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종교인연합 삼일운동백주년기념비 건립을 위한 기독교인 모금운동이 시작된다. 이는 100년 전 3.1운동이 종파와 교파를 초월해 민족 공동선을 위해 연합했던 일을 기리고자 마련됐다. 서울시는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식을 거행한 옛 태화관 공터에 ‘삼일독립공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종교인연합 삼일운동백주년기념비를 세우는 것이다.
모금은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가 주관한다. 계좌는 국민은행 이만열 069101-04-240358이다. 한국 기독교 역사연구소장 이만열 교수의 계좌다. 이곳으로 입금하면 기독교 측 기금으로 전달 될 예정이며, 불교, 천도교 측 기금과 합작해 올해 8월 즈음 태화관 공터에 3.1운동 기념비를 세우게 된다.
기독교 측 위원으로는 박경조 전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 신부, 박종화 전 경동교회 원로 목사,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이만열 전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덕주 전 감신대 명예교수가 위원으로 나선다.
이들을 중심으로 기자회견이 14일 오전 11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프란시스홀에서 열렸다. 먼저 숙명여대 이만열 명예교수는 “한국의 여러 종교인들이 힘을 합쳐 기념비를 세우자”며 “세 종교(기독교, 천도교, 불교)가 연합했던 3.1운동 정신을 기념하고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보은(報恩)의 뜻”이라며 “기독교와 함께 힘을 실어줬던 타종교에 은혜를 갚겠다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모금이 잘 돼, 기념비가 옛 태화관 공터에 세워져 3.1운동에서 종교 간 연합을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경주 전 성공회 서울 주교좌 교구장은 “3.1운동 100주년 기념비 건립은 큰 의미가 있다”며 “분열돼가는 사회 속에서, 통합 정신을 잘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또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 모금에 참여해, 3.1운동 100주년 기념비가 무리 없이 건립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종화 전 경동교회 목사는 “공교회로서 이 기념비 설립은 중요하다”며 “3.1운동은 기독교의 성장 및 내적 성찰의 시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기독교 최초 종교 간 협의를 이뤄낸 성과”라고 밝혔다. 물론 그는 “종교관을 섞으면 안 된다”며 “그러나 공동선을 위해서는 종교인들이 협력해야 하며, 3.1운동은 그런 점에서 위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앞으로 종교 간 대화는 중재인들 간 삶의 대화여야 한다”고 밝히며, “종교 그 자체를 위한 대화는 의미 없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기독교인들이 종교를 합해, 이 나라 평화와 자유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하며, “이번 기회가 하나님 나라 운동 확장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 한성대 총장 박경로 장로는 “백 년 전, 천도교와 기독교, 불교가 하나 된 3.1운동은 민족의 독립을 위한 거족적 연합”이라며 “100년 전 3개 종단이 구현한 3.1 연합 정신을 기념비 건립을 통해 재현하고자한다”고 밝혔다.
한 교계 기자는 “이 운동에 대한 다른 종교의 참여”를 물었다. 이에 박경로 장로는 “불교계 조계종 총무와 면담을 했는데,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우리 식의 모금은 안하고, 총무원 중심으로 자금 조달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기독교 측 전체 목표 모금액은 1억”이라며 “백 년 전, 천도교 교세는 상당히 컸지만 지금은 많이 축소된 실정”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이 기금에 상징적으로 참여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른 기자는 “3.1운동 즈음, 기독교 측에서 천도교로부터 빌린 5천원을 갚겠다는 이만열 교수의 발언”에 대해 질문했다. 이는 지난 1월 13일 한목협 3.1운동 100주념 기념 세미나에서 나온 발언이기도 했고, 지난 3월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의 이만열, 윤경로, 이덕주 등 기독교 역사학자들이 입모아 동의한 내용이다.
이에 이만열 교수는 “천도교 측에서는 5천원 받겠다고 말 안했다”며 “천도교 손병희 선생은 꼭 갚으라고 기독교 측에 돈을 빌려준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기독교 측 이승훈 장로님은 꼭 갚겠다고 약속 하셨다”며 “그런 의미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역설했다.
첨언으로 사회를 본 이덕주 교수는 “모 기독교 언론에서 빌린 돈 5천원을 갚겠다는 의미를 부각시켜 보도해, 천도교에서 상당히 불쾌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그는 “가급적이면 이런 얘기는 지양 했으면 한다”며 “이런 문제는 자칫 연합 정신을 깨뜨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3.1운동은 아시아와 세계 평화의 첩경이었다”며 “선배들은 침략과 억압으로 위장된 평화가 아닌, 자유와 정의에 바탕을 둔 참된 평화를 만들기 위해 독립 만세를 불렀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오늘날은 평화롭지 못하다”며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은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아픔과 시련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한·중·일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정치·군사적 경쟁으로 불안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백 년 전 ‘독립 너머 평화’를 내다보며 만세를 불렀던, 선배들의 꿈을 기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런 ‘독립 너머 평화’라는 백 년 전 외침을 지금 이 순간 되새김으로, ‘통일너머 평화’ 세상을 만들라는 시대적 과제를 이행할 것”이라 역설했다.
따라서 이들은 “3.1운동 때, 종교인들의 지혜와 용기, 연합과 협력이 있었기에 거족적인 삼일독립만세운동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오늘 우리는 천도교와 불교, 기독교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태화관 그 자리에 작은 돌비 하나 세우고자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천도교와 불교, 기독교 지도자들은 신뢰와 협력, 양보와 희생을 바탕으로 일을 성공시켰다”며 “천도교 지도자들은 기독교측에 거액의 운동자금을 흔쾌히 지원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중국과 일본에 특사를 파견하고, 독립선언서를 지방에 배포하고 수감된 독립운동가 가족을 구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들은 “종교인들은 교파주의와 종파주의 장벽을 넘어 하나가 되었기에, 민족을 향한 목소리를 외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들은 “백 년 전 ‘선한 의지’ 하나로 작은 힘을 함께 모아 큰일을 이루었던 선배들의 도우심”을 기리며, “한반도에 세계평화와 인류행복의 미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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