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 이레, 하나님!
여전히 Youtube 에서 흘러나오는 설교와 간증을 듣는다. 그런데 이날 따라 아내가 듣는 Youtube 가 조금 다르다. KBS 방송에서 방영하는 "강연 100도C"란 프로그램이다. 자세히 들어보니 4대 암을 겪고 계신 분이 암 관리에 대하여 간증하고 있다. 자신이 의사로서 암 환우가 겪는 우울증과 같은 심적 고통을 이겨나가는 경험을 말하고 있다. 나는 올해 9월25일부터 29일까지 실시되는 제3기 한호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연수교육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종욱 교수님의 간증을 듣게 되었다. 바로 이 분이 하나님께서 정해 주신 이번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의 초청강사라는 확신을 가졌다. 나는 호주 호스피스협회에서 돌보는 80여명 암 환우의 회복을 기대하며, 한국을 방문하여 이종욱 교수님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였고, 전화로 강사 초청의사를 밝혔더니 '호주까지 티켓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셨다. 그러자 나는 "우리 호스피스는 모두가 자원봉사자이므로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여 자비로 호주를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3일 후에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고, 나는 기도하며 전화를 기다렸다. 8월 20일 주일 오후에 호주를 방문하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하나님께 감사기도 드렸다. 그리고 나는 8월 25일에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과 호주호스피스협회(ACC) 간의 MOU를 체결하고, 9월1일 고신대 복음병원 호스피스 센터 장이신 방사선 전문의 정태식 교수님과 함께 호주에 도착하여 곧바로 암 환우와 함께 바닷가 걷기 행사에 참석하여 야외 강연을 가졌다. 최초의 야외강연에 40여명이 참석하여 좋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다. 정태식 교수님도 자비로 방문하여 강의를 하신 호스피스 사역에 헌신적인 분이시다.
이종욱 교수님은 호주를 처음 방문하시는데, 나는 직접 만나 뵌 적이 없어 공항에 봉사자(0권사님)와 함께 마중을 나가서 이름티켓을 들고 있었고, 처음으로 서로 만나서, 우리는 미리 예비해 주신 봉사자(0권사님)댁에 숙소를 정하였다. 헌신적인 권사님의 봉사로 숙소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런데 환우이시므로 식사가 걱정이 되었지만, 음식은 가리지 않으셔서 너무 감사하였다.
9월25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호스피스 찾아가는 콘서트"가 오후 2시에 있었다. 50여명의 호스피스 봉사자와 70여명의 환우가 함께 어우러진 천상의 코이노니아와 같았다. 이종욱 교수님은 의학도이면서도 음악에 조예가 깊으셔서 약 30년간 교향악단 지휘를 하시다가 장길자 여사님을 만난 베테랑 음악가이시다. 그런데 이종욱 교수님이 "내가 30년간 콘서트를 이끌어 왔지만 이런 콘서트는 처음이다"라고 감탄하셨다. 연거푸 너싱홈 환우와 직원들이 다시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모든 봉사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였고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한 아름다운 결과였다.
9월26일 이종욱 교수님의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원래 30명 모집광고를 내었는데, 청강생을 합쳐 34명이 참석하였다. 그리고 27일 둘째 강의 시간에는 50여명이 참석하여 한인연합교회 강당에 보조의자를 놓아야 되었다. 셋째 날 한인간호협회 회장과 부회장의 유익한 호주의료정보에 대한 강의와 함께, 마지막 날 입관체험을 마치고, 오후에 First Aid (CPR) 교육을 하였다. 무료 First Aid (CPR) 교육에 30명이 지원하여 29명이 수료하였고, 제3기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연수교육에는 제3기 수료생 21명과 제1기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9명이 참석하여 총 30명이 연수교육을 마쳤고, 제1기 순회원목과정에 2명이 수료하였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연수교육을 마치고 모든 봉사자들로부터 소감 문을 받았다. 그 중 두 분의 소감 문을 소개하며, 암 환우를 사랑하는 모든 교민들이 어두운 한 구석을 밝혀나가는 호주호스피스협회(ACC)의 자원봉사에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
제3기 한호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보수교육 수료자, H 봉사자
일을 그만 두고 봉사를 하고 싶어 여기 저기 알아보았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포기 하고 있다가 신문을 통해 호스피스라는 단어가 내 눈에 들어왔다. 말로만 들어봤지만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라 호기심이 작동했다. 원서를 접수 하고 자리에 앉아 분위기를 파악하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 인지 아니면 관두어야 할 자리인지 생각을 했다. 첫날 오전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Macquarie Park에 있는 Shalom Centre에 가서 14차 ACC Hospice Concert를 가졌다. 처음으로 참석해서 진행 상황을 지켜 보고 있었다. 다들 아픈 모습으로 이동식 침대에 의지하여 들어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들이 안 서러웠다. 댄스가 나오고 흥겨운 음악에 몸을 실어 움직이고 싶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고 마음만 살아 움직이고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한 모습들 ....
