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칼럼] '스코틀랜드 장로교 창시자' 존 낙스는 하나님 외에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프랑스가 영국을 공격할 때에 붙들려 포로선에서 노예로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프랑스 군인들은 포로된 성도들에게 고문을 가하면서 성모 마리아의 초상화에 입을 맞추라고 강요했습니다. 프로테스탄트를 배신하고 다시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려고 고통을 가한 것입니다. 사실 총 한 방으로 순교를 당한다면 믿음을 지키는 게 그나마 수월할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고문은 견디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고문을 당하는 건 죤 낙스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그는 끝까지 개종을 거부했습니다. 프랑스 군인들이 억지로 성모 마리아의 그림에다가 존 낙스의 입을 맞추게 하려고 할 때였습니다. 존 낙스는 성모 마리아의 초상화를 낚아채 강물에 던져 버린 후 말했습니다.
“이제 성모 마리아가 그녀 자신을 구원하도록 하라. 그녀는 충분히 가볍지 않은가. 성모 마리아도 수영도 배울 때가 되었다.”
이렇게 담대한 존 낙스의 모습은 피의 여왕이라고 일컬어지는 메리 앞에서도 동일했습니다. 비록 메리 여왕이 자신의 목숨까지 좌지우지 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존 낙스 앞에서는 그 피의 여왕 역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회개해야 할 한 영혼에 불과했습니다. 실제로 존 낙스는 여왕 앞에서도 주눅 들거나 눈치 보지 않고 과감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설교자가 무시무시한 여왕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무시무시한 여왕이 설교자를 두려워하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존 낙스의 설교를 듣는 메리 여왕이 자주 얼굴이 하얗게 될 정도로 깊은 두려움에 질려서 부축을 받으며 예배가 끝난 교회당을 걸어 나오곤 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여왕은 존 낙스를 반역죄로 체포하도록 명령을 내리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그 설교자 앞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니 존 낙스는 참 멋진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저는 지금 이 시대의 목회자들도 존 낙스처럼 담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에서 힘 있는 사람 앞에서 할 소리를 제대로 못하고 몸 사리면서 자리를 보존하는 목회자가 있다는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버젓이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죄를 짓고 있는데도 그것을 회개하라고 했다가는 한 바탕 난리가 날 것 같으니 그냥 조용히 묻어두는 목회자라면 목회를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종이지 하나님의 종은 아닐 것입니다. 목회를 그만 두게 되면 당장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 그런다고 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목회를 생계유지 목적으로 하는 것인가요?
더 가슴 아픈 일은 목회자들이 세상의 권력을 가진 자들 앞에서 굽신 거리는 일입니다. 예배 시간에 정치인이 온다고 하더라고 그 정치인 역시 피의 여왕 메리와 마찬가지로 회개하고 예소 믿어야 할 한 영혼에 불과합니다. 새신자를 소개하듯이 소개한다면 모를까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정치인을 높여주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예배 시간엔 그 누구도 아닌 오직 하나님만이 높임을 받으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교시협의회에 다녀온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박원순 시장이 모임에 참석하여 목회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박원순 시장이 동성애 축제 허용하는 것에 대해 항의를 했냐고 질문했습니다.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박 시장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자유롭게 해달라고 했을 때조차 동성애 축제 이야기를 꺼내는 목회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럴 바엔 뭐 하러 같이 만나 이야기를 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 시장으로서 잘 하고 있다고 덕담하러 간 걸까요? 아니면 시장 눈에 들어 서울시로부터 교계가 하는 일에 재정 지원을 받거나 행정적인 도움을 얻으려 했던 걸까요? 상대방이 서울 시장이건 대통령이건 말씀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있는데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면 똑바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정치인들에게 몸 사리는 목회자의 모습만큼 추한 게 또 있을까요? 존 낙스 같은 하나님의 사람이 아쉬운 시대입니다.
글ㅣ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담임목사‧기독교싱크탱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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