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하 종교인 모임)이 대선을 앞두고 "조건 없는 남북대화,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국민 앞에 약속하라"며 제19대 대통령 후보들에게 공개 요청서를 발송하고, 답신을 16일까지 각 캠프에 부탁했다고 밝혔다.

종교인 모임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4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는데, 지금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최고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19대 대통령과 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면서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은 일정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정부의 정파적 색깔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아무리 힘들더라도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평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추진하라.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평화통일 정책을 국정운영의 핵심 목표로 수립하라. 평화적인 통일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의무이다 ▶조건없는 대북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라. 인도적 지원은 남북대화와 평화의 초석이다 ▶70년 동안 가슴에 한이 되어 살아온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종교인 모임은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사는 이 시대에 종교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임으로, 2005년부터 몇몇의 종교인들이 모여서 '평화의 소리'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다가 2008년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천도교의 각 원로들이 심부름꾼이 되어 함께 운영되고 있다. 기독교계 심부름꾼으로는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와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목사), 그리고 박경조 전 대한성공회 서울대교구 교구장 등이 있다.

다음은 종교인 모임이 각 캠프에 보낸 요청서 전문이다.

[19대 대통령 후보에게 바란다]

조건 없는 남북대화,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국민 앞에 약속하라.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지금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최고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6차 핵 실험과 로켓 실험발사를 준비 중이고, 미국은 ‘키리졸브-독수리훈련’에서 대규모 선제공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양측은 모두 ‘선제공격’과 ‘핵 공격’을 운운하고 있다.

북한은 3월 19일 미국 트럼프정부의 신임국무장관과 중국 주석의 회담기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개발 진전단계로 평가되는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의 분출실험을 실행하여, 북미간의 긴장을 더욱 끌어 올렸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6차 핵실험 준비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움직임이 둔화되어 사실상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키리졸브·독수리훈련’에서 칼빈슨 항모 전단을 출동시켰고, B-1 스텔스 핵 폭격기에 이어 F-35B 스텔스기까지 출동해 북한에 대한 정밀타격훈련을 마친 상태다.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는 대규모 연합 특수부대 훈련도 실시했다. 유사시 대북 선제 타격 능력을 사실상 총 점검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4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4월 6일부터 시작되는 미·중 정상회담 시기, 김일성의 105회 출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 북한군 창설기념일인 4월 25일 등 여러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ICBM을 실험 발사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미국이 선제타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실전배치하고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충돌하여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핵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될 경우 한반도는 대재앙과 비극으로 내몰리는 죽음이 땅이 될 것이다.

19대 대통령과 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남북대화를 조건 없이 재개하고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관계를 완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남북한이 주도하고 미·중·러·일과 협력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평화통일’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과 국민의 사명이자 의무이다.

대한민국 헌법 4조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다음과 같이 선서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우리는 김대중・노무현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햇볕정책부터 비핵3000,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등 대북・통일정책을 경험해왔다.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은 일정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정부의 정파적 색깔을 뛰어넘지 못했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북한을 고립시키고 제재하는 방식은 핵을 개발할 시간만 벌어주고, 긴장만 고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교류와 협력만이 정답은 아니지만 새정부는 대결로 치닫는 남북관계를 바로 잡기 위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평화와 통일의 길은 험난할 길이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더라도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평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어렵더라도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 첫발이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인류보편적인 행위일 뿐만 아니라 같은 동포로서 최소한의 도덕성의 회복이다. 나아가 인도적 지원은 남북대화와 교류의 시작이고, 평화와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도 추진해야 한다. 2016년 4월 기준 이산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13만887명 중 사망자는 6만6천25명, 생존자는 6만4천86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자 중 절반 이상이 상봉하지 못한 채, 고향과 가족을 가슴에 묻고 사망했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사람의 55%가 80세 이상이어서 한시라도 빠른 시간 내에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되어야 한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하 종교인 모임)은 남북한에서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해소해주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것이 종교인의 기본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인 모임은 19대 대통령 후보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추진하라.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둘, 평화통일 정책을 국정운영의 핵심 목표로 수립하라. 평화적인 통일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의무이다.

셋,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라. 인도적 지원은 남북대화와 평화의 초석이다.

넷, 70년 동안 가슴에 한이 되어 살아온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라.

종교인 모임은 차기 정부의 남북대화와 평화통일정책 추진,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2017년 4월 7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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