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 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의 평가 커트라인을 갑자기 높이면서, 재지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여,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분노케 하고,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20일 전북교육청(교육감 김승환)은 전주 상산고를,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은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원래 자사고 평가의 커트라인은 60점이었는데, 이 정부 들어서 70점으로 올렸고, 특히 전북교육청은 80점으로 올리는 것을 단행하였다.
전주 상산고의 경우는 학교 평가 지표별 점수인,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 학생만족도, 학부모 만족도, 교원 만족도, 프로그램 학생참여율 등에서 만점을 받고도, 감사 등 지적 및 규정 위반이라는 애매한 규정에서 –5점 등을 받으므로 재지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받았다.
안산 동산고에 대한 평가는 아직 그 내용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이다.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교육적 측면과 객관적 입장에서 이뤄져야 할 평가 내용들이 이처럼 의혹투성이가 된다면, 누가 교육청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는가?
자사고는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지 않으면서도, 우수 교원과 시설을 확보하고, 우수한 재원을 길러내는 학교이다. 현재 전국에 자사고는 42개에 이르며, 이는 2001년 김대중 정부가 학교 평준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하여, ‘자립형 사립고’를 만들었고,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의하여 ‘자율형사립고’로 명명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물론 자사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귀족학교’라느니, ‘입학경쟁을 심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고, 질 높은 사립교육을 통하여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도, 국가적으로는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제48조에도 보면 ‘고등학교의 교과 및 교육과정은 학생이 개인적 필요/적성 및 능력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또 헌법재판소도 지난 4월에 자사고와 일반고 중복 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하여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교육청 결정에 대하여 교육 전문가들은, 미래교육 환경에 대비하여 다양한 교육 시스템을 정부가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은 하지 않고,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자사고 폐지를 대통령 선거 공약과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공통된 공약이 되기에 이를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자사고는 5년 단위로 평가해 재지정이나 취소를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재지정이 안 될 경우에는 일반고가 되게 된다.
정부(교육부)는 이번에 일선 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취소를 결정 받은 학교들에 대하여, 7월 안으로 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정치적 논리가 아닌, 교육적인 신중한 결정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좋은 교육의 인프라를 구축한 자사고를 ‘적폐’로 낙인찍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교육은 장시간에 걸쳐 투자하는 부문이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하듯, 또는 정치적 이념몰이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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