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제주에 500명의 예멘 난민이 유입됐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많은 기독교인들은 반 이슬람을 이유로 ‘무슬림’을 혐오하는 논리가 퍼졌다. 최근 들어 ‘이슬람교’에서 ‘무슬림’을 분리시켜 ‘전도’를 목적으로 하는 환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천안살림교회 최형묵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는 이것마저도 과연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에 부합하는지 되물었다.
NCCK 인권센터는 12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난민과 함께 사는 세상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생존할 권리는 차별할 수 없다"는 구호아래 제주 난민에 대한 신학적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최형묵 목사는 “난민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넘어 그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유일한 이유는 우리가 바로 난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대한민국 기독교인은 한국인과 기독교인 두 가지 정체성을 지닌다는 점을 들어, 누구나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재로 난민을 여기며 환대하는 마음을 당부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600만 명에 상회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중앙아시아, 일본 등지를 떠돌던 역사”와 더불어, “예수님을 믿는 우리의 실존을 이 땅에서 ‘나그네’와 ‘거류민’이라고 비유했다(벧전1:17, 2:11)”는 사실을 들었다.
현재 통계상 2017년 재정착난민을 제외한 심사 종료자 6,015명 중 단 91명(1.51%)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아울러 2016년 기준으로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00만 2천명에 달하고, 가운데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70-8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또한 현재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는 3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그는 “이들 모두는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어떤 조건에서든 스스로 선택한 삶의 터전에서 존엄한 삶을 누리는 권리는 탈북민이나 이주노동자나 똑같이 보장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서에서는 난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난민’을 포함하여 다양한 형태의 ’거류민’을 주목하는 것이 성서적 접근에 부합하며, 우리 실존이 바로 ‘거류민’이기에 ‘예멘 난민’을 하나님의 형상을 부여받은 존재로 환대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그의 말에 따르면, 출애굽기에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차별과 억압의 경험을 겪었고, 출애굽 이후 광야에서도 여전히 나그네의 여정이었다. 최 목사는 “신명기의 ‘역사신조’(신명기 26:5-10)는 광야에서 집 없이 떠돌던 ‘나그네’ 여정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도착했을 때, 그때를 기억하는 신앙으로 승화한 것”이라며, “그래서 성경은 가나안이라는 약속의 땅에 이를 때, 첫 열매를 외국인과 함께 나눌 것(신명기 26:11)과 나그네, 과부, 고아를 적극 돌보아야 한다고 규정했다(출애굽기 22:21-27)”고 밝혔다.
또 “땅은 내 것이요, 너희는 나에게 몸 붙여 사는 이민자요 식객에 불과하다”(레위 25:23)을 근거로 그는 “성경은 우리가 나그네로서 적극 종, 나그네들과 함께 소출을 누리는 ‘안식년’과 모든 거류민의 해방을 의미하는 ‘희년정신’을 견지할 것을 요청한다(레위 25:6-8)”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마태복음에서 예수도 태어나는 순간 헤롯왕의 학살 위험을 벗어나 이집트로 피신한 난민 이었다”고 설명하며, “예수의 삶과 행적이 곧 하나님 나라라면, 예수는 기독교인이 난민문제를 생각하는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예수는 나사렛이라는 삶의 뿌리에서 떠나 평생 고단한 삶을 살아가며 많은 소외된 자를 만났다. 가령 그는 “시돈 여인과의 만남(마태 15:21-28)과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요한 4:1-42)를 통해, 유대인들이 그토록 배척했던 이방인들을 예수님은 먼저 찾아가 환대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방인을 적극 옹호했던 바울의 인의론을 빌려 난민에 대한 성서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바울의 인의론은 유대인만 하나님 백성이 아닌, 하나님 백성이라 일컬음 얻을 권리가 없던 이방인 또한 예수님의 은혜 안에서 구원을 얻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처럼 구원의 보편적 성격은 자격과 공로의 논리를 배격하며, 누구라도 배제되지 않는 삶의 질서 곧 환대의 삶을 강조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사실을 오도해 가며 신앙을 명분으로 혐오와 배제의 논리를 펼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앞서 그는 난민에 대한 차별은 결국 주권국가에 입각한 편견이라며, 특히 “성경에서 우리는 거류민임과 동시에 주권 국가 국민이 아닌 하나님 나라 시민권자로, 만일 주권을 강조한다면 이는 시민권 없는 난민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난민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넘어 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계속 고찰하는 게 중요하다”며 발언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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