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최근 제32회 한국장로교신학회 학술발표회가 과천소망교회에서 개최됐다. 주제발표로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는 ‘사도신경의 개신교적 의미’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보통 개신교회와 천주교회는 같은 사도신경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이승구 교수는 “개신교회가 고백하는 내용과 천주교회는 확실히 다르다”며 “왜냐면 개신교회는 오직 성경의 원리에 근거해 사도신경을 고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도신경에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개신교회는 성경을 근거로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함’ 받는 ‘이신칭의’에 입각해 사도신경을 고백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도신경의 기원은 언제부터일까? 그는 “오늘날 사도신경과 유사한, 최초의 사도신경은 아마 340년 앙키라의 감독 마르셀로스(Marcellus of Ancyra)가 당시 로마 감독인 쥴리우스(Pope Julius)에게 쓴 헬라어 편지에 나타난 신조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이 고백에는 아마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이 더해져 오늘날의 사도신경과 거의 비슷하게 완성된 것으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공인 형태의 사도신경 본문과 같은 글은 아마 710-724년 Priminius의 문서에 등장 한다”며 “사소한 변형과 덧붙임을 거쳐 5세기 말에 처음 확정된 것으로 추정되고, 로마교회가 공인 채택하여 사도신경을 쓴 시점은 아마 9세기 중엽이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차이점을 살펴보기 전에, 그는 “삼위일체, 창조, 성육신, 몸의 부활 등 개신교와 천주교회가 같은 신앙 고백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가 뽑은 대표적인 예로는, 성육신과 음부에 내려가심 및 몸의 부활과 영생이 있다.
첫 번째로 성육신의 이해다. 그는 “성육신의 이해에 있어 예수는 성령으로 잉태되어 인성을 취하시고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셨다는 점은 개신교와 천주교회가 동일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개신교는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을 때 까지만 동정녀로 보았고, 천주교회는 마리아가 평생 동정녀로 살았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마리아의 영원한 동정녀론을 주장하는 천주교회의 견해는 어디에 근원하는 것일까? 그는 Epiphanius설과 제롬의 견해를 꼽았다. 그는 “370년경 Epiphanius설은 그가 초대 교회 교부들의 견해들을 정리한 내용을 목회서신 형태로 담았다”며 “이는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를 낳았으며, 성경에 나온 예수의 형제들은 요셉이 마리아와 혼인하기 전 부인에게서 낳은 자녀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입장으로 그는 “제롬의 견해(the Hieronymian view)는 야고보 등을 예수님의 사촌 형제 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대 천주교 교리서에는 예수의 형제인 야고보와 요셉을 예수의 제자인 다른 마리아(마 28:1)에게서 나온 아들들”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구약 성경의 의례적 표현 방식대로, “형제라는 말은 예수님의 가까운 친척을 일컫는 말“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하여, 그는 “마리아를 평생 동정녀로 신격화했던 로마 천주교 사상에 물든 중세 교회 가운데서,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은 오직 성경에 입각해 마리아를 예수님을 낳기까지만 동정녀였다는 이해를 가졌다”며 “이는 획기적 발상이자 개혁이었다”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제 2바티칸 공회의 결정문에서 드러낸 로마 천주교의 마리아 사상은 ‘마리아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일생 동안 어떠한 죄도 범하지 않았다는 것과 더불어 마리아의 영적인 모성은 예수께서 구원하러 오신 모든 사람들에게 미친다’”며 “이 같은 마리아 사상은 비성경적이고, 전체를 혼동에 빠뜨림으로 오늘날 개신교도들은 천주교의 이 같은 입장에 동의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몸의 부활을 뽑았다. 그는 “개신교, 그리고 동방정교회와 다르게 천주교회만의 주장이 있는데 이는 바로 연옥 교리”라고 전했다. 그는 “천주교에 온전한 성도들의 상태인 하늘, 온전하지 않지만 영혼의 정화 기간을 거치는 중간 단계인 연옥, 그리고 불신자들의 상태인 지옥이 있다”며 “연옥 교리가 정립된 것은 프로렌스 공회의(1439)와 트렌트 공회의(1563)이며, 전자는 그리스 정교회 후자는 개신교회와 대립하면서 만든 천주교회만의 교리”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천주교회가 애초부터 의도했던 연옥(purgatory)개념은 실은 죽은 자들을 위해 기도하던 관습의 연장선 이었다”고 밝힌다. 그의 말에 의하면, 천주교회 요리문답에 인용된 동방 교회 교부인 크리소스톰은 욥이 죽은 아들들을 위해 기도함으로 그들을 위로했듯, 우리 또한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또 이승구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 상태도 불완전하지만 성화를 향해가는 도상에 있기 때문에, 로마 천주교의 연옥 개념은 우리 죄적 실존을 반성하는 기도 행위의 연장선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즉 종교적 관습에서 나온 개념이지 성경에 근거한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개신교회는 연옥이 없다는 것을 아주 명백히 하면서, 중간 상태는 참 신자들이 경험할 하늘 상태와 불신자들의 영혼이 미리 경험할 지옥 상태 이 두 상태뿐”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프랑스 신앙고백서(1559)는 구체적으로 연옥 (purgatory)에 대해 거명하면서 ‘수도원 서약이나 순례, 혼인 금지나 특정한 날에 고기 먹는 것을 금하는 것이나, 어떤 특정한 절기들을 자키는 것이나, 고해 성사, 면죄부 판매 등 인간의 행위로 의를 이루려는 잘못된 공로 개념 때문에 이것들은 양심에 멍에를 지우는 인간적인 창안 물로서 우리들은 이것들과 연옥 개념을 거부한다‘”고 했다.
