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및 12명의 대법관들은 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공개변론의 쟁점은 이렇다. 병역법 88조와 예비군법 15조에서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종교 및 신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를 따졌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를 통해 종전 판결의 변경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종전판결은 지난 2004년 7월 대법원은 "국방의 의무가 양심의 자유보다 우선 한다"고 밝히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했던 피의자는 징역 1년6개월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하급심에선 총 89건의 무죄판결이 나왔다. 특히 올해에만 28건의 무죄판결이 나는 가운데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전원합의체 회부 필요성이 증대돼 왔다.
우선 김명수 대법관은 검찰 측에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 가능한지를 물었다. 이에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우리 법체계상 정당한 사유는 천재지변 교통사고 등 객관적 사유에 한정하고, 신념 종교 등 주관적 사유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개인의 신념 혹은 종교 같은 ‘주관적 사유’가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면, 객관적 증거에 존립하는 형벌조항은 주관적 사유로 인해 무력화 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그는 “만일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경우, 주관적 가치인 양심이나 신념을 정당한 사유에 포함시키기 위한 측정기준 마련도 모호하며, 입증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하다면, 이미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을 차별 하는 등 병역체계의 형평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렇게 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 기피 수단으로서 만능 조항이 될 수 있고, 형사법 체계는 무력화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그는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는 오로지 ‘객관적 사유’에만 한정해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를 규정하지 않은 현 병역법 88조와 예비군법 15조가 헌법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 법안을 국회에서 발의해야 한다.
변호사측 입장은 달랐다. 피고인 측 변호사 오두진은 “2004년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헌법적 가치가 있을 경우, 위헌적 상황에 이를 경우,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양심적 병역 거부는 가능하다’는 기준을 제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하면, 단지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 위반된다고 판결 내렸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다시 오르게 된 이유를 상기 시켰다.
특히 그는 “2019년 12월 31일 이전 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를 마련할 것을 헌법재판소가 요구한다”며 “대체복무가 마련되기 전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형사처벌 한다는 것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인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검찰 측은 무죄 판결이 나면 병역 시스템에 혼란이 올 것이라 말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며, “현재 피고인들에게 무죄선고란 병역 의무 면제를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유로 그는 “피고인들은 양심의 자유에 따라 병역 거부 판결을 받는다 해도, 분명히 대체복무 의사를 표명했기에 무죄 선고받아도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체 복무 이행으로 자신들의 진실한 종교적 양심을 스스로 입증하기를 원함으로서, 그들은 기존의 병역 기피자들과는 분명 다르다”고 역설했다.
한편 김재형 대법관은 검찰 측 참고인 장형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질의했다. 그는 “양심적 병역 거부 관련해 매우 엄격한 양심 수준의 기준을 요구하는데, 양심적 병역 거부에서 ‘양심’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물었다.
이에 장형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상용어인 도덕적 양심과 헌법에서 규정된 양심 사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현재의 논란을 바라봤다. 그는 “헌법에서 양심이란 결국은 선악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소신일 뿐, 그것이 도덕적인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즉 헌법의 양심은 내면적 신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지만,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는 않는 말이다. 즉 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과 현실에서의 양심 사이, 그 간극이 큰 셈이다.
그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는 당위이며, 엄연히 현실에서 통용되는 도덕적 정당성을 거쳐야 한다”며 “그래야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양심의 자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만일 그게 아니라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근거로 작용될 수 있다”며 “과연 국민들이 납득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형수 교수는 “헌법에서 양심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게 당위이지만, 현실적 여건에 따라 보장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 또한 현실”이라며 법 적용의 현실적 한계를 말했다. 그는 “10년 사이 달라지지 않은 점은 양심적 병역 거부에 있어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 국민 대다수 입장”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헌법은 침략 전쟁 하는 것도 아니고 법학상 방위전쟁을 인정하는데, 내 가족을 죽이는 데 전쟁을 못한다 하면 과연 납득이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앞서 독일 헌법의 예를 들며, 살상을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손을 들어준 독일 판례를 제시했다. 독일은 2차 대전 전범 국가이기에 여호와의 증인들이 주장 하는 바, 살상으로 인한 양심상 병역 거부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남북대치 상황과 더불어 헌법에서 방위전쟁을 적시하고 있는 점에서 독일과 차별성이 있다는 게 장형수 교수의 주장이다.
다만 그는 “10년 사이 달라진 점은 대체 복무제를 전제해 다른 일로 기여한다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는 국민 여론도 생겼다는 것”을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체복무제가 빠진 상태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는 무죄라는) 똑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대다수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인권만 보호되고, 나머지 병역을 이행한 사람들의 인권은 뭐란 말인가”라며 일각의 입장도 대변했다. 그래서 그는 “대체 복무가 있는 경우와 대체 복무가 없는 경우의 법적 판단은 달라 질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번 공개 변론은 오후 2시부터 100분 가량으로 진행 될 예정이었지만,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끝나며 현안의 찬반 입장이 팽팽함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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