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율법의 완성
1. 새로운 모세 예수
나사렛 예수는 모세의 계명을 부정하지 않고 그 내면성, 즉 정신을 살리고자 한다. 예수는 새로운 모세(the new Moses)로 소개된다. 예수는 구약의 언약을 모든 민족에게 확대 연장하는 위대한 모세다. 예수는 모세 십계명의 외면적 형식보다는 내면적 정신을 강화한다. 예수는 모세의 율법을 폐하러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율법의 정신을 완성하고자 하신다. 시내산에서 율법을 주실 때 하나님은 천둥소리 가운데서 두려움으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의 아들 예수는 사랑의 언어로서 인격적으로 산상(山上)에서 가르치신다. 산상설교는 새로운 토라(the New Torah)다. 모세가 시내산의 어두움 속으로 들어가 율법을 받아가지고 나온 데 반해서 예수는 하나님과의 친교 가운데서 생명의 계명인 사랑의 법을 받아서 갈릴리 해변 산에서 가르치시는 것이다.
마태는 예수께서 직접하신 말씀을 다음같이 생생하게 전한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 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 5:17-18). '율법을 완전하게 한다'는 것은 율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차원이 아니라 적극적 차원으로 율법의 요구를 능가한다(überschreiten)는 것이다. 그것은 "악한 자를 대적하지" 않는 것이며,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않는 것이다(마 5:39b-42).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다(마 5:44).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예수는 이러한 율법의 온전한 실행을 요구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완전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는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만이 하실 수 있는 요구이다. 신약학자들은 "진실로"(amen) 라는 단어는 바리새인이나 다른 율법학사들 등(等) 다른 랍비에게서 볼 수 없고 역사적 예수에게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용어라고 본다.
마태는 예수의 말씀을 다음같이 전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계명 중의 지극히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고 또 그같이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지극히 작다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누구든지 이를 행하며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크다 일컬음을 받으리라"(마 5:19). 예수는 율법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한다. 모든 사람이 십계명을 지킨다면 이 세상은 더 행복한 장소일 것이다. 그러나 십계명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은 산상설교의 더 놓은 기준을 충족하는 데 성공할 수는 없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5:20). 예수는 산상설교에서 하나님 나라 시민의 윤리를 당시 율법 종교의 윤리 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 기독교 신자의 의는 율법 종교의 의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2. 십계명의 내면화
십계명이 멈추는 곳에서 산상설교는 시작한다: "옛 사람에게 말한 바 살인하지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게 되리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 5:22). 살인이란 분노하는 행위에 의하여 유발되기 때문이다. 예수는 동기를 중요시한다. "또 간음하지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마 5:21-28). 예수는 범죄한 눈을 빼어 버리고 범죄한 손을 찍어 버리라고 극단한 설교를 하신다: "만일 네 오른 눈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 또한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마 5:29-30).
예수는 악한 자에게 대적하지 말고 너그러이 대하라고 가르친다: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마 5:39-42). 예수는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상대방에게 요구하지 않고 내가 대접을 받기를 원하는대로 상대방에게 먼저 대접을 베풀라는 황금률(마 7:12)을 가르쳐 주셨다. 예수는 심지어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4). 이 원수 사랑의 가르침은 유대교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의 독특성이다.
IV. 권위 있는 가르침: 모세 능가
예수의 설교는 당시 랍비들이 하는 설교와는 전혀 다른 권위 있는 자의 말씀이었다(마 7:28-9). 마태는 예수가 산상에서 행한 설교의 말씀이 당시 유대사회에 크나큰 파장을 불러왔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산상설교에서 예수께서 주시는 가르침의 독특성은 "옛 사람에게 말한바.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마 5:21-22, 27-28, 31-32, 33-34, 38-39, 43-44) 라는 어법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설교의 어법은 당시 서기관의 설교방식에서는 찾아 볼 수 없으며, 오로지 역사적 예수에게서만 찾아 볼 수 있다.
설교 어법만이 아니라 설교 내용도 역사적 예수의 독특한 유일성을 우리들에게 전달해 준다. 예수는 여태까지 전해 내려오거나 당시 유대교에서 만들어진 율법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단지 부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정신을 살리면서 그 규정의 정신을 내면화 시키고 있다. 그 예가 위에서 언급한 바 같은 살인과 간음에 내적 동기까지 포함시키고 있으며, 악한 자에 대하여 보복하지 말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다. "원수를 미워하라"는 계명(마 5:43)은 구약성경에는 없다. 예수 시대의 유대교 내부의 당파 싸움에서 비로소 그러한 계명이 나타난다. 당시 쿰란 문서에는 "모든 빛의 아들들을 사랑하고.. 모든 어둠의 자식들을 미워하라"는 요구가 나온다. 예수는 유대교 종파의 가르침을 거절할 뿐 아니라 수정하면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새로운 계명을 주신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 5:44-48). 이러한 가르침의 내용은 여태까지 어느 선지자의 가르침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역사적 예수의 독특성이다. 이러한 설교 어법과 내용들은 예수만이 메시아적 권위를 가지고 사용하신 설교방식이다. 이러한 산상설교는 모세를 능가하는 메시아적 권위의 말씀이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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