하여, 그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1647) 32장에서 ‘몸과 분리된 영혼들이 있게 되는 곳은 천국과 지옥 외에 성경은 어떤 곳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천주교회가 말하는 연옥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천주교회와 개신교회는 같은 사도 신경을 믿고 고백하다고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내용의 차이는 왜 나타나는 것인가?
단언컨대, 그는 “개신교회 자체는 천주교회를 개혁한 교회이며, 결국 오직 성경에 근거해 천주교회 전체를 재형성하려는 시도였다”며 “교회의 믿음과 행위를 오직 성경에 근거하려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사도신경을 믿는다는 건 성경적으로 이해된 사도신경을 믿는 것이며 개신교도들에게 사도신경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라, 오직 성경의 가르침을 받는데 있어 사도신경이 그 내용을 잘 요약한 것이기에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종교 개혁의 개신교회(Reformde church)는 사도 신경이 명백히 언급하지 않은 ‘이신칭의’를, 그 의도까지 뽑아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담았다”고 말했다. 즉 58문까지 사도신경을 풀어 설명한 이후, 60-61문에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당신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의롭다함을 얻습니까?’라고 묻는다. 이어 요리문답은 ‘오직 그리스도의 보혈 공로’라며 ‘내가 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사를 믿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때문에, 그는 “당시 종교개혁 시기에 개신교도들은 성경의 가르침을 잘 요약한 사도신경을 믿으니, 성경이 말하는 ‘믿음으로 의롭다함 받는’ 의신칭의도 자연스럽게 믿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사도신경은 의신칭의에 대해 따로 서술하지 않았지만, 사도신경은 ‘그리스도의 완전한 보혈 공로로 얻는 의로움’을 전제로 서술됐다는 것이다.
그는 “사도신경은 그리스도의 속죄 공로를 성경에 입각해 말하다보니, 예수의 속죄 공로에 인간의 공로가 더해져 구원에 동참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라며 “오직 성경을 따라 ‘죄와 허물로 죽은 우리들을’(엡 2:1) 그리스도께서 살리셨다(엡 2:5)는 것을 믿는 입장의 반영이 바로 사도 신경“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도신경은 ‘의신칭의’를 핵심으로 하는 복음주의의 표지등이라고 밝혔다. 그는 “너무나도 많은 교단들과 교파들이 나뉘어 졌지만, 복음주의를 말할 때 좋은 시금석은 첫째 사도신경의 각 조항을 성경적으로 해석해서 믿고, 두 번째 성경에서 나온 이신칭의의 가르침을 참으로 믿으며, 셋째 이 모든 것의 원천인 성경이 참으로 정확 무오한 하나님 말씀으로 믿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편 행사에서는 이승구 교수의 주제발표 외에도 정홍열 교수(ACTS)와 박상봉 교수(합신대)가 각각 "칼빈과 사도신경" "하인리히 불링거의 사도신경 이해"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 각각의 발표에 대해서 유정선 교수(성서대) 백충현 교수(장신대) 김성욱 교수(웨신대) 정원래 교수(총신대)가 논평자로 수고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