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기독일보] 풀러신학교가 오는 2월 26일 코리안센터 개원식을 개최한다. 한국어 목회학과와 선교학과를 통합해 코리안센터를 출범시키기로 결단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진통을 다소 겪었던 풀러신학교가, 이번 개원식을 계기로 상처를 봉합하고 위기를 넘어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풀러신학교가 그간 수많은 한국인 목회자들과 사역자들을 양성해 온 만큼, 한국교회와 한인교회들의 관심은 매우 남다르다. 이에 본지는 풀러신학교 코리안센터 원장인 김창환 박사를 만나 이 센터의 취지와 비전, 목표 등에 대해 들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출신인 김 원장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목회학석사(M. Div.)와 신학석사(Th. M.)를 거쳐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철학박사(Ph. D.) 학위를 취득했다. 또 영국의 요크세인트존대학교 신학과 공공 영역 석좌교수로도 12년간 재직했다.
Q. 먼저 코리안센터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풀러신학교는 1947년 개교한 이후 세계 복음주의의 학문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어 프로그램은 1990년대 초에 목회학과 선교학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현재까지 1,2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최근 설립된 코리안센터는 그 두 학과를 연합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한국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있는 사역자들에게 교육 프로그램과 연구 자원을 지원하는 사역을 맡으며 연구와 출판을 통해서 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코리안센터는 풀러신학교 내의 다른 여러 센터, 한국 및 세계 각지에 있는 복음주의 기관들과 협력하여 격변하는 시대에 맞는 신학과 선교학을 연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리안센터에는 현재 D.Min., D.Min.GM., M.A., Th.M., D.Miss. 등 5개의 프로그램이 있으며, 향후 몇 년간 추진하는 전략적인 방향은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현 프로그램의 활성화와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 둘째는 한인 학생들과 졸업생에 대한 교제와 네트워킹 강화, 셋째는 한국신학과 선교학에 대한 연구와 출판 증진, 넷째는 한국교회와 미국 등에 있는 한인교회와 지역사회에 기여 등이다.
Q. 두 학과를 코리안센터로 통합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두 학과를 따로 운영할 경우 장점도 있겠지만 효율성 면에서 단점이 있었고, 특히 행정과 운영 등에서 중복투자가 발생해 왔다. 그래서 효율성 제고를 위해 통합을 결정하게 됐고, 기존 두 학과의 장점을 잘 살리고 공유해 여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한다.
Q. 코리안센터 출범 이후 중점으로 둘 사안은.
A. 1년 정도는 통합을 완성하는 데에 치중하려 한다. 두 학과가 기존에 학문적으로 추진해 오던 사안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잘 계승하면서 함께해 나갈 프로그램들을 연구할 것이다. 현재의 프로그램들도 비판적 검토를 거쳐 차별화하고, 더 나아가 한국의 목회학 및 선교학 등을 연구해 출판 및 상담 등을 하려 한다. 한인교회들과 연계하고 그들이 가진 이슈에 대해 함께 고민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풀러에는 이미 목회와 선교 사역을 하시던 분들 중 좀 더 학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으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이론과 실천의 균형을 갖추고 보다 깊은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풀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복음주의라고 보는데, 근본주의도 자유주의도 아닌 ‘말씀 위에 바로 선’ 신학으로 복음의 주류를 지켜나갈 것이고, 민감한 이슈들도 피하기보다 직시하려 한다. 특히 미국사회에서 여전히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인종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1년에 한 번 컨퍼런스를 열 것이다.
Q. 최근 신학교의 현실을 진단해 주신다면.
A. 한국도 미국도 여러 모로 신학대학들이 도전받고 있고 위기감이 있다. 교세가 축소되면서 신학생 숫자가 줄고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모두에게 숙제다. 풀러는 학생 수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편인데, 이러한 도전을 어떻게 직시하고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먼저 온라인 과정을 활성화하면서도 멘토링을 강화하고, 풀러 스튜디오나 풀러 팀을 통해 단지 목회자를 양성하는 차원을 넘어 교인들과 사회에 기독교적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또 리더십 플랫폼을 갖춰 평신도 리더십을 양성하고 계속 교육을 하려 한다.
Q. 말씀하셨듯이 교회의 위기가 신학교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신학 교육이 바로 서면 교회 위기를 극복할 열쇠가 될 수 있지 않겠나.
A. 교회가 정말 투명해야 하고, 배타적 종교단체로 머무는 게 아니라 선지자적으로 사회를 섬기고, 사회의 비평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공공성을 이뤄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신학교 자체가 자성해야 한다. 어떻게 하든 하나님 말씀 안에서 정의롭게 일을 해야 하는데, 특별히 한국교회의 상황 보면 그런 공공성이 너무 결여돼 있고 교회를 너무 사유화하지 않았나 한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의 괴리감도 크다. 그런 점에서 교회와 신학교가 다같이 힘을 쓰고, 공공적인 윤리에 대해 도전하고, 우리 자신이 서로 비평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신학교의 한국인 교수들과 스태프들도 계속 모여서, 어떻게 변화되고 어떻게 한국교회와 한인교회를 섬길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
Q. 사회적·신학적으로 가장 큰 이슈인 동성애와 이슬람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A. 동성애 문제는 아주 민감한데, 복음주의 풀러가 갖고 있는 원칙적 입장은 복음주의다. 성경적 원칙에 따라 동성애 행위에 대해서는 거부하되, 동성연애자들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접근하고 돌봐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동성연애자들이 우리 학교 학생이나 교수가 되기는 어렵다.
이슬람에 대해서는 상당히 열려 있다. 열려있다는 것은 이슬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기독교가 상당히 배우고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이슬람권에 접근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이슬람을 믿는 일반인들에 대해 구분해야 한다. 근본주의를 경계하고 비판하되, 일반인들에게는 선교적 접근을 해야 한다.
Q. 풀러신학교는 한국교회와 한인교회의 사랑을 많이 받아 왔는데,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유럽과 미국의 교회들은 세속화와 교인 급감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학적으로 많은 원인 분석이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말씀의 공공성이 교회를 통해 드러나지 못했다고 본다. 한국인들과 한인들은 말씀에 대한 열정이 있고 말씀대로 살고자 하는 열정이 훌륭하다. 이는 매우 자랑스럽고 지켜나가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이 배타적·근본주의적인 입장으로 빠져서는 안 된다. 말씀을 계속 나누고 선포하며, 말씀대로 살고자 하는 마음들이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풀러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코리안센터가 많은 도전과 도움을 줄 것이다.
한편 미국 풀러신학교 코리안 센터는 현지시간 오는 2월 26일 오후 2시 공식 개원한다. 풀러는 그동안 신학대학원 내에 한국어 목회학 박사 과정, 선교대학원 내에 한국학부를 운영해 왔는데, 이 두 종류의 한국어 과정이 이제 코리안 센터 안에서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