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총신대 학생회, 운영위원회, 총신대 방송국 등의 이름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교수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제기한다는 대자보가 붙으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성희롱 요소가 짙은 발언을 내뱉은 교수도 있지만, 실제 발언의 맥락을 무시한 채 단락만 쏙 빼 성희롱이라고 뒤집어 씌웠단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총신대 기독교윤리학 이상원 교수까지 포함된 부분이 그렇다.
이 교수는 생명과학과 생명윤리 수업시간에 ‘동성 간 성관계의 보건적 유해성을 말하기 위해’ 항문 성교의 위험성을 묘사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성희롱이라며 대자보에서 비판 받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평소 반(反)동성애·낙태운동을 펼치며 퀴어 신학을 비판했던 신학자다. 그래서 그를 성희롱으로 몰아가, 총신대의 반동성애 여론을 허물어뜨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원인 총신대 학부생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총신대 학부생과 대학원생 사이 반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정의당 당론의 제1호는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총신대 A씨는 “수업시간에 동성애의 보건·의학적 유해성을 말한 부분을 성희롱이라고 지적하는 건 옳지 않다”며 “어쩌면 성희롱이라는 게 피해자의 주관적 해석에 의존하기 때문에, 도리어 정치적 공격을 위해 상대방이 물고 늘어질 요소가 다분하다”고 했다.
더구나 그는 “동성애 찬·반에 따라 교회 생존이 달린 만큼 엄청 중요한 이슈고, 이 교수는 동성애·낙태 반대 운동에 있어 활발한 활동을 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그는 “이상원 교수 외의 다른 교수들 발언은 조금은 안 좋게 생각 한다”며 “그러나 이상원 교수의 교육적 의도를 따져보면 성희롱은 전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총신대 여학우 C씨는 “대자보에 등장한 5명 교수 중 2명의 교수는 확실히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며 “수업의 맥락을 파악하면 문제 될 건 전혀 없는데, 발언을 의도적으로 조각 내면 파장이 발생될 소지가 충분하다”면서 "그런 식으로 문제가 된 교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이상원 교수 같은 경우, 나 또한 동성애를 반대하는 개혁주의 크리스천으로서 왜 거기다(성희롱) 엮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이 교수는 수업에서 동성애가 왜 성경적으로 안 되는지, 왜 하나님이 반대하셨는지를 생명 과학의 맥락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수업에 있던 여학우들은 소중한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다”면서 “그러나 대자보에 성희롱이라고 하니까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전체 맥락을 알면 이해가 되지만, 발언 의도를 무시하고 그 중 단락만 쏙 떼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대자보 하나만 보고 전후 맥락은 모른다면, 이 교수를 성희롱 교수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신대 목회신학대학원 한 학우는 “문제는 세상에서 여성이 주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신고하면, 그대로 성희롱으로 처벌된다”면서 “이번 사건은 전체 맥락을 봐야지, 딱 그 발언만 꼬집어서 성희롱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상원 교수에게 학내 판결이 불리하게 나가면 (본인도 나서서) 적극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반동연' 같은 반동성애 단체가 움직여 목회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어 감사하다“며 "많은 목회자들은 신학교 내 동성애의 심각성을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희롱 문제가 제기 된 해당 교수들과의 좌담회·사과 요구 등 충분한 소통 없이 성급하게 공론화 됐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소통으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성급히 언론에 터트려 학내 내홍으로 불거졌고, 그래서 교수와 학생 사회 간 감정적 상처만 남아 이성적 소통은 마비됐다는 것이다.
총신대 C씨는 “학생기구들이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언론에 성급하게 제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성급하게 언론에 제보되면서, 본인은 ‘그분들(교수들)이랑 먼저 얘기를 해봤냐? 성급히 언론에 왜 제보하느냐? 너희들이 원하는 총신의 회복이란 게 이런 거냐?’라고 항변했다”면서 “이렇게 되면 교수들이 해명 하고, 성희롱 발언했다면 사과할 여지도 막아버릴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상원 교수는 우리가 봤을 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다”면서 “슬쩍 성희롱한 교수들과 함께 엮어 대자보를 쓴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분노해서 교수들을 몰아붙이고, 그들의 얘기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이런 식으로 문제를 푼다 해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해당 교수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고, 학내 소통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학생들이 느낀 수치심을 해당 교수에게 솔직히 얘기하고, 소통하면 풀릴 문제라고 생각 한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우리는 미래의 목회자가 될 사람들인데, 이런 성급한 공론화는 옳지 않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욱이 그는 “해당 교수가 나쁜 성품이 아니라면, 그들과 소통해 발언의 맥락을 듣고 사과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런 소통 없이 학생회가 단독적으로 공론화 하는 건 마음 아픈 일”이라고 역설했다.
본지 기자는 ‘이상원 교수 외에, 나머지 교수들의 성희롱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되묻자, 여학우 C씨는 “K 교수가 채플에서 ‘노계보다 영계가 좋다’는 발언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채플에서 할 말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학생들 대처가 너무 감정적”이라며 “분노하면서 동조하는 학생도 있고, 반론 대자보가 붙으면 찢고 인증 샷 찍어 대나무 숲에 올리고 분노하던 학생들도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이성적 소통보다 감정적으로 하다 보니 학생 사회도 이미 지친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문제가 아닌데 문제'라고 제기하면, 감정적으로 공격당하니까, 그래서 학생들은 너무 지쳐 눈과 귀 모두 닫은 상태”라며 “이게 더욱 문제”라고 꼬집었다.
학생회 및 운영위원회의 성급한 공론화를 놓고,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총신대 B씨는 “대자보 쓰는 과정에서, 정황들을 보면 정치적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총신대 A씨도 “학생 운영위원회 중 한 사람이 정의당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정의당 당론 제1호가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며 ”정치적 배후가 있다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그는 “모든 언론에 다 뿌려졌고, 특히 반기독교 성향의 매체에서 기다렸다는 듯 악마의 편집한 느낌도 있다”며 “발언의 의도나 맥락 다 자르고, 이상원 교수의 반 동성애 발언에 대해 성희롱이라는 식의 보도는 문제 있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성의 성기는 하나님께서 굉장히 잘 만드셨어요. 그래서 여성 성기의 경우에는 여러분들이 그 성관계를 가질 때 굉장히 격렬하게 해도 그거를 여성의 성기가 다 받아내게 되어 있고 상처가 안 나게 되어 있어요’라는 이상원 교수 발언에 성희롱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비판도 제기 됐다.
그러나 총신대 A씨는 이에 대해 “창조질서 안에서 남·여 간 성관계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고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항문 성교의 폐해를 말하면서 반증의 예로 말한 것이어서 문제될 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상원 교수의 발언 의도를 무시하고 딱 그 부분만 끄집어 성희롱이라 말하고, 정치적으로 압박하면서 징계 요구하는 건 다분히 의도성이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총신대 C씨는 “이는 일상에서 그런 대화를 하지 않으니 거부반응이 일만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보편적인 창조 질서인 성(性)을 얘기한 그런 내용의 맥락은 잘 아니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여 그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보고 성희롱은 아니”라며 “모든 여자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성급한 일반화라고 생각 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상대방의 주관에 따라 '성희롱이냐 아니냐'는 기준이 모호한 탓에, 여론에 기대 징계를 결정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희롱의 판단기준이 모호하듯, 교수들에 대한 전수조사 또한 확실한 기준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여론 몰이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가 공론화되기 전 교수 사회와 학생 사회 간 소통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비판과 함께, 총신대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 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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