처음 참관하는 자리이라 옆에서 지켜 보고만 있었는데 옆에 계신 한 할머니의 눈길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그 눈길을 피했다. 그리고 한참 있다 다시 쳐다보니 또 처다 보고 있는 그 눈에는 나하고 놀아줘... 나도 춤을 추고 싶어.... 라는 간절한 마음이 표현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용기가 없어 다가 갈 수가 없었다. 그 할머니의 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자리를 피해 뒤에 앉아 있었다. 한 참 있으니 필리핀 간호사가 그 할머니 손을 붙잡고 춤을 추어 줬다. 할머니의 얼굴은 복사 꽃처럼 환한 얼굴로 행복해 했다. 나는 보았다. 그 얼굴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
너무 부끄러워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비겁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싫었고 한없이 작아지는 나의 모습이 보잘것 없었다. 그 동안 일만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용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세상에 나와보니 할 것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꿈은 실버 타운을 세우는 것 이었는데... 이런 쪽으로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노년기의 삶을 그리고 아픈 사람들의 삶을 좀더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며 지금 공부하고 있는 상담학과 호스피스 사역은 조화가 잘 되는 것 같다. 이 분야에서 열심히 해 보자.
제3기 한호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보수교육 수료자, S 봉사자
늘 섬김만 받고 남을 섬기는 일에는 전혀 문외한 이였던 나에게는 뜻 깊은 교육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3 남매 중에 막내 딸로 태어나서, 53세 지금까지도 85세의 엄마의 섬김을 받고 살아왔고, 피가 모자라 수혈을 받으면서 목에 혹 수술과 자궁 적출 수술, 3번의 제왕절개를 하면서 남편과 아이들, 주위 분들에게 돌봄과 섬김만 받으면서 살아왔던 나에게는 53년 내 인생 전체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한 가정의 어리광만 부리던 막내 딸이, 또 한 가정의 병약하여서 혼자 아이들을 돌보지도, 살림도 하지 못하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자리까지 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종욱 교수님 강의 중에 "받은 삶은 이루는 과정이고 주어야 하는 삶은 누리는 과정이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동안 받기만 하고 살아왔다'라고 스스로 자책하고 있던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삶을 누리기 위해 지금까지 삶을 이루고 있었구나, 아! 이제 받은 삶을 통해 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구나, 받는 삶도 중요하지만 주어야 하는 삶은 누리는 것으로 더 소중한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우리 엄마는 늙지 않으신다는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항상 우리 엄마는, 어렸던 나에게 멋지고, 여장부 같은 이미지로 지금까지 각인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고 맞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나이는 85세이지만 여군1기, 6.25 참전용사, 보험회사 소장님, 누가 봐도 여장부이시고 지금까지도 모든 살림을 다 하셨던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심장병이 있으셔도, '우리 엄마는 강한 엄마이시니까 괜찮으실 꺼야' 라고 생각하였기에 이렇게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제는 심장의 기능이 약해져서 폐에 물이 차고 숨이 가쁘고, 드시는 것 조차 힘들어 지게 되신 엄마를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짠~ 해지면서 가슴이 미어지듯이 저려왔다. 씩씩하고 강한 엄마가 하루 아침에 할머니가 되어버리셨다.
이런 혼란했던 상황에 이번 호스피스 교육을 받게 되었다. 교육받은 내용을 지금 엄마에게 실습하고 있다. 교육만 받으면 금방 잊어버릴 까봐 하나님께서 나에게 실습 대상을 주신 것 같다. 엄마는 이렇게 호강 받기는 처음이라고 너무 좋아하고 계신다. 강의 내용처럼 외롭지 않게 해드리려고, 매일 같이 아이들과 찾아가서 곁에 있어드리고, 아픈 걸 잊어버리시게 다같이 힘써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있어서 도움은 늘 받는 것이라고... 힘든 와중에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나의 사고..., 도움은 주는 것이며, 받는 것 보다는 주는 것이 행복하고 보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느끼게 된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정말 소중한 경험이고 배움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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