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문 대통령은 교황을 방문한 자리에서 교황이 북한을 방북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때 교황은 ‘가능하면’이라는 단서를 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황청은 ‘한반도의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유용한 노력을 공동으로 해 나간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교황이 방북을 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우리 대통령이 교황에게 북한 방문을 요청한 것도 그렇지만, 원칙적으로 교황의 각 나라 방문은 ‘사목 방문(pastoral visit)’이어야 한다. 즉 방문하는 나라에 가톨릭의 교구(敎區)와 사제가 있어서 그들이 교황을 초청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형식적인 가톨릭교회가 1개 있으나, 교구도 없을뿐더러, 사제도 없다.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북한 평양의 교구를 대리하고 있는 한국의 서울교구가 교황을 초청하고, 사제들이 평양에 가서 교황을 맞는 식이 되어야 한다.
절차가 이런데, 느닷없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바티칸시티를 방문한 자리에서, 교황의 방북을 요청한 것이 제대로 된 격식은 아닌 것이다. 또 북한이 과연 교황을 초청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과거 북한은 교황을 초청하려 한 적이 있었다. 1991년과 2000년, 두 번 있었는데, 북한 내부의 문제로 교황 초청 문제를 접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가톨릭 교구와 사제가 없을뿐더러, 지난 17년간 기독교를 박해하는 나라로 전 세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진정으로 종교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 교황이 들어간다는 것은, 자칫하면, 종교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북한도 부담을 안기는 마찬가지로 보인다. 두 번에 걸친 내부적인 문제는 결국 교황 방문으로 인하여 종교인이 급격히 늘어날 것을 우려한 때문이 아닌가? 이래저래 교황의 방북은 정치적, 종교적 걸림돌이 있다고 판단한다.
설령 교황이 방북한다고 하여도, 그러기 전에 먼저, 북한당국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존중/보장함을 천명해야 하고,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확실히 보장한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고, 실행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북한이 종교와 신앙의 자유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3대 세습을 이어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자기의 고모부와 친형까지 살해할 정도로 극악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를 위하여 우리 대통령이 교황의 방북을 요청한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북한 당국의 진정한 변화가 요구된다고 본다.
한 나라의 종교와 신앙의 자유는 국민주권상 기본이며, 누구도 강제하거나 빼앗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기왕 교황의 방북문제가 나왔다면, 북한이 종교와 신앙의 자유와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이런 종교적인 목적이 이뤄지지 않고, 정치적인 목적에 종교가 이용당한다면, 로마 가톨릭으로서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며, 이를 제안한 우리 정부도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는 정치로 풀고, 종교는 정치의 들러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 외부 기고와 칼럼, 논평, 성명 등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