북민 교회 역시 이미 다문화 되고 있다"며 "제3국, 즉 지원에서 소외되는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들만을 위한 대안학교가 세워지면 문제가 많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정 목사도 "탈북민 교회가 다문화 되면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한국교회와 학교 등이 서로 도와주면서 함께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탈북민 목회자들은 "우리가 다원화된 시대에 쉽게 타협하지 않고 고유한 하나님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며 "그러나 많은 한국교회가 통일하겠다면서, 탈북민을 사역자로 세우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탈북민을 적극 양육하여 다문화 시대, 통일 시대를 대비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편, 이날 저녁 집회에서는 서경화 향연교회 목사의 간증과 김연정 산돌중앙교회 목사의 설교, 이빌립 북기총 회장의 기도회 인도로 영적 회복과 부흥을 놓고 뜨겁게 기도했으며, 29일에는 서예레미야 선교사의 '통일민교회의 미래와 사명' 강의, 이사랑 주찬양교회 목사의 목회 사례발표와 질의응답 등이 진행됐다. 올해 교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하여 행사를 후원한 산돌중앙교회 측은 "이 땅에 나그네로 와 있는 탈북민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새로워질 수 있도록 탈북민 목회자들이 더 배우고 깨닫고 다짐하는 시간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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