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한반도의 평화정책과 통일준비 수단으로 남북경협이 필요하다" 통일을 위해 남북한 경제 격차가 크지 않도록 북한의 경제 수준을 높여주고, 점진적으로 함께 경제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기독 경제학자의 지적이 나왔다. 최근 경동교회에서 열린 '평화통일 평신도포럼'에서 윤덕룡 박사(한반도평화연구원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윤덕룡 박사는 이날 "북한의 경제적 변화와 통일"이란 제목의 강연을 통해 먼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돌아보고,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향후 통일을 달성하려면, 남북한 양 지역이 각기 지속적인 성장기반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현재 '저소득식량부족국가'(FAO)이며, IFPRI의 세계굶주림지수 보고서에서 조사대상 119개국 가운데 11번째로 식량부족이 심각한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
윤 박사는 "북한의 경제성장은 아직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확보해야 빈곤극복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현재 북한에서는 장마당 등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지정되면서 10개년 경제개발계획 수립 발표(2011)와 5.30조치(2014) 등으로 어떻게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려 노력 중이라고 윤 박사는 전했다.
'10개년 경제개발계획'은 외부로부터의 자본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핵 문제로 실패를 맛보게 된다. 그 대안으로 나온 5.30조치는 국제사회의 대북경제제재로 말미암은 내부 개혁조치로, 김정은이 "현실 발전의 요구에 맞게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을 확립"하겠다고 선언한 내용이다. 윤 박사는 "내용들이 시장경제와 유사하다"면서 "이로 말미암아 김정은 위원장의 인기가 상승했다"고도 설명했다.
윤 박사는 경제적 입장에서 남북간 상호 윈-윈(win-win)이 가능한 경제통합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먼저 그는 북한 지역 생산성이 한국의 60%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어 북한의 경제체제 전환으로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작동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더불어 남북간 제도적 통합으로 경제적 국경이 사라져야 하며, 초기에는 상품이동과 장기적으로는 자본과 인력이동의 자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윤 박사는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한국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맨은 통일 후 다시 갈라져 전쟁까지 불사했지만, 독일이 통일 후 잠깐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갈라지지 않고 궁극적으로 융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복지' 등의 '사회적 안전망'이 존재했기 때문이었기에, 한국도 통일을 대비해 그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남북경협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윤 박사는 먼저 북한의 빈곤해소를 위한 경협을 이야기 했다. 후대 역사에 부끄러움으로 남지 않도록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자기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도록 농업분야 기술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지속성장 기반 확보를 위한 경협으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 및 해소, 나무심기 등 환경협력으로 가뭄 및 홍수 피해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아가 윤 박사는 남북이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경협으로 ▶철도 및 도로 연결을 통한 물류협력 ▶지하자원 공동개발 ▶러시아가스관 연결, 동북아 수퍼그리드 등 에너지 협력 등을 이야기 했다. 또 그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 경제특구 국제화 등 남북간 생산성 격차 해소를 위한 경협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제도적 수렴을 위한 경협의 방법으로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및 WTO 등의 가입 지원과 남북간 금융시장 단계적 개방 등을 이야기 했다.
윤 박사는 "초기 남북경협 추진력 확보를 위해서 상호이익구조 및 조기에 가시적 성과실현이 가능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빈곤과 재난 및 재해에 대한 협력으로 상호간 신뢰구축 ▶윈-윈이 가능한 경제협력으로 경제적 상호 의존도 확대 ▶북한 국제분업 및 국제사회 참가 지원으로 생산성 제고 및 경제체제 전환 ▶남북간 시장 및 제도적 통합 단계적 추진 ▶남북간 생산성 격차 및 제도적 차이 축소를 통한 경제통합 준비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질의응답시간 윤 박사는 대북제재 해제에 대해 "북한에 대한 예외적인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 통일 때는 동독 주민들에게 그런 것이 없었는데, 현재 북한 주민들의 사고가 시장경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더라.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며 "김정은도 경제적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다만 단점으로 "아직 (북한 사람들에게) '시장경제를 하는 사람들은 좀 뜯어먹어도 된다'는 사고가 있더라"며 "인프라 부족도 숙제"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 박사는 "옆 나라가 굶주리면 한 민족 한 형제가 아니라도 당연히 도와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 말하고, "그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북한이 자유로운 땅이 되도록 기도해 주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가 덜 준비되어 있기에 아직 통일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기주의 등이 극복되고 우리만 잘 되고 준비되면, 그럼 북한은 축복이다. 아직 재앙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내 탓'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평화통일 평신도포럼은 크리스챤아카데미(원장 이근복 목사)와 평화통일연대(이사장 박종화 목사)가 1달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다. 벌써 3번째로, 다음 4차 모임은 2월 19일 같은 장소에서 전우택 교수(연세의대 정신과)를 초청해 "교류협력사업과 의료지원"이란 제목의 강연을 듣는다. 이날 모임에서는 윤대규 교수(전 경남대 서울부총장)가 진행하고 윤덕룡 박사와 대담을 나눴다. 윤덕룡 박사는 독일 KIEL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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