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
12월 어느 날 아침, 문을 여니 하얀 눈이 소복하다.
계획에도 없던 산행을 생각하고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눈 덮인 길을 사부작 걷고 싶은 마음으로.
겨울 낙엽 위 하얀 가루가 흩뿌려져 시원하고도 폭신한 길.
처음 걷지만 앞서 걸어간 이들 덕에 왠지 모를 익숙함도 든다.
오르락 내리락- 굽이 굽이- 걷고 걷는다.
이마에 맺힌 송글땀을 시원한 바람이 씻어간다.
하아— 상쾌한 숨을 고르고
착착착- 발걸음 박자도 맞춰보고 눈 길을 찌익- 미끄러져도 본다.
마지막으론 그 자리에서 늘 그렇게 있는 나무에게 인사를 건넨다.
밑에서는 모를 산 속의 하얀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
나는 산을 좋아한다. 왁자지껄 하기보단 고요하게 걸을 수 있어서.
산은 말이 없지만, 내 맘에 말을 걸어오는 장소이다.
그래서 때론 내 깊숙한 이야기를 툭 던지기도 한다.
산은 그렇게 내 이야기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산다. 묵묵히.
-봉화산 둘레길에서
▶작가 이혜리
이름처럼 은혜롭고 이로운 사람이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삶의 단상들을 글로 담아 내는 작가. 어릴 때는 순수함을 잃을까 나이드는게 싫었는데 그 덕분인지 지금도 말랑한 생각은 가득하고 하늘 보며 신나게 웃고 잔디에 풀썩 누울줄 안다.
lowell’s note는 자연과 사물, 사람과 교감하며 모험하고 경험하는 일들을 당신에게 전하는가슴 따듯한 손편지 같